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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천재 정태유 Mar 06. 2020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못 하는 것.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쓰다.

  '가장 두려운 순간은 언제나 시작하기 바로 직전이다.'
  - 스티븐 킹

  책 쓰기


  이 세 글자는 내 인생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만 생각했었다. 마흔 살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다만 살아오면서 어쩌다가 인상 깊은 책 한 권을 읽게 되었을 때면, 그 순간만 잠깐 ‘나도 이런 책을 한 번 써 봤으면…’하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랬던 내 삶이 어느 순간에 ‘책 쓰기’를 해야 하게끔 변하게 되었다.

  벌써 햇수로 7년 전의 일이다. 마흔 살이 되던 1월 1일 새벽 네 시경에 깨어나서, 깜깜한 밤하늘을 보면서, 문득 “인생 후반전에는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100세 시대이기는 하지만 마흔 살의 첫날은 나에게 있어 그렇게 아주 무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듯이 또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오늘부터 죽을 때까지 책을 제대로 읽어보는 건 어떨까?’

   이 생각은 순간적인 아이디어에 그칠 수도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날부터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생존 독서’를 지속해 오고 있다. 그리고 ‘하루 한 권씩, 1000권 읽고 독서 후기 작성하기 - 시즌 1’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첫 번째 천 권을 끝마치고 나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에너지가 심하게 고갈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시즌 1이라고 내 나름대로 이름 붙였고, 언제 다시 시즌 2를 시작할지는 계속 고민하고 있다.)

  이 ‘천 권 읽고 독서 후기 쓰기’는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계기이자 인생을 새롭게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책 읽기가 단지 책 읽기에서 끝난다고 한다면 그것은 진짜 책 읽기의 10분의 1, 아니 100분의 1이나 100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진정한 책 읽기의 결과물은 바로 ‘책 쓰기’에 있기 때문이다. 책 읽기가 씨앗을 심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책 쓰기는 그 수확물에 해당한다. 봄에 씨앗을 심었다고 한다면 가을에 수확하기 전까지 애지중지 잠시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밭을 돌보듯이, 그렇게 갖은 고생을 하고 나서야 가을 자락에 수확의 기쁨을 얻을 수 있다. 책 읽기는 이처럼 한 해 내내 잠시도 쉬지 않고 진행해야 하는 농사와도 같다. 그저 막연하게 책만 읽는 것도 좋지만 이왕 제대로 책을 읽을 결심을 했다면 반드시 책 쓰기라는 결과물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둘로 나눠야 한다면 나는 그 기준을 ‘책을 쓴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구분하겠다. 그렇다면 ‘책을 쓴 저자’는 얼마나 되겠는가? 1%는커녕 그 숫자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극소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한 권의 책을 써낸다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처음부터 책을 쓸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직업병이면 직업병이랄까. 책 읽기의 시작은 현재 내가 하는 일(영업/세일즈/서비스)에 대해 최고가 되고 싶은 욕망에서부터였다.

   ‘어떻게 하면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최고의 서비스 수준을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결심에서부터 '영업/세일즈/서비스에 관련된 책은 눈에 보이는 대로 쉬지 않고 읽었다. 백화점을 포함한 유통업에서 나름의 경력은 10여 년을 훌쩍 넘긴 때였지만 단지 내 경험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체계적인 학습이 너무도 간절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거지는 100여 권을 넘게 읽게 되었을 때, 지금까지의 내 경험에 더해 흐릿한 시야가 마치 초점을 맞춘 것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아이디어 하나가 있었다.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써보자!’


   그렇게 맹목적으로 책 읽기를 진행했던 것이 이때부터는 책 쓰기도 함께 시작된 것이다. 매일 책을 읽고, 책 내용을 정리해서 독서 후기를 올리고, 이와 더불어 내 직업과 관련된 책을 꾸준히 써 나가는 것. 많은 책을 출간해 본 전문작가에게 있어서는 글 쓰는 것이 직업이라 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주 평범한 샐러리맨이 경험도 없이 책 한 권을 쓴다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울까. 그래서 여기에 더해 또 한 가지 시작된 것이 있었다. 바로 ‘책 쓰기’에 관한 책을 또 읽는 것이었다. 대학입시를 눈앞에 둔 고등학교 3학년도 아닐진대 매일 시간을 짜내고 짜내서 이 모든 것을 진행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지 띄엄띄엄해서는 제대로 되는 일은 절대로 없는 법.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나 자신이 나의 인생을 위해서 결심한 것에 대해서 불평불만을 가질 수는 없었다. 단 하루도 예외 없이, 단 한 순간도 빠짐없이 그렇게 정신없는 <‘오직 책만을~!'의 삶(Only Book Life)’>이 시작된 것이다.     


   1) 하루에 한 권 책 읽기(천 권 읽기)

   2) 읽은 책에 대한 독서 후기 작성하기

   3) ‘책 쓰기’에 관한 책 읽기

   4) 책 쓰기


   이렇게 대략 6개월에 걸쳐서 실천하고 나서야 내가 쓰려고 하는 책의 초고를 완성하게 되었다.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를 무한 반복하고, 어렵게 작성한 글을 통째로 삭제한 것은 수백 번, 수천 번은 되었었다. 막상 초고를 다 썼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대로는 조금도 책이 될 만한 수준의 글이 아니다. 아예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할 것 같다.’라는 생각도 했었다. 아예 완전 삭제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던 것도 그때였다. 그 이후에도 수없이 새로운 내용을 넣고, 기존 내용을 삭제하는 수정 작업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끊임없이 반복하기를 거의 1년 동안 진행한 끝에 마침내 첫 책 서비스를 파는 남자는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서점에 가서 ‘책 쓰기’에 관한 책을 찾아보면 수십 권, 아니 수백 권이 있다. 우리나라에 책 쓰기에 관한 책이 이렇게나 많았나 놀랄 정도다. 서점에서 그렇게 선 채로 몇몇 책들을 두루 살펴보다 보면 의외로 비슷한 내용이 겹치는 것을 알 게 된 때도 있지만, 또 어떤 책은 지금까지 내가 몰랐던 참신한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그럴 때면 혹시 다른 사람에게 들키는 것을 걱정하는 어린아이처럼 두근대는 마음으로 얼른 사 가지고 집에 오곤 했었다.

  책 쓰는 방법이 어디 책뿐일까! 요즘엔 이에 관한 관심도 부쩍 늘어나서 전국 방방곡곡 어느 지역에서도 책 쓰기 강좌라든가 책 쓰기 모임도 있다. 나아가 온라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유튜브’를 통한 교육이라든가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서도 찾아보면 얼마든지 좋은 교육이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을 택하는 것이 더 나은가!’ 하는 기술(Skill)적인 것보다는 ‘내가 얼마나 간절한가, 그리고 얼마나 노력할 수 있느냐’하는 정신(Mind)적인 부분에 달려 있다.

  나는 책을 쓰는 가장 좋은 방법을 다음 세 가지라고 정의한다.     


   1. 매일 책을 읽을 것.

   2. 매일 글을 쓸 것.

   3. 깊이 있게 생각할 것.


   처음부터 이 세 가지를 작정해서 실천한 것은 아니지만 막상 실천하고 보니 결국에는 이 세 가지가 다였다. 매일 읽고 쓰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결국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의도한 것도 아니었지만 나도 모르게 책 쓰는 방법을 스스로 연습하고 있었다. 굳이 누군가가 나에게 일부러 당송시대 구양서를 언급하면서 책을 쓰기 위해서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는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해서 그대로 실천했을 리는 없었을 텐데 말이다.


   지금까지 ‘책 쓰기’에 관한 일련의 경험을 해 본 결과, 누군가 나에게 ‘책 쓰기’란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못 하는 것.’

   이렇게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간하고 나서야 비로소 ‘책 쓰기’에 관해서 ‘누구나-아무나 법칙’이라고 이름 붙였고 책에 관해서 대화하게 되면 항상 이렇게 말하곤 한다.

  '글을 쓰고 싶다면 종이와 펜 혹은 컴퓨터 그리고 약간의 배짱만 있으면 된다.'

  이 말은 20여 년 넘게 작가 지망생을 가르쳐 오고 있는 로버타 진 브라이언트의 말이다.

  단 한 번의 확고한 결심과 느리지만 꺼지지 않는 열정과 거기에 더해 약간의 배짱만 있다면, 당신도 멋진 작가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그렇다면 이제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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