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들을 되돌아보면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 최고이고 싶은 마음들이 문제였다. 최고의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고등학교 때는 친구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았다. 목표와 비슷한 대학에는 들어갔으나 아직도 인간관계가 편하지 않다. 일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몸을 혹사시키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병을 얻었다.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며 발달에 좋다는 문화센터에 쫓아다니고 영어도 일찍 시켰지만, 정작 아이와 깊은 유대감을 가지지 못했고 체력이 소진되어 많이 놀아주지도 못하였다.
무엇이든 마음이 편하고 몸이 편안한 게 제일인 것 같다. 내가 제일 정신적으로 좋았을 때를 생각해 보면 욕심을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을 하는 듯 지냈을 때였다. 유년기 시절에는 피구와 고무줄놀이를 좋아했다. 저녁 먹기 전까지 동네친구들과 신나게 놀다가 밥 먹으라고 부르면 다 같이 우르르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가장 행복한 기억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단짝친구와 여기저기 학용품이나 머리핀 구경하는 게 참 재밌었다. 힘든 시기에 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소소한 걸 구경하는 게 강력한 스트레스 해소구였다. 결혼을 같이 있으면 부담 없고 마음이 편한 사람과 하였다. 마음 편한 게 최고다.
신혼 때 집이 좁아 미니멀라이프를 하였는데 짐이 적은 느낌이 좋았다. 산책하듯 집안을 어슬렁거리며 불필요한 물건을 찾아서 비웠다. 움직일 때마다 공간이 조금씩 비워지고 깨끗해졌다. 비우면 비울수록 정신이 단정해지고 머리가 맑아졌다. 어디서 봤는데 청소와 정리 정돈할 때 명상할 때 나오는 뇌파가 나온다고 한다. 가볍게 더 가볍게 살 수록 마음이 편안했다.
살을 빼기 위해 걷기를 참 많이 하였다. 주로 집 근처에서 걸었는데, 단출하게 물과 폰을 챙겨 집에서 나와 걷고 돌아와 시원하게 샤워하는 걸 좋아했다. 한강에서 걷는 건 벌레를 피해 다녀야 하지만 꽤나 낭만적이다. 뻥 뚫린 강을 보며 사색에 잠길 수도 있고, 간혹 멋쟁이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오래된 아파트에 이사를 간 후로는 아파트 안 산책길을 걷는 것을 좋아하였다. 정형화되지 않은 시골 오솔길 같은 길과 흐드러지게 핀 이름 모를 들꽃들이 마음에 들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주변의 아름다움을 구경하며 산책하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웃음이 난다.
운동을 할 때, 청소를 할 때, 요리를 할 때, 친구를 만날 때, 일상에서의 어떤 일을 할 때,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산책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