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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은 Jun 10. 2022

배우자와 소통

친절한 마음으로

“당신은 왜 맨날 당신 말만 해? 한 번이라도 내 얘길 제대로 들은 적 있어?”
“내가 당신 얘기 안 들은 적 있어? 당신이 해달라고 하는 거 다 해주는데 뭐가 불만이야?”     


부부들을 만나면 종종 목격되는 대화의 한 장면입니다. 사실 우리 일상에서 빈번한 대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낯설지 않으니까요. 도대체 우린 어떤 대화를 하고 있는 걸까요? 대화를 하고 있긴 한 걸까요?

위의 대화만으로도 우리는 눈치챌 수 있습니다. 서로 소통이 안되고 있다는 걸 말이죠. 어느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자신의 말만 하고 있다는 걸.     


이 대화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 대화에서 성난 감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화가 난 걸까요? 바로 서로에게 ‘수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자신을 받아들인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자신은 상대방에게 ‘거절당했다’라고 느끼게 될 겁니다. 그건 곧 상대방이 자신을 부정하는 것과 같은 말이 됩니다. 그러니 화가 안 날 수가 없는 겁니다.   

  

사랑은 보통 ‘잘 통한다’는 느낌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주로 어떤 이야기를 많이 하나요? 아마도 이런 이야기일 겁니다. ‘저 사람과 있으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게 있어.’, ‘우린 늘 같은 생각을 해.’,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 같아.’하고 말이죠. 이 말인즉, 마치 한 사람인 것처럼 느끼고 생각하고 통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나와 같다’라고 느낄 때, 비로소 ‘우린 사랑하고 있어’라고 느낀다는 걸 말입니다.     


일심동체가 진짜 사랑의 감정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닙니다. 사랑을 일심동체라고 여기는 순간 비극이 시작됩니다. 우리는 개별적 존재입니다. 엄마의 배 속에서 나왔지만 엄마의 생각을 가장 알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이 아이를 낳았음에도 아이의 마음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죠. 상대방의 마음을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관계는 꼬이기 시작합니다.     


상대방을 절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 역시 상대방이 절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턴 알아맞히기 게임을 해선 안된다는 겁니다. 수많은 커플들은 서로가 ‘같다’라고 착각합니다. 얼마나 같은지에 따라 사랑의 깊이가 다르다고 말이죠. 앞서 언급했듯이 그건 환상입니다. 절대 같을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안다’는 전제하에 대화를 하면 오히려 불행한 마음만 들 뿐입니다.      


일단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한다’에서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 궁금해지고, 알려고 노력하고, 상대방의 마음에 들도록 애쓰게 되는 겁니다.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맞혀 주길 기대하는 게임 같은 대화는 멈춰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낱말 맞추기 게임을 하며 대화하는 일이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다들 아실 겁니다. 스무고개식 대화는 서로 불쾌한 마음만 들게 할 뿐입니다. 게다가 이런 대화가 지속된다면 서로 대화시간이 점차 줄어들게 되고, 마음만 상할 게 뻔합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테스트받는 느낌을 주니까요. 대화할 때마다 테스트받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사람과 대화하고 싶을까요? 물론 테스트를 내는 사람은 제발 맞추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하는 걸 수 있습니다. 그러나 테스트를 받는 사람은 절대 같은 마음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시험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이런 대화는 틀어지는 관계의 불씨만 될 뿐입니다.      


게다가 이런 대화는 불친절한 대화입니다. 상대방이 알아듣기 편하게 이야기를 하면 상대방도 잘 알아들을 수 있고, 말하는 자신도 이런저런 걱정 없이 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꼬인 마음이나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M : 여보 토요일에 시간 돼?

W : 응. 왜?

M : 밥 먹자고 해서.

W : 누가?

M :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이.

W : 왜 밥을 먹기로 했는데?

M : 스태프 회식이라서.     



위의 대화가 불친절한 대화라는 걸 느끼시나요? 위의 내용을 토대로 친절한 대화의 예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아시게 될 겁니다.      



M : 여보. 스태프들이 회식하자고 하던데, 당신 토요일에 시간 돼? 당신이 되면 약속 잡으려고.

W : 그래. 좋아. 나도 스태프들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 기대가 되네.     



이제 아시겠죠? 두 줄이면 충분히 내용도 전달되고 마음도 전해지는 대화가 됩니다. 불친절한 대화에서는 몇 줄의 대화인데도 불구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참이 지나야 알 수 있게 됩니다. 게다가 마음 또한 잘 전해지지 않고요. 그 자리에 아내가 참석해주길 바라는지 아닌지. 혹은 그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 말입니다. 불친절한 대화에서는 간소하고 효율적이게 보일 수 있지만 친절함이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는 어떤 대화를 하고 있나요?     


가까운 사람일수록 친절한 대화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다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가까운 사람과 대화를 할 때 마음이 다치고 속상한 이유는 불친절한 대화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선택한 가장 사랑하는 이에게 제일 무례하고 불친절한 대화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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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6월호 <씨튼가족> 간행물 - 通通한 이야기로 소통시리즈에 게재한 저의 글입니다.  

이곳에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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