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위호 감독 玉女添丁Dummy Mommy Without A Baby
* 이 글은 2001년에 쓴 글입니다. 노동관련 법률에 대해서 무지한 때 쓴 글입니다. 당연히 홍콩 상황은 더 모르고 말입니다. *
IMF란 괴물이 한국을 급속냉동시켰을 때 이런 일도 있었다. 한 직장에 부부가 같이 근무하는 것은 해고 1순위라는 것. 그래서 결혼을 미룬 사내 커플도 생겨났고, TV 드라마에서는 가짜 이혼을 감행하는 케이스까지 있었다. 우리나라 상황으로선 여직원이 임신하면 해고 0순위였다!!! 바로 그때를 되돌아보게 하는 홍콩산 코미디 한 편을 보았다. 제목은 <옥녀첨정> 玉女添丁.
장백지나 소유진 같은(2001년에 쓴 글임!) 앳된 소녀를 ‘옥녀’(玉女)라고 한다. ‘첨정’(添丁)은 조금은 고어체적인 표현으로 [아이를 낳다]라는 의미. 쉽게 말해 <<처녀가 애를 낳았다!!>>라는 의미이다. 지난 11월 10일 홍콩에서 개봉되어 2주 동안 홍콩 박스오피스 탑을 차지한 코미디이다.
영화의 줄거리부터 소개하자면...
팡리쥐엔(方麗娟)과 디나는 같은 광고회사를 다니는 전형적인 홍콩 OL(오피스 레이디, 이건 일본식 표현이고 중국식 표현은 上班族). 매일 지각하고, 직장 상사에게 찍히고 하는 그런 일상적인 직장생활을 하던 중 그만 큰일을 당하고 만다. 엄청나게 중요한 프로젝트인 모형물을 망가뜨린다. 안 그래도 앙숙인 상사 모니카는 팡 소저를 해고시키려 한다. 너무 놀라 식당에서 한숨을 쉬는 팡 소저는 그곳에서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된다. 홍콩 노동청이 써붙인 표어!!! [가족계획! 임신 중에는 절대 해고시킬 수 없습니다] 뭐 그런 내용이었다. 임신한 여자는 법적으로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받는 것이다. 그는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가짜 임신진단서'를 발급받아 모니카에게 내놓는다. 당당하게! "도대체 누구 애야?" 물론, 가짜 남자 친구까지 만들어놓는다. 그날 이후 회사에서 팡 소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복사 같은 것은 내가 할게요. 힘든 일은 하지 마세요~ 그 와중에 이 회사 사장(진관희)은 팡의 룸메이트인 디나에게 호감을 가진다. (정확히는 디나가 사장에게 호감을 느낀다) 이 회사에 초대형 고객을 하나 모시게 된다. 북경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웨어의 광고를 수주하게 된다. 이것은 순전히 배가 불룩한 팡 소저를 좋게 본 스포츠웨어 회장의 선택 때문. 그 회장도 임신 5개월인 상태. 시간이 지나면서 배가 점점 부어오르는 것까지는 괜찮았지만 그만 운명의 그날이 다가오고 '앙숙' 모니카가 팡 소저의 가짜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에서 스포츠 의류회사의 여회장이 팡 소저와 나누는 대사 중에 이런 게 있다. "아가씨 <소림축구> 봤어요? 그것처럼 광고를 어쩌고저쩌고..." 한다. 북경올림픽 개최 확정에 맞춰 홍콩영화에 스포츠 열풍이 불어 닥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영화는 1968년에 초원(楚原)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 스타일로 보아서는 <블랙 로즈>와 비슷한 것 같다. (초원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얼굴을 잠깐 비친다!)
영화가 성공한 것은 팡 소저 역의 양천화의 청순한 매력 때문일 것이다. 얼핏 보면 정수문을 많이 닮은 양천화는 최근 들어 각광받는 홍콩 연예인. 1974년 홍콩 태생의 양천화(영어 이름은 Miriam)는 지난 95년 新秀노래대회에서 3등상을 받으며 연예계에 진출했다. 작년에 홍콩 박스오피스 1위였던 <니딩 유>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도 재미있게 볼 것 같다. (유덕화가 출연한 <니딩 유>였지만 우리나라에선 1주일도 채 걸리지 못했으니 이 영화가 우리나라 극장에서 개봉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봐야 할 듯!) 양천화은 이제 경우 영화 서너 편에 나온 신인이다.
양천화의 친구로 나오는 주려기(周麗淇 Niki)는 1980년 홍콩생. 홍콩 코카콜라 광고 등에 출연했고 올해 양조위의 <동거밀우>에 출연해서 유명해진 배우이다. 역시 연기 초년생.
감독 마위호는 주성치의 <산사초> 등 많은 홍콩 코미디물을 감독했었다. 영화는 그런 감독이 그런 배우들을 데리고 그럭저럭 재미있게 만들었다. 욕심부리지 않고, 아기자기하게, 예쁘게, 귀엽게, 재미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근데 홍콩에서 임신하면 정말로 해고 못 시키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박재환 2001-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