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쏨바디 Jan 23. 2022

#8 회사원인 그녀는 어쩌다가 음반을 내게 되었을까

어디든 하나만 걸려라!

프로듀서 선생님의 한 땀 한 땀 장인의 손길을 거쳐 나의 곡은 완성되었고 그 사이 해가 바뀌어 2021년이 되었다.

 

이제 남은 건 1가지, 발매만 하면 되는 것이다. 요즘은 아시다시피 일반인들도 음반을 발매할 수 있는 음악 유통시장이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평범한 아마추어인 나 같은 경우 선택지가 그리 다양하게 주어지는 건 아니었다. 다만 내가 노래를 영어로 불렀기 때문에 조금 고민이 되었다. 앞에서 살짝 언급하기는 했지만 내가 나의 부족한 영어 발음 즉 원어민 같지 않은 영어 발음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노래를 낸 이유에는 첫 번째 내가 워낙 팝 장르 특히 디스코, 올드 팝을 좋아했기 때문에도 있었고 더불어 가사 내용이 한국어로 전달하기에는 너무 직역하는 느낌이다 보니 살짝 어색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노래를 어떻게 낸다한들 이렇다 저렇다 신경 쓸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말 그대로 정말 내 맘대로 하는 노래였던 것이다.  


아무튼 내가 어렸을 때부터 배운 것들 중 1가지가 있다면, 꿈은 크게 가지라는 것이다. 

물론 자기 객관화는 중요하다. 애당초 내 노래로 글로벌 팝 시장을 제패하겠다는 그런 헛된 바람은 없다. 

다만 도전은 공짜인 것이다. (특히 시간 소모가 크지 않은 것에 한해서). 경험상 대부분의 경우, 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더라. '그래. 해보자!' 데모를 보내보고 회신이 오면 좋은 거고, 비록 답장이 오지 않더라도 적어도 도전은 해본 셈이다. 


구글링을 시작했다. '그래 일단 하려면 이왕이면 큰 곳부터 넣어봐야겠지?' (패기 넘침 혹은 무모함)

TOP 10 Major Record Labels  ( 주요 음반 유통사 )를 검색해보니 여러 리스트들이 나왔고 한번쯤 들어볼 수 있었던 Sony Music, Warner Music group 등이 있었다. 사이트도 찾았겠다, 이제 담당자 이메일 주소를 찾아서 데모만 보내기만 하면 끝이네? 생각보다 더 쉽다. 근데 이상한 점이 1가지 있었다. 


위에 언급했던 사이트들 모두 복사 & 붙여 넣기처럼 DEMO Q&A 에 같은 답변이 달려있었는데 그 내용인즉슨 요청하지 않은 데모는 일절 받지 않으며 데모를 제출하고 싶으면 업계의 매니저, 에이전트, 프로듀서 등을 통한 추천경로를 통해 제출하라는 것이다. 음 이거 완전히 그냥 지인 혹은 인맥 통해 제출하라는 이야기 아닌가요? 그러니깐 나 같은 회사원 아무개는 제출할 수 있는 경로가 전혀 없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입장에서도 어떻게 보면 나를 포함해 막무가내 정신으로 무장한 어떻게 보면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불특정 다수에게 데모를 받아서 그거를 모니터링하는 것도 시간 소모이니 틀린 말은 아닐 것이었다. 


대부분의 음원 유통사들이 이러한 식으로 데모를 받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자 조금 시무룩해지긴 했다. 그래서 방법을 조금 달리 바꿔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어느 회사를 통해 음반을 유통, 발매했는지 찾아보았다. 그때 한창 나는 스웨덴 팝 가수 Bosson 노래들을 다소 뒤늦게 덕질하며 빠져 있었던 때였다. ( 여러분이 한 번쯤 들어보셨을 법한 'One in a Million'를 부른 그 가수이다 ) 구글링을 통해 그가 각 앨범을 발매 및 유통한 여러 회사들을 찾을 수 있었고 이중 일부 회사들의 홈페이지에는 다행히도 담당자 메일 주소가 나와 있었다. 


이렇게 수집한 각 회사의 이름과 담당자 메일 주소 등 각종 정보들을 엑셀에 저장해서 하나의 파일로 만들었다. 이제 정말 보내기만 하면 끝이었다. 너무 동시다발적으로 메일을 발송하면 혹시나 혼선이 있을까 하여 먼저 일부 회사에만 메일을 보내보았다. 하루, 이틀 그리고 일주일을 기다렸다. 내 메일함에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전에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보통 일주일 안에 답장이 없으면 가망이 없다고 보는 게 맞고 사실 생각하시는 것보다 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은 힘들긴 해요." 맞는 말이었다. 

아직 메일을 돌리지 않은 나머지 회사들에게 데모를 추가적으로 보내는 걸로 나의 할 일은 끝이 났다. 


그리고 이틀 후였을까? 메일 한통을 받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열어본 메일의 발신인은 스웨덴 내의 한 음반회사였는데  정확히는 "It's pretty charming"( 꽤 괜찮은데)라는 내용을 담은 회신이었다. 그것은 자동 회신을 제외하고 내가 받은 누군가의 첫 메일이었으며 너무 기쁜 나머지 혹시나 대화 흐름이 끊길까 저녁 먹다 말고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함께 작업하거나 발매해볼 의향이 있는 정도까지는 아님을 정중하게 의사 표현했고 아쉽게도 이 해프닝은 생각보다 짧게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나의 도전은 자연스럽게 일단락되었고, 이제 나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음악 유통 플랫폼을 찾아서 발매하면 되었다. 발매를  하기 전에 앨범 커버로 사용할 사진을 하나 선택해야 했는데, 내가 여태까지 찍은 사진들 중 곡의 분위기와 최대한 어울리는 사진을 사용하고 싶었다. 수천 장을 뒤적였고 고민 끝에 엄마와 처음으로 떠났던 해외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선택했다. 숙소에서 노을이 지는 배경을 뒤로하고 핸드폰으로 찍은 한 컷이었는데 내 기준 그럴싸하게 나온 것 같았다. 사실 내 앨범이다 보니 내 사진으로 하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썩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었다. 그래서 고민하다 엉겁결에 나의 첫 앨범커버는 엄마의 사진이 되었다. (의도하지 않게 효녀가 되어버린 기분이다). 어차피 노을로 인해 사진 속의 인물이 엄마인지 나인지 분간이 잘 되지도 않았기에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다만 엄마는 뜻밖의 '깜짝 출연'이 기쁘신 건지 가끔 몇몇 지인분들께 내 앨범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자랑하셨다고 "사진 속의 사람 바로 나야 나 나야 나"  


이제 다음 이야기에서는 드디어 발매한 앨범 링크 및  발매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유하려 한다. 

작가의 이전글 #7 회사원인 그녀는 어쩌다가 음반을 내게 되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