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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은 Nov 15. 2023

편견

자신과의 관계 #5


관계에서 가장 큰 방해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편견이다. 

편견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고 수용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주로 "~~ 하는 것 같아"라던가, "~~ 하는 것처럼 보여"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며 미리 재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혹은 "척 보면 알아~", "안 봐도 비디오지~", "뻔하잖아~"라는 식의 말들은 이미 마음에서 결정을 내린 후 따라오는 말들이다. 



이러한 말들의 대상이 과연 누구일까?

가족? 친구? 애인? 직장상사? 아니면 직장 동료? 그것도 아니면 '자신을 제외한 모두?'

모두 아니다. 가장 큰 편견의 대상은 바로 '자신'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자신을 속이는 것',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 것', '자신이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이 모든 것이 왜 일어났다고 생각하는가? 바로 자신의 대한 잘못된 편견 때문이다. 흔히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봐주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삶을 살아갈만하다고들 한다. 그런데 한 사람을 왜 밖에서 찾아야 하지?라는 의문이 든 건 어느 날 문득이었다. 정작 자기 자신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지 못한다면 외부의 어떤 한 사람이 나를 제대로 봐준다 하더라도 그게 믿을만할까? 나 자신보다 타인을 더 신뢰한다는 게 맞는 말일까?

지금의 자신이 과거의 자신을 지금과 동일하게 여기고, 과거의 자신의 문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태라면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현재를 과거가 발목 잡게 둬서는 안 된다. 또한 미래의 걱정이 현재를 불안하게 만들도록 내버려 둬서도 안된다. 이건 자신의 삶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과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현재도 과거처럼 살아가는 것, 지금의 '나'에게 너무나 못할 짓이다. 현재나 미래를 보지 못하고 과거의 시각으로 현재를 바라보니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아 절망만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과거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거였고 조금도 성장하지 못한 채 그냥 그 자리에서 멈춰버린 것이다. 냉동인간처럼.


상담을 오래 진행하다 보면, 잘못된 신념이나 습관, 관계를 대하는 태도 등이 상당히 많이 변했다는 걸 알게 되는 시기가 있다. 그때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선생님, 지금은 이렇게 제가 좋아졌지만 언제든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거예요. 지금도 저는 옛날로 돌아갈 준비가 늘 되어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거든요."


과거에 사로잡혀서 살았던 세월이 얼마나 강력한지 잘 알려주는 말이다. 과거에서 벗어나기가 얼마나 힘든지. 현재의 자신을 믿기가 이렇게나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이들을 이토록 믿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자신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나는 잘 변하지 않아. 지금은 상담을 받고 있으니까 잠깐 이런 변화가 있을 뿐이야."하고 말이다. 자신의 능력과 자신의 변화, 현재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는 것이 너무나 힘든지, 여실히 드러내는 말이다. 그들은 죽도록 애써서 변화시킨 자신의 노력을 상담사의 공으로 돌리고 스스로 변했다는 것을 도저히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물론 이 또한 상담과정의 마지막 고비 같은 것이다. 이 고비는 결국 상담의 종결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 관문 같이, 가장 긴 터널을 지나는 것과 같다. 여러 능선을 넘어 목적지로 갈 때 가장 힘겹듯이, 자신에게 실망하고 절망하고 제자리를 맴도는 것만 같은 마음을 뛰어넘는 일은, 제일 어려운 난코스 능선과 같다. 하지만 조금만 애쓰면 충분히 넘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 희망이다. 능선은 하늘 높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저히 넘지 못할 만한 것도 아니니까. 상담의 지난한 과정에서의 견딤과 수많은 고비를 헤치고 종결로 가기까지 그들이 감내한 감정선들이 타인의 공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들의 공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비난 상담뿐만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다른 삶을 살기 위해, 과거랑은 다른 사람을 살기 위해 애쓰는 이들은 모두 이런 지난한 과정이 따른다. 기억해야 할 건, 과거의 자신도, 지금의 자신도, 또 앞으로 흔들릴 자신도 모두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 스스로.


이런 고군분투 속에서도 여전히 유혹과 고비들이 줄지어 올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한 이 과정을 지나는 이라면, 적어도 과거와 같은 방식을 반복하진 않을 거라는 거다. 그런 믿음이 자신엔게 있어야 한다. 알기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2+2+2+2+2가 10이라고 계속 덧셈만 하는 삶이 아닌 2*5는 10이라는 것을 구구단을 외우면서 알게 된것처럼. 구구단을 모르던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이미 구구단을 알아버렸으니. 마찬가지다. 자신을 몰라서 헤메던 시절로는 갈 수 없다. 자신을 알기로 작정하고 알아간 다음에는 과거의 방법을 되풀이 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이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알고나면 자신은 달라진다. 자신이 이전과 같지 않다는 믿음, 그 믿음은 자신의 편견을 깨는 유일한 방법이다. 

자신의 수고와 노력을 평가절하하고 축소해서 낮추는 건 절대로 겸손이 아니다. 그건 비겁한 행동이다. 결코 용기가 있는 사람이 할 행동이 아니다. 용기가 없이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 갈 수 있겠는가. 용기가 있는 사람은 현실을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직면', '대면'의 힘이 있다. 그렇기에 왜곡되어 바라볼 필요도 없고 편견에 쌓여 색안경으로 바라볼 필요도 없다. 자신의 공을 인정하고,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직시한 것. 그것이 바로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보고 수용하는 힘이다.

결국 '자기 자신 편견 깨기'는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한계를 알고, 더더욱 자신을 보호하고 지킬 줄 아는 것이다. 

제발 불안정한 자신을 혐오하지 말길 바란다. 제발 자신을 완벽해야 한다는 기준에 세워 담글질 하지 않길 바란다. 제발 자신을 혐오로 가득채워 미워하지 않길 바란다.

불안정하지만, 온전하지 않지만, 흔들릴 때가 많지만,  괜찮다. 충분히 사랑할만하고, 가치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무엇 때문에 '사랑 스러운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사랑스럽다'라는 것을. 이 세상에 '나는 단 한 사람'이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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