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한 대도시의 아파트 1층에서 살아남기
이제 본격적으로 다사다난한 우리의 뉴욕 1층 라이프에 대해 써 보려고 한다.
본인은 1층 생활이 뉴욕에서 처음인지라 여기에 대해서만 쓰는 것이지만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로 1층에 산다는 건 장단점이 매우 뚜렷할 거라 생각한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층간소음 유발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에겐 1층이 최고 마음 편하다는 점! (대형견 + 걸음마 아기 = 상시 층간소음)
그래서인지 스펙터클한 1년간의 1층 생활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집 계약을 갱신했으나...
이 시리즈는 1층 예찬이 목적이 아닌, 1층 거주의 장단점을 두루 살펴 향후 독자 여러분의 집 선택 시 아주 미미하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것이므로 그간 겪은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항목(?) 별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도로 소음
도심 1층 생활에서 단연 최고의 스트레스 유발 요인은 바로 거리 소음이 아닐까?
앞에 언급했듯이 우리 집의 창문들은 거의 길가로 나 있다. 오토바이, 자가용, 트럭, 쓰레기차, 스쿨버스, 앰뷸런스, 경찰차, 소방차 등등 정말 많은 차들이 집 앞 도로로 지나간다. 그렇다고 이 길이 큰 대로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정말 작은, 그냥 동네에 널린 1차선 일방통행로이다.
때로는 요 앞 작은 사거리에 이상하게 병목현상이 생겨서 차들이 집 앞 도로까지 밀려있는데 그럴 때면 잔뜩 성난 뉴요커들이 논스톱 경적을 울려주신다. 아침저녁 가리지 않는 경적의 향연이랄까...
사이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건 거의 뉴욕의 트레이드마크 아닐까?
그렇지만 이런 것들은 우리가 이미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것들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복병은 바로...
길거리에 일렬로 평행 주차돼 있는 차들이다. 주차된 차들이 왜 소음을 일으키냐고 물으신다면, 바로 도난 경보음 때문이다!
낮에 울리는 경보음도 바로 끄지 않으면 골이 울리는 수준인데 하물며 조용한 깊은 밤 집 앞에서 갑자기 울리기 시작하는 도난 알람은 그 임팩트가 상상을 초월한다. 일부 예민한 경보기는 대형 트럭에서 발생하는 진동 만으로도 활성화돼서 쉬지 않고 울려대기 시작한다. 실제로 이 주변은 치안이 상당히 좋아 도난보다는 다른 미세한 자극 때문에 경보음이 울리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경보음으로 인해 일주일에 서너 번 이상 밤에 화들짝 놀라 깨기 일쑤이지만, 차주는 어디 어느 집에서 자고 있는지, 자기 차 알람이 울리는걸 알고는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미칠 노릇이다. 알람은 계속 목청껏 울려대고, 차주는 안 나타나고... 깊은 밤중 이런 상황은 상상 이상의 절망감을 안겨주는 경험이다.
도난 경보기가 시작되면 차주가 끄지 않는 이상 보통 10분 정도, 길게는 20분 정도까지 끊임없이 울리는 것 같다. 경보음 종류도 이렇게 많은지는 여기 와서 처음 알았다. 우왜애애애앵~~~ 삐요삐요삐요가 가장 흔하고, 뽁뽁뽁뽁 꾸웅~~~~, 그리고 어젯밤에 처음 들어본 뽀잉 뽀잉 꾹꾹 등 참 그 종류도 다양하다.
날카롭고 자극적이면서 반복적인 알람을 한밤중에 듣고 있자면 잠이 달아나는 것은 물론, 슬슬 화가 치밀기 시작한다. 게다가 아기가 그 소리에 깨기라도 하면 그날 밤 잠은 다 잔 것이다.
그렇게 우리집 앞 작은 도로는 밤낮없이 우리의 1층 라이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