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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쏨바디 Aug 13. 2022

갈수있을 때 가는 회사원의
2022 북유럽음악여행#3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시차로 늦게 일어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과 다르게 다행히 새벽 6시에 눈을 떴다.

최대한 많은 것을 둘러보고 경험해야 한다는 욕심 때문일까 보통 이렇게 낯선 곳에 오면 눈이 일찍 떠지는 편이다. 창문이 없는 방이라 밖의 날씨가 어떤지는 보이지 않았다.  


‘조식 먹어야지’  조식이 포함되어 있었고 괜찮다는 평을 봤기에 놓칠 수 없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식당으로 내려가니 비로소 외부 경관이 보인다. 한눈에 들어오는 어둠 컴컴함. 어두운 하늘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나름 명성이 자자하던 스웨덴의 여름을 기대하고 왔건만! 근데 또 생각해보니 여행 내내 날씨가 좋기를 기대하는 것도 지극히 나의 욕심이어라.  ‘안 좋은 날이 있으면 좋은 날이 있고 또 좋은 날이 있으면 안 좋은 날도 있는 거지, 스크루지처럼 좋은 날만 다 가질 수는 없는 거야’. 



도착한 날 오전에는 교통카드 사고, 유심카드를 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동안 하늘은 비를 내렸다가 그쳤다가 이상한 날씨를 선보여주고 있었다. 오늘 점심으로 만날 친구의 이름은 Johan 요한. 우리는 사이버 친구로 말 그대로 인터넷, 온라인으로 알게 된 친구이다. 


우리가 처음 알게 된 건 2021년 초로 즉 1년 반 동안 그는 나의 사이버 친구였다. 계기는 한국↔ 스웨덴어 언어교환을 통한 언어 습득이었다. 비디오를 이용한 영상 통화도 가능하지만 암묵적으로 우리는 앱을 통한 전화영어만 하였다. 무려 1년 반 동안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고 한 통화. 물론 언어 교환이 목적이지만 우리는 시시콜콜한 잡담들도 나누기도 했다. (주로 내가) 그냥 삶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들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되는 건 때로는 얼굴을 알고 오래 지낸 시간과 편함이 꼭 반드시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상하게도 가끔은 얼마 되지 않은 낯선 사람이 무언가를 털어놓고 말하기가 더 편하다. 나와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는 혹은 접점이 없는 사람이라 더 편안함을 느끼는 걸까? 우리는 매주 1시간 동안 전화통화를 하고는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회사 일 등으로 바쁠 때는 ‘이제 앞으로 통화가 힘들 것 같다고 말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가끔 들었으나 유야무야 지나가버렸다. 


 

아무튼 약속 장소인 'Slussen Ferry terminal (페리 터미널)'로 서둘러 갔다. 이전에 서로 약속한 바와 같이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인사를 했다. 다만 역시나 긴 시간동안 전화 너머로만 말을 해서인지 어색함에 말하기가 좀 편해지기까지는 한 30분정도 걸렸던 것 같다.미리 예약해둔 레스토랑에 갔는데 가성비 메뉴로 봐 두었던 런치 코스가 안된다는 것이다?! 분명 1주일 전에 홈페이지에서 보고 왔는데 말이다. 


스웨덴의 살인적인 물가를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터라 조금 겁이 났지만 애써 쿨한 척 한국인의 품위를 유지하며 메뉴판을 들여다보았다. 사실 한국 물가도 최근 체감상 1.5~2배 오른 느낌이기에 뭐 크게 차이를 못 느낄 수도 있지만 이전에 스웨덴에서 짧게 지낼 때 비싼 물가로 손꼽게 외식을 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렇게 쿨한 척 메뉴를 주문했고 나중에 나온 음식은 생각보다 맛있어서 전혀 아깝지가 않았다.

 

내가 주문했던 메뉴,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양고기였던 것 같다. 평소 양고기를 즐겨먹는편은 아닌데 나름의 도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잠깐 근처를 걷다가 이따 저녁때 다시 보기로 하고 스톡홀름 시내에 있는 숙소로 돌아갔다. 다른 숙소에 체크인하기 위해 짐을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옮기는 숙소는 이틀 동안 묵게 될 곳인데 에어비앤비로 호텔이 아닌 일반 가정집의 숙소를 내가 대여하는 형태이다.(물론 유료로). 지금까지 했던 여행 중 가장 비싼 숙소로 1박당 무려 20만 원의 비용이다.


 보통 나는 도미토리 ( 여러 명이 한 방에서 함께 자는 숙소) 혹은 1박당 10만 원 이하로 예산을 잡는 편이니 이를 고려했을 때 굉장히 비싼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혼자 하는 여행이다보니 상당히 부담되는 가격이지만, 위치와 방에서 보이는 경관이 너무 좋아 보여서 이번만큼은 조금 무리해서 결정을 내렸다.   


체크아웃을 하기 위해 숙소인 Scandic Continental 호텔로 돌아갔는데 얼핏 자전거가 눈에 들어왔다. 직원분께 물어보니 '무료'라고. 잠깐 고민하다가 한 번도 스톡홀름에서 자전거를 타보지 못한 것이 생각나서 기회가 될 때 시도해보고자 용기를 내었다. 직원 분께 브레이크 작동 방법을 안내받고 마지막으로 들은 말 


"조심해요, 자전거를 타다가 죽지는 않겠지만 

빠르게 달리는 사람들 때문에 자전거에 치여서 죽을 수 있습니다"


"네?!"






위 말을 명심하고 안장에 올라타는데 웬걸 안장이 좀 높다?! 

살면서 내가 키가 작다고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역시나 장신인 북유럽인들이다. 가장 낮게 조절했는데도 여전히 높았다. 자전거 도로가 있는 밖으로 나가니 그 사이 날씨는 좋아져서 푸르른 하늘과 구름을 뽐내고 있는 스톡홀름이었다. 1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고 ( 중간에 1번 넘어졌다 ) 캐리어와 함께 서둘러 다음 숙소로 이동했다.


분명 숙소 안내서에는 역에서 10분 거리로 굉장히 찾아오기 쉬운 길이라고 했는데 내 옆에 있는 22kg 캐리어 때문인 걸까. 날씨는 덥고 길은 살짝 오르막길이고. 땀에 흠뻑 젖고 거의 영혼이 반쯤 나간 상태로 숙소에 도착했다. 심지어 오래된 주택이다보니, 집 내부에 있는 가파른 계단으로 저 캐리어를 올리고 나자마자 나는 침대에 쓰러져버렸다.  다만 굉장히 아늑한 분위기와 내 방 침대에서 보이는 경관이 나의 지친 심신을 어루 만주어 주었다.



숙소 침대에서 보이는 경관 


숙소 앞의 경관 

 


친구 Johan이 여동생도 함께 스톡홀름으로 여행을 왔다고 해 내가 합류하고 싶으면 언제든 환영이라 했었다. 약속한 저녁시간이 다가오고 요한과 그의 여동생과 함께 쿵스홀멘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강가 옆에 위치한 노천식당이었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자리가 거의 만석이었다. 요한과 나도 그렇고 여동생도 서로 진짜 안면을 튼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다행히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물론 서로 어색함은 있지만 다시 만나기는 힘든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라는 걸 서로 인지해서일까? 세 명 모두 최선을 다해 '본인의 가장 외향적인 자아'를 필사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ㅎㅎ 




북유럽의 여름은 백야현상으로 해가 잘 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좀 더 놀 수 있다며 좋아하지만 (파티타임은 항상 옳다), 반면에 이로 인해 불면증을 겪는 이들도 있다. 밝은 바깥과 달리 핸드폰 시계가 11시를 가리키는 걸 인지한 나는 천천히 이제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내일은 오전 일찍 기차를 타고 교환학생 시절 알게 된 친구가 있는 Uppsala라는 다른 도시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캐리어를 두고 나와 아까와 달리 몸이 가벼워서일까, 숙소를 가는 길이 매우 가깝게 느껴졌다. 해는 이제야 막 노을이 지려하는데, 그 아래로 한눈에 펼쳐지는 스톡홀름 시내 경관은 늦은 시간 때문에 바삐 걷던 나를 잠깐씩 멈추게 했다. 내일 날씨를 확인하니 하루 종일 비여서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친구가 날씨가 좋으면 근처로 수영을 하러 가자고 했는데 이 역시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침대에 누워 '날씨가 좀 좋아야 할 텐데'라고 생각했다. 


역시 도착 첫날부터 조금 빡빡한 일정이었을까. 중간에 천둥, 번개로 잠깐 눈이 떠졌는데 피곤했는지 불을 켜고 잠든 상태였었다. '천둥치는 걸 보아하니 하루종일 비가 오겠군?'  다시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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