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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쏨바디 Jan 08. 2022

#7 회사원인 그녀는
어쩌다가 음반을 내게 되었을까

뜻밖에 진행된  제3자 미팅


나에겐 참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미팅이 있다. 

회사 일로 인한 미팅이라기보다는 '나의 음악'이라는 주제로 미팅을 가졌던 그런 다소 특이한 미팅이었다. 


2020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려 하는 그 무렵, 당시 나는 두 분의 선생님에게 수업을 막 받기 시작했다. 한 분은 나의 음악 트랙을 만들어주시는 프로듀서 선생님과 다른 한 분은 보컬 선생님. 가끔 보컬 선생님은 수업을 하면서 "쏨바디님 노래는 음색을 고려해보았을 때 이 파트에서는  A보다는  B로 가면 곡이 한층 더 세련될 것 같아요" 같은  조언을 종종 해주시곤 했었다. 그래서 나도 중간에서 조심스럽게 코멘트를 프로듀서 선생님께 전달하곤 했는데, 여기서 문제가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코멘트가 '왜곡' 된다는 점이다.

옛날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가족오락관-고요 속의 외침 코너'를 기억하는가? 노래가 흘러나오는 귀마개를 착용한 상태에서 제시어를 다음 사람들에게 연속적으로 전달하면서 마지막 사람이 제시어를 정확히 맞추는 게임. 이처럼 중간 전달 과정에서 말의 본질이 본의 아니게 다소 왜곡되는 점이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말을 그냥 있는 그대로' 전달해보는 것도 해보았는데 이는 또 추가적인 질문에 대해서 답변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음악을 만들어보는 것에 대한 나의 지식이 전무했기 때문에 그로 인해 그 코멘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였다. 아무튼 이러한 일들이 2,3번 반복되자 조심스럽게 나의 보컬 선생님이 꺼내신 말 한마디.

"한 번 다 같이 만나서 얘기를 나누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 분만 괜찮으시다면요 "


뜻밖의 제안이었다. 물론 약간 실례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며 프로듀서 선생님께 연락을 해보았는데 쿨하시게도 승낙해주셨다. 고백하자면 두 분의 이러한 제안들이 너무 고마우면서도 내심 조금 부담스러운 마음도 사실 있었다. '아니 나는 가수도 아니고 그냥 취미로 하는 회사원일 뿐인데  이렇게까지 도와주셔도 되나'

그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그냥 저도 음악 하면서 주변 많은 분들께 예상치 못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도와 드리고 싶은 거예요"


그렇게 우리 셋은 2020년 초겨울 무렵의 주말 저녁, 정발산역 근처의 한 카페에서 만나게 되었다.

보컬 선생님과 프로듀서 선생님은 대부분 내가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제3세계의 언어로 열띤 토론을 하셨고 (이때 나는 음악에 장조와 단조가 있다는 걸 다시 막 알기 시작한 때였다) 중간중간 나의 의견과 방향성을 확인하셨다. 결과적으로 나의 노래는 2가지 버전으로 가게 되었는데 이는 새롭게 편곡될 버전과 더불어 내가 지금 버전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때는 노래를 편곡한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님을 잘 몰랐었을 뿐이었다. 나중에 프로듀서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나를 웃게 만들었다. "한 노래를 2가지 버전으로 내는 건 보통 아이유 같은 가수들이 하죠" 

약 1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 미팅 끝날 때 즈음 약소하지만 나는 감사의 의미로 마카롱 세트를 준비해서 두 분께 드렸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미팅일 수 있겠지만 별거 아닐 수 있는 나의 음악을 위해

두 선생님이 귀한 시간을 내주시고 이렇게 제3자 미팅을 했다는 것은 내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그 무엇보다 당연한 것들이 아님을 잘 알기에 하는 말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훗날 다른 방식으로 내가 가진 것들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본격적으로 앨범을 발매했던 과정에 대해서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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