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주 5회 가는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다. 끝나면 4시 40분, 밖에서 조금 놀다 보면 6~7시에 집에 온다. 바로 저녁먹이고 샤워하고 조금 빈둥거리다 보면 벌써 8시다. 그럼 숙제타임이다. 학교숙제, 구몬, 영어학원 숙제를 매일 하는 편이다. 사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와 학원에서 활동을 한 아이는 매우 피곤할 것 같다. 저녁 먹고 책이나 티비보며 좀 쉬었다가 자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엄마입장에서는 조금 미안하고 안쓰럽다. 하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숙제를 시킨다.
아이는 집중력이 좋은 편이 아니다. 특히 피곤하거나 하기 싫으면 5분 안에 할 수 있는 일도 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1학년 2학기라 학교에서 받아쓰기를 한다. 받아쓰기할 10개의 문장들을 익히는 것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오늘은 10개 문장을 한 번씩 적어보는 걸 했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한글이든 영어든 무언가를 보고 쓰는 활동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을 옆에서 매번 보고 있으면 많이 힘들어서 착즙주스를 만들거나 요리를 하거나 바쁜 척을 하는 편이다. 그러지 않고 같이 옆에서 앉아 있으면 머리 위로 스팀이 올라오는 것 같다.
숙제를 하는 것을 싫어하니 궁여지책으로 주는 간식도 문제인 것 같다. 오늘은 초콜릿우유와 과자 한 봉지를 다 먹었다. 거의 매일 간식을 먹으면서 숙제를 하니까 이러한 패턴이 습관이 될까 봐 걱정이 된다. 지금은 크게 살이 찌지 않았지만, 활동량이 적어지는 청소년기가 되면 분명 살도 찌고 건강에 안 좋을 것 같다. 건강한 간식으로 주고, 습관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만약 아이에게 해야 할 숙제가 없다면, 그 시간에 우리는 서로의 눈을 보며 다정한 대화들을 하고,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었을 것 같다. 서로 읽고 싶은 책을 골라서 침대에 누워서 달콤한 독서시간을 가졌을 것 같다. 아이가 좋아하는 종이접기도 같이하고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도 같이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와의 추억을 쌓아가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평화로운 세상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학원을 당장 그만둘 용기와 확신이 들지 않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아이에게 자유시간을 많이 주면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주고 싶었는데, 자꾸만 작아지고 흔들리는 엄마이다. 언젠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이 생기면 학원을 줄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