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충분히 예뻐해주고 있나요?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은 나이가 들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예쁘다'에 대한 정의는 시간에 따라 조금씩 변했다. 5,6살에는 미미인형이나 백설공주가 가장 예뻐 보였고, 중학생 때는 마르고 새하얀 얼굴이, 고등학생 때는 짧게 줄인 치마와 곧은 다리가, 대학생 때는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옷 잘 입는 고학번의 선배가 예뻐 보였다.
삼십 대가 된 지금에도 여전히 새하얀 얼굴이, 곧은 다리가, 옷을 잘 입는 사람이 부럽긴 하지만 정작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그것을 모두 가진 사람이 아니다. 입고 있는 옷과 머리, 액세서리가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자연스러운 사람, 나긋나긋하지만 쉽게 대할 수 없는 카리스마, 새로 만난 사람에게 적절한 유머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센스, 칙칙한 직장인들 사이에서 싱그럽게 웃는 사람이 참 예뻐 보인다.
오늘은 블라인드를 보다가 '예뻐지는 방법'이라는 글을 보았다. 인상적인 댓글들이 있어 <예뻐지는 방법 ver. 직장인>을 적어두려고 한다.
1. 있는 그대로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 자존감. 미소. 여유
2. 나에게 이쁨 받기
3. 차분하고 또박또박, 나긋나긋한 말투
4. 어떤 것에도 쉽게 동요되지 않는 곧은 마음
5. 자주 웃기
6. 자신감 있는 표정과 행동
7. 자신에게 맞는 화장법과 옷 스타일
8. 나는 예쁘다는 자기 최면
9. 신선한 채소 먹기
10. 스스로 사랑을 주려고 노력하기
예쁨을 정의하는 사회적 기준이 외모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얼굴의 부위별로 예쁨을 평가하고, 예쁘지 않은 자신을 타박하는 사람들이 조금은 줄어들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부터 나를 지나가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 중에서 마음과 태도가 예쁜 사람을 찾아보기로 한다.
아,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 있다. 작년 포틀랜드의 한 초콜릿 가게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앞치마를 맨 종업원이 가게에 손님이 없는데도 구석구석 열심히 먼지를 털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해사한 미소를 지으며 날인사를 건넸다. 무수히 많은 초콜릿들 중 선물로 어떤 것이 좋냐는 나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맛이라며 한 초콜릿을 건넸다. 정성스럽게 포장한 초콜릿을 내밀며 좋은 여행의 기억이 되었으면 한다는 그 마음이, 그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 참 싱그럽고 예뻐 보였다.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자신의 일에 열심인 사람. 여유가 있어 타인의 사정을 배려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사람은 타인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그리고 오늘부터 나에게 예쁨 받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나를 예쁘게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