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한 대도시의 아파트 1층에서 살아남기
3월의 어느 날,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나 드디어 취직됐어!”
“뭐?!? 우와!!!! 축하해!!!!! 어디?”
“뉴욕...”
“아...”
그렇게 갓 학위를 따고 취직을 한 남편과 나의 뉴욕 이사는 시작됐다. 그리고 미국 서부에 거주하던 우리는 뉴욕시에서 아파트 구하기에 돌입했다.
이사하기까지 한 달가량을 앞둔 어느 주말, 우리는 6개월 된 딸과 함께 뉴욕으로 날아가 아파트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미리 부동산 앱으로 몇 개를 고른 다음 에이전트에게 연락해 같이 보러 다니는 식이었다. 그런데, 앱으로 집을 고르는 시작단계부터, 이 여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감을 했다. 집들이 상대적으로 넓고 대형견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서부와는 달리, 뉴욕은 일단 아파트들이 좁고 대형견이 허용되는 곳들이 매우 한정적이었던 것이다.
우리 강아지는 세상 착하다는 골든 리트리버이다. 35kg의 거구임에도 공격성 제로에 집 안에서 거의 짖지도 않고 조용한 순둥이다. 게다가 강아지 때 이후로는 실내에서 쉬를 단 한 번도 안 해봤을 정도로 (밖에 나가서만 하도록) 배변훈련도 완벽하게 돼 있고 가구나 신발을 물어뜯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천사견 그 자체이다.
그렇지만 집을 구할 땐 그저 “개”일뿐, 천사견 순도 100% 임을 집주인에게 증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저 대형견을 허용하는 곳을 찾을 수밖에...
게다가 아기가 있어 세탁기/건조기가 집 안에 있어야 함은 물론 (뉴욕의 많은 아파트는 세탁시설이 건물 내 별도로 있거나 빨래방을 이용해야 한다) 유모차와 대형견이 함께 나갈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까지 있는 건물이거나 1층에 있는 집이어야 하니 말 다했다. (뉴욕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 건물도 많지만 5-6층 높이임에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도 크게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쯤 되니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과연 우리 예산 내에서 뉴욕에 괜찮은 집을 구할 수 있을까...
예상처럼 부동산 앱에서 이 모든 조건과 남편 출퇴근이 용이한 지역을 필터링하니 검색 결과는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이다. 그렇지만 그것만도 얼마나 다행인가!
그중 한눈에 봐도 문제가 있는 곳들은 제외하고 5-6곳을 추려 에이전트와 약속을 잡고 이틀에 걸쳐 집을 보러 다녔다. 널찍하고 빛도 잘 들어오는 서부 아파트에서 살다 뉴욕의 컴컴하고 좁은 집들을 보니 눈에 들어올 리는 없지만 그래도 타협할 건 타협하면서 최선을 다해 아기와 개, 그리고 우리가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을 물색했다.
그렇게 고르고 고른 끝에 우리가 결정한 곳은 브루클린의 한 동네 일방통행 길가로 창문이 나 있는 1층에 있는 신축 아파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