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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 Nov 20. 2020

끝이 보이지 않을지라도...

안개 가득한 어느 날의 단상

출근하기 위해 자동차에 시동을 켜고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세상에...... 온통 연기로 가득 찬 통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눈 앞이 뿌옇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숨이 턱 막히고 고구마를 100개쯤 먹은 듯한 답답함이 느껴졌다. 천천히 도로로 나가니 바로 앞 차선과 옆 차가 겨우 보일 정도였다. 이 많은 수분이 어디에 숨어있다가 이렇게 세상을 가득 채웠을까.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꿈속을 달리는 듯 몽환적이기도 했다.


이런 날은 더욱 조심해서 운전해야 한다. 속도를 내서도, 무리하게 차선을 변경해서도 안된다. 그저 앞을 보며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조심조심 운전하며 생각해 보니 지금 이 길을 가는 우리가 코로나라는 바이러스 앞에 서 있는 인류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라는 터널 속에서 많은 삶과 일상이 바뀌었다. 이 터널이 끝은 있을까, 언젠가 이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 과연 어느 쪽이 이길까? 아니면 공생의 길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이 답답한 질문이 무한 반복된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는 포기하지 않고 한 발씩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얼마만큼 나갔는지, 얼마만큼 걸었는지, 끝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아주 천천히라도 걷고 있으니 언젠가 어딘가에 닿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추월하지 않고 속도 내지 말고 천천히 나아가 보자.


한 걸음 한 걸음이 우리를 언젠가 이 상황의 끝에 데려다줄 것이라 그리하여 결국 그 끝에 가 닿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 본다.


This, too, shall pass away.
Keep calm and carry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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