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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향기 Jan 18. 2024

공부, 공부 외치는 나는 진정 공부하는 사람이었을까?

<나는 공부하는 엄마다>를 읽고

나는 학교 선생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가진 재능이 없어서 학창 시절엔 죽어라 공부만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만일 언변이 뛰어났다면 사람들과 어울려 노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이고, 미모가 뛰어났다면 고등 시절 우리 반의 예쁜 아이들처럼 소개팅이나 하고 남자에 관심을 가지고 살았을 것이고, 끼가 넘쳤다면 연예인이 되고 싶어 했을지도 모른다. 다행인 건지 가진 재능이 없어서 죽어라 공부만 했고 꽤나 공부를 잘했다. 그 과정에서 어떤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공부하면서 하나하나씩 배우고 알아나가는 과정 자체가 좋았다.

그런 나라서, 거기다 직업도 선생이라 이 나이가 되도록 공부를 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공부가 좋았던 기억도 있는 사람인지라. 이런 나의 경험치의 한계로 아이들에게 공부만이 최선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머릿속 생각과 달리 점점 늘어지고 계획 없이 사는 요즘 모습 속에서 공부, 공부 외치는 나는 진정 공부하는 사람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전윤희 작가의 나는 '공부하는 엄마다'를 읽으면서 공부에 대해, 공부의 목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내가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외쳐대서 억지로 시켜하는 공부가 과연 공부일까?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해야만 되는 것이 공부일까?

어쩌면 나는 공부한다라는 훈장을 마음에 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가 공부로서 즐겁다기 보다 '나 좀 공부해'라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이젠 공부가 지겨워진 나에게 즐거워서, 절실해서, 꿈을 위해 하는 공부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엄마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엄마라서 해낼 수 있었다는 말은 두 딸이 크면 얼마나 소중함으로 다가오는 문구가 될까?

작가님은 정말 찐으로 공부하는 사람이다. 작가님 표현대로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엄마에게는 예외이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시간을 쪼개어 임용 고시에 도전하며, 엄마지만 두 딸에게 꿈이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는, 행동으로 삶의 방식을 알려 주는 진정으로 공부하는 엄마이다.

사람이 무언가에 도전하고 보이지 않는 결과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가정 살림을 꾸려나가며 실패할지도 모르는 도전을 위해 자신을 다독이는 가운데 가족과의 시간도 놓치지 않는 작가님의 모습 속에서 나의 지난 육아의 흔적도 되돌아보게 된다.

엄마의 도전을 방해하는 다섯 가지 걱정거리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도전 자체로 아이들에게 삶의 교과서가 되기 위해, 바쁜 엄마이지만 어릴 때부터 가진 꿈의 실현을 위해,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건 지금 여기에서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계획적인 노력을 하는 작가님이다.

작가님의 삶은 아이를 키운다고 꿈을 포기해 버린 엄마들에게뿐만 아니라 워킹맘으로 죄의식을 가지고 사는 엄마들에게도 위안을 준다.


책을 읽으며 크게 세 가지 부분에서 작가님의 노력에 박수를 드리고 싶다.

긍정적인 자세, 가족을 놓지 않으려는 마음, 선생님이 되기 위한 치밀하고도 계획적인 노력이다.

아래는 세 가지 면과 관련해 작가님의 책에서 발췌한 내용을 기록한다. (  ) 안은 나의 생각이다.


<작가님의 긍정적 자세>

여기서 안 나오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여기서 나온 건 무조건 다 맞는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했다.

노래가 아닌 말하기에서도 바입즈레이션을 자유자재로 섞을 수 있는 재능이 있다.(작가님의 발표 공포증을 이렇게나 재미있게 표현하신다.)

웃다 보니 자신감과 여유가 생긴다.

강의를 선택했다면 그냥 믿고 간다.

합격하면 되지, 그래도 안된다면? 합격 못한다고 세상 끝나는 건 아니잖아?(맞다. 내가 돈을 잃었다고 세상이 끝난 것도 아니고, 아들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하루를 한 달처럼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요한 것부터 해치우면서 공부를 해나가야 한다. 뒤를 돌아보며 후회할 필요도 없고 남은 날들을 보며 걱정할 필요도 없다.(어릴 땐 이렇게 살았었다. 나이 들며 가진 게 많아지면서 오히려 욕심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초심으로 되돌아가야겠다.)


<가족을 놓치지 않는 자세>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해야 하기에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할 수 있는 시간은 포기하고 욕심낼 수 있는 시간을 욕심내라.(개인적으로 이 말에 한참 멈추어 있었다. 큰 아이가 3살 때 초등영어교육 전공으로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공부 욕심을 못 내려, 6시에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온 아이를 8시면 재우려고 안간힘을 썼던 나이다. 아이와 단 둘이 살아가는 하루하루이긴 했지만 종일 어린이집에 있었던 아이는 엄마와의 시간이 얼마나 갈급했을까? 그런 것에 대한 개념도 없이 무식하게 내 공부만 생각했던 어리석었던 30대 엄마였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 작가님은 참으로 현명하시다.)

톱니바퀴처럼 각자의 인생이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맞물려 돌아가기 위해서는 꼭 나와 내 가족의 계획을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작가님의 교사되기 위한 노력>

녹음앱을 깔아 학습한 것을 파일로 만들어 반복해서 듣기를 하신 작가님이다.

5시에 기상해서 하루 일과를 계획하고 꾸려나가시는 작가님이다.

임신 동안 10개의 자격증을 따셨다고 한다. 나는 엄마니까 임신했으니까 육아로 바쁘니까 온갖 핑계를 찾아 헤맸고, 헤매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 된다.


이런 작가님의 노력으로 면접에서는 40등 뒤집기를 이루시고 17등의 석차로 임용에 합격하셨다. 2026년에는 두 번째 책을 출간하실 장기계획을 가지고 계시니 그 꿈도 꼭 이루실 분이라는 걸, 책을 보면 확신할 수 있다.

교사로서 삶에 매우 만족해하시는 작가님의 모습을 보며 올 한 해도 새로운 아이들과 행복한 한 해를 보낼 수 있으시길 기원해 본다.


<작가님께 라는 말은 어색하지만, 밝은 기운이 느껴지는 찐 작가님의 글귀가 너무나도 고맙다.

12월 초에 받고 이제야 글을 쓰다니 죄송한 마음 한가득이다. 몸과 마음이 너무 지친 한 달이었다는 핑계를 살포시 대어 본다. 브런치에서 만난 작가님들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다는 건 유명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읽고 쓰는 것보다 더욱더 조심스럽다. 이 공간에서 계속 만나게 될 분들이라서. 한번 더 용기 내어서 발을 디뎌본다. 내 글이 작가님 책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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