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근사한 순간이 모여 진짜 내가 된다.
“정말이야.
비도 오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아이가 눈이 오길 바라듯이
비는 너를 그리워하네”
비 내리는 주말 아침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옛 노래를 들으며 가장 사랑하는 떡볶이집 맵고 달달한 떡볶이와 오랜만에 머신이 아니라 드르륵드르륵 수동으로 갈아 천천히 내린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앉아 본다.
충분히 근사한 괜찮은 날이다.
라고 생각해 본다.
마음 속에 와글와글 글도, 생각도 가득한데 그 것들은 서로 잔뜩 엉켜 있고 어디에서부터 풀어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다. 머리는 무겁고 가슴은 답답하고 그렇다.
그럼에도 비 내리는 주말
풋풋한 시절 들었던 옛 노래, 떡볶이와 커피는 지금 이 시간을 참으로 근사하게 해 준다.
마법
이런 순간이 결국
가장 소중한 마법이 아닐까?
어쩌면 아무 것도 아닌 아주 작은 그 순간, 그 안에서 기쁨을 찾는 근사한 그런 순간…
그런 순간이 모여 삶이 되고 진짜 내가 되는 것이 아닐까?
천천히 뜨거운 커피를 입 안에 가득 머금고 생각, 아니 어쩌면 다짐을 해 본다.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에 휘둘리고 휘말리지 말고 그냥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그 안에서 근사한 순간을 발견하자. 항상 잘 할 수 없고 언제나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잘 못할 수 있고 뒤로 후퇴할 수 있다. 그런 시간도 삶이다. 그 안에서 배우고 느끼고 깨달으면 되는거다. 그럼 그런 순간들도 충분히 아름다운, 가치있는 순간이 될 것이다. 지금 눈 앞에서는 아니겠지만 언젠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감사함을 발견하자.
오늘은…
저 먼 멕시코에서 태어나고 자라 지금 내 커피 잔에 녹아 들어간 원두의 삶에 감사와 축복을 보내본다. 뜨거운 햇살과 후덥지근한 바람, 누군가의 콧노래, 혹은 거친 손길과 땀방울, 기쁨 혹은 한숨…
이 속에 녹아있는 많은 순간들을 상상하며 그 모든 순간들에게 깊은 감사을 보낸다.
참으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