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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쏨바디 Aug 07. 2022

갈수있을 때 가는 회사원의
2022 북유럽음악여행#2

긴 여행의 서막

여행을 시작한 6. 30일은 나에게 나름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날짜이다. 

고대하던 북유럽 여행의 시작일이면서 이전 글에서 언급한 나의 EP 앨범 발매일인. 

마음이 비교적 평안할 때 '나만의 역사적인 순간'에 있고 싶어서 일부러 날짜를 그렇게 설정하였다.  


https://linksalad.net/hnhp_qk77T


나름 혼자서 여행을 많이 다녀 본 편이라 (특히 매우 오래전에 스웨덴에서 교환학생을 했던 나로서는) 

북유럽행 짐을 싸는데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회사 일도 그렇고 이것저것 신경 쓸게 많다 보니 이번 여행은 전날 새벽 2시까지 짐을 싸느라 혼자 온 집안을 시끄럽게 했다. (미안 우리 가족) 

이렇게 열심히 부랴부랴 준비했는데도 불구하고 출국날 공항에서 헤어드라이기를 깜빡하고 집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났다. 여행 일정 중에는 호텔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숙소가 에어비앤비였기에 아마 구매해야 할 것이다. 이미 집에 몇 개 있는 여분의 헤어드라이기들의 존재를 아는 나는 매우 아까워했다.


LOT 폴란드 항공사를 이용해 보는 것은 처음이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나쁘다는 평 그렇게 별로는 아니라는 평 반반이다. 어차피  비행기 티켓 구매 당시 최저가로 나에게는 가장 좋은 선택지였기 때문에  뭐 안전 운행만 된다면야 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루 전날 체크인을 미리 하는데 무작위로 배정된 좌석을 보니 하필 3 열중 가운데 좌석인 거다. 창가 혹은 복도 측 자리 중에  어디를 해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하필 가운데라니. 체크인하면서 바꾸어야지 생각했다. 


출발 당일의 공항 체크인 카운터,  공항이 붐비는 걸 보니 확실히 해외여행이 재개되기 시작된 것 같다. 좌석 변경을 시도했으나 안타깝게도 나중에 전좌석 만석으로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거의 15시간 비행인데 잘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고, 헤어 드라이기를 구매해볼까 공항 면세점을 돌았지만 4만 원이라는 가격표를 보고 우선 그곳에 가서 결정하는 것으로 보류했다. 대신 15시간의 비행을 고려해 여행용 목베개를 구매하였다.  



기내에 자리를 잡고 주변을 둘러보니, 내 옆자리에 나처럼 주변을 살피는 외국인 여성이 있었다. 잠깐 얘기를 나누어보니 아주대에서 교환학생 1학기를 마치고 고국인 덴마크로 돌아가는 대학생 친구였다. 한국에서 좋은 기억만 만들고 돌아간다고 해서 뭔가 괜스레 뿌듯했다. 


앞으로 15시간을 비행해야 하는데 어떻게 버틴단다?. 문득 콘서트에 가는데 가수들의 가사들을 미처 다 외우지 못한 것이 생각나서 가사집을 펼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내식이 바로 나왔다. 나는 기내식을 선택할 때 변경 가능하면 저칼로리 식단으로 선택하는 편이다. 건강과 속편함을 생각한 선택인데, 사실 가끔 후회할 때도 몇 번 있었다. (너무 맛없다... 역시 자극적인 게 최고야) 내가 생각할 때  저 특별식 옵션의  장점은 다른 기내식보다 먼저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왠지 모르게 특별하게 대접받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2번의 기내식 이후  이래저래 부산스럽게 움직였지만 아무튼 15시간의 비행은 무리였다. 그전까지는 딱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돈을 많이 벌어서 나중에는 꼭 비즈니스를 타보고야 말겠다는 그런 욕망이 스멀스멀 드는 비행이었다 



경유지인 폴란드에 도착하니 오후 7시. 역시나 기내식을 가볍게 먹어서일까 아주 살짝 배고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결편인 스웨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면 예상되는 숙소 도착 시간은 새벽 1시로 이대로 자기에는 조금 배고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도 조금 있겠다. 휘적휘적 공항 안을 돌아다니가 혼자 식사하기 좀 괜찮아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려고 직원 분을 보니 젊은 직원 분이었는데 약간 혼이 나가 계신 것처럼 보였다. 아마 일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사람들의 주문의 갑자기 몰려드니 정신이 없으셨던 것 걸까. 옆 테이블에서 서비스가 엉망인 것 같다는 험담 아닌 험담도 들려온다.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가오는 직원. 당황스럽고 바쁜 와중에 미소를 잃지 않으며 무엇을 주문하겠냐고 물어본다. 메뉴판에 있는 폴란드 식 수프와 감자튀김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맥주를 주문했다. (맥주 주문은 여행 첫날이라 조금 주저했지만 첫날 이니깐 기념으로 먹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



곧이어 나온 수프는 사실 내가 생각했던 수프와 매우 다른 수프였다.

맑은 한국식 수프인데 간은 매우 세서 계속 먹기에는 좀 힘들 정도였다. 감자튀김과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며 노트북으로 밀린 업무들을 확인한 이후 다시 스웨덴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미리 예약해둔 시내 근처의 호텔에 도착하니 새벽 1시. 


고요한 거리에 울리는 굉음의 소리는 내 캐리어의 바퀴소리였다. 치안이 안전한 편이기는 하지만 혼자 하는 여행이다 보니 최대한 빠르게 숙소로 후다닥 달려 들어갔다. 반갑게 맞아주는 리셉션 직원이 한국에서 왔냐며, 굉장히 긴 여행이었겠다고 하는 말에 살짝 힘들었다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배정받은 객실에 도착. 이 최저가의 객실은 창문이 없는 방으로 잠만 잘 곳이었기에 예약할 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당장 내일 점심때 친구와의 식사약속이 있다는 걸 상기하고는 대충 정리만 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다시 본 스웨덴,스톡홀름. 잘 있었니?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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