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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 Feb 12. 2022

젊은 ADHD의 슬픔 by 정지음

사서 한 책읽기 #004

우리는 저마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사람이길 바라지만, 반대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보면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에세이를 즐겨 읽는다. 나와 같다는 공감은 늘 따뜻한 위로를 건네니까. 그렇다면 나는 이 책에서 어떤 공감과 위로를 받고 싶었던 걸까.


사실 내 식대로 ‘성인 ADHD가 무엇이다’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이 책 한 권으로 너무 가볍게 단정 짓는 것처럼 보일까, 혹은 무례하다 느껴지진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어떤 눈으로 그들을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망설여진다. 그럼에도 보통의 삶을, 평균을 삶을 위해 노력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같은 카테고리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글쓰기와 독서의 순기능을 여실히 보여준 이 결과물(책)을 만나고 나니, 나도 좀 더 진지하고, 진실한 나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특히 작가의 어휘력에 감탄!)


좌절과 고뇌마저 화려하고 위트 있게 써내려 간 책. 그러나 나 자신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했을 정지음 작가의 진심이 책 다 읽고 난 후에야 슬며시 전해진다.




p.195

그냥 완벽해지는 것보단 모자라다는 면에서 완벽해지는게 훨씬 쉽다. 모자람은 꽤 괜찮은 친구다. 나를 거장으로 만들어 주진 못해도 거장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아마추어로는 만들어 주니 말이다.



p.217

마음만 먹으면, 글 속의 나는 천사나 돌고래가 될 수 있었다. (…) 하지만 모든 것이 가능하단 생각이 들자, 왠지 절실히도 나 자신이 되고 싶었다. 그건 이상하게 눈물나는 감각이었다.



p.223

내가 부른 이는 나다.

결국 나에겐 나만이 유효하고 고유하다. 나는 너무 나답게 아름다워서 모든 타인에게 해석에 대한 실패를 주었다. 최후의 오해들을 아우르는 해답은, 그것들을 아예 풀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오로지 내게만 나를 해명한다. 가끔은 그 조차 필요 없다. 우리는 입으로 하는 말을 멈추고 필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내 글은 그 대화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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