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멘더스 감독, Sam Mendes 2020
(2020년 2월) 10일(월) 오전,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영화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함께 강력한 수상후보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이다. 샘 멘더스 감독은 <아메리칸 뷰티>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한 인물이다. 마블의 ‘어벤져스’의 감독 물망에도 올랐던 사람이고, <스카이폴>과 <스펙터> 등 007영화 두 편을 잇달아 연출한 영국감독이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 ‘1917’이다.
샘 멘더스 감독은 1차 대전에 참전했던 할아버지(알프레드 멘더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유럽대륙에 전쟁이 일어나고, 러시아가 참전하면서 이른바 서부전선-동부전선이 형성된 시기. 영화는 프랑스 북부에 길게 형성된 전선을 배경으로 한다. 엄청나게 길게 형성된 전선에서 양측 군인들은 참호 속에 웅크리고 있다가 포 사격과 함께 돌진, 공방, 후퇴, 참호구축을 거듭한다. 알프레드 할아버지는 당시 전선에서 명령을 하달하던 전령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모양이다. 넓은 전선, 참호 속 군인들. 피아를 구분 못하는 전선을 뛰어다니면 작전을 알려주던 그 전령들에 대해.
영화 ‘1917’은 1917년 4월 6일, 프랑스 북부의 서부전선의 참호에서 휴식을 취하는 영국군인 톰 블레이크(딘 찰스 채프먼)와 윌 스코필드(조지 맥케이)가 호출되면서 시작된다. 전선 너머 저 쪽에서 대규모 진지, 참호를 구축했던 독일군들이 갑자기 물러난 것이다. 에린모어 장군은 독일군이 후퇴한 것이 아니라 전략적 퇴각, 함정이라고 본 것이다. 작전 변경을 하달할 전신선은 끊어졌고 이제 이 두 병사에게 절체절명의 명령이 내려진다. 몰살 위기에 놓인 1600명의 군인을 살리기 위해 시간 내에 2연대 매켄지 대령에게 소식을 전하라는 것이다. 이제 톰과 윌은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아식별이 쉽지 않은 진창의 전선으로 뛰어든다.
‘원 테이크’를 의심할 만큼 유려한 카메라워킹은 이른바 ‘원 컨티뉴어스 숏’ 기법으로 촬영되었다. 참호에서, 철조망이 덮인 들판에서, 구덩이에서, 건물 안에서 카메라는 톰과 윌을 악착스레 쫓는다. 복잡한 동선과 전쟁의 총성은 흔들리는 카메라 속에서 오직 전진을 강요한다. 환상적인 촬영과 마술 같은 편집으로 완성된 ‘1917’은 전쟁영화의 신기원이며, 전장에 내던져진 군인의 단순명료한 임무수행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물론, 너무나 타이트한 동선의 끝없는 흐름은 마치, 3D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처럼, VR 롤러코스터를 처음 탔을 때처럼 시각적 현기증을 안겨준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역사적 전쟁에서 펼쳐지는 지극히 단순한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군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뛰어가며 보게 되는 전선의 모습, 달려가다 넘어져서 손바닥으로 짚게 대는 참극은 100년의 역사를 뛰어넘어 전쟁의 비극과 공포를 여실히 전해준다.
조지 맥케이, 딘 찰스 채프먼과 함께 콜린 퍼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크 스트롱 등이 출연하는 영국영화 <1917>은 이번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분장상, 미술상, 작곡상, 시각효과상, 음향믹싱상, 음향편집상 등 모두 10개부문 후보에 올랐다. 2월 19일 개봉예정/15세관람가 (박재환 영화리뷰 202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