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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콩 May 30. 2019

뉴욕에서 1층에 산다는 것 -2-

시끌벅적한 대도시의 아파트 1층에서 살아남기

우여곡절 끝에 고른 우리의 뉴욕 아파트.


이 집을 보러 간 것은 월요일 휴일이 낀 연휴의 한적한 일요일 아침. 동네는 조용했고, 무더운 여름의 아침 들려오는 새소리와 커다란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 창 밖 풍경이 인상적인 집이었다.


8층짜리 건물의 1층에 있어 우리에게 딱이었고 신축 건물이라 깨끗하고 모던(?)한 감각도 마음에 들었다. 맨해튼 남편 직장까지 40여분이라는 거리가 조금 걸렸지만 주중엔 급행 지하철로 환승없이 한 번에 갈 수 있어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였다. 게다가 이렇게 좋은 조건에 대형견까지 환영한다니, 우리가 운이 좋았던 게 틀림없다!


이 아파트에 거주한 지 일 년이 된 지금까지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다만, 몇 가지를 뼈저리게 깨달았을 뿐... 그것은, 각자 이사를 많이 해봐서 집 보는 안목은 꽤 있다고 생각했던 우리는 정말 하찮은 아마추어에 불과했다는 것...


그리고 도심에서의 1층 생활이 만만치 않다는 것.


우리가 집을 본 날이 연휴의 일요일 아침이었다고 위에서 언급한 이유가 있다. 연휴라 조용하고 인적이 드물었던 것... 우리는 그걸 미처 깨닫지 못한 채 길가로 나 있어도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찾았다며 좋아했던 것이었다!


아파트 앞 길가. 이런 한적한 분위기를 기대했으나...

게다가 이 아파트 건물 바로 옆 건물은 한창 신축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는 공사현장이었다! 우리가 집을 보러 간 날은 휴일이라 공사를 멈춘 상태였는데 우리는 그저 조용한 공사현장이라고 크나큰 착각을 하는 중대한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단언컨대 “조용한” 공사현장 따위는 세상에 없다.)


더불어 우리의 1층 아파트는 건물 출입문 바로 옆이다. 구조 상 안방이 건물 현관과 벽을 마주하고 있고 안방 창문들이 건물 출입문 바로 옆으로, 같은 면으로 나 있다.


어디 그것뿐이랴! 아파트 현관문, 그리고 그 옆으로 인접한 아기 방은 택배실과 벽을 마주한다. 그 의미는, UPS, FedEx 등 배송이 오면 그 박스들이 모두 향하는 창고가 아기 방 바로 옆에 있다는 말씀.


이렇게 우리의 아마추어 안목으로 고른 1층 아파트는 소소하지만 살아보면 절대 소소하지 않은 문제점들을 하나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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