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퍼스트 펭귄이 될 지어다!
어릴 적 초등학생 시절에 교과서에서 읽었던 소설 중에 너대니얼 호손의《큰 바위 얼굴》이 있다. 지금은 학교에서 배우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남북전쟁 직후에 어니스트라는 한 소년은, 어머니로부터 마을에 있는 바위 언덕에 새겨진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자가 태어나 마을을 빛낼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라는 전설(傳說)을 듣게 된다. 어니스트는 자신이 성장하는 동안에 반드시 그 인물을 보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니스트는 평생 돈 많은 부자(개더 골드), 전쟁에서 승리한 유명한 장군(블러드 앤드 선더), 말 잘하는 정치인(스토니 피즈), 글을 잘 쓰는 시인, 이렇게 총 네 명의 '큰 바위 얼굴'과 닮은 자를 만나게 된다. 사람들은 매번 '큰 바위 얼굴'과 닮은 자가 나타났을 때마다 그가 진짜 '큰 바위 얼굴'이라고 열광하면서 믿음을 갖지만, 이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실망하게 된다. 많은 시간이 흘러 어니스트가 백발노인이 되었을 때 마을 사람들은 그제야 '어니스트'가 진짜 '큰 바위 얼굴'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누군가 자신의 삶에 있어 존경하는 사람을 가리켜 자신만의 '인생 본보기(Role Model)로 삼게 되었을 때 흔히들 이처럼 '큰 바위 얼굴'이라고 표현한다. 오랫동안 자신이 꿈꿔왔던 모습을 바라보고 그와 같은 삶을 살고자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교훈이다. 만약 당신이 수많은 책을 읽던 중에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 책에 대한 감동과 함께 그 책을 쓴 작가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곧 당신의 '롤 모델'이자 '큰 바위 얼굴'이 된다. 그가 시를 쓰는 시인이든, 소설을 쓰는 소설가든, 에세이를 쓰는 에세이스트인지는 관계없다. 오로지 당신이 감동을 받은 책과 그 책을 쓴 작가에만 관심을 집중하면 된다.
'글을 못 쓰는데 어떡하지?'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글이란 것을 써 본 적이 없는데?'
'내 이야기는 너무도 평범해서 아무도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거야.'
'이런 작가들은 처음부터 엄청나게 글쓰기를 배운 사람들이잖아. 나와는 달라.'
대부분의 사람이 '글쓰기'라고 하면 지레짐작 겁부터 먹게 된다. 의사, 변호사, 선생님들처럼 작가라는 것은 해당 분야에 수십 년 동안 공부한 사람들만이 얻을 수 있는 '특화된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어느 날 하룻밤 사이에 뚝딱뚝딱 몇 글자 적는다고 해서 베스트셀러 책이 만들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글 쓰기'를 하는 목적이 처음부터 '베스트셀러'작가가 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나만의 글 쓰기'는 내가 살아온 경험, 내가 배운 것들, 오로지 나만 알고 있는 사실들. 그런 것들에 약간의 상상력을 더해서 '나'라는 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아무리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더라도 그는 '내 이야기'를 절대로 쓸 수가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작가가 되기로 운명 지어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렇게 자신이 들려주고 싶었던 인생 이야기를 생각하다가 첫 작품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새로운 삶의 경험이 그러하듯, 뭐든지 처음 하게 되는 것에는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이다. 다만 그 첫 시도를 얼마만큼 슬기롭게 극복해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자기계발 서적을 읽다가 '첫 번째 펭귄(퍼스트 펭귄)'에 관한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퍼스트 펭귄'은 바로 이런 뜻이다.
퍼스트 펭귄(펭귄 효과) : 펭귄들은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데 먹잇감을 구하러 바다에 들어가야 하지만 바닷속에는 바다표범과 같은 천적들이 있어 빙산 끝에서 눈치만 보고 모여 있다가, 바다로 뛰어드는 첫 번째 펭귄을 따라 나머지 펭귄도 바다로 뛰어들게 된다. 퍼스트 펭귄은 위험한 상황에서 먼저 도전하는 용기를 내 다른 이들에게도 참여의 동기를 유발하는 선발자를 가리킨다. (에듀윌 시사, 상식)
당신이 책을 즐겨 읽고, 사랑하고, 감동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당신은 충분히 작가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있다. 아니 자질뿐만 아니라 글을 쓰고 책을 써야만 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책을 사랑하는 당신은 단지 책을 읽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를 써서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지금 책 읽기를 충분히 즐기고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앞서 말한 펭귄 무리 속에서 뛰어들 기회를 찾고자 애쓰고 있다. '누가 먼저 바다로 뛰어들 것인가?'를 더 고민할 필요는 없다. 오늘부터라도, 아니 지금부터라도 손에 펜을 쥐든가 아니면 노트북에 전원을 켜보는 게 어떤가? 또 누가 알까? 당신이 진짜 최근에 가장 핫한 트렌드인 '펭수'와 같은 또 하나의 퍼스트 펭귄이 될 것인지 말이다.
만약 당신이 처음으로 당신만의 책 쓰기를 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주의할 점이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당신의 독자는 누구인가?'를 생각하는 점이다. 많은 초기 작가들이 첫 번째 책 쓰기에 도전할 때 가장 큰 착각을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쓴 글에 자아도취 되어 모든 사람이 당신의 글을 좋아하게 될 것이며, 곧 베스트셀러에 오를 것이라는 착각이다. 물론 그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책 쓰기에 임하는 것은 좋다. 훌륭한 자세다. 다만 그런 중에도 반드시 인식해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생각해서 글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정글만리》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조정래 작가는 글을 쓰는 자세에 대해서 이런 말을 하였다.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마라. 최선이란 말은 나 자신의 노력이 나를 감동하게 할 있을 때 비로소 쓸 수 있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편 대하소설을 쓰면서 조정래 작가는 자신의 글자 하나, 문장 한 줄을 쓰면서 얼마나 고민하고, 치열하게 썼는지 묻어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우리가 조정래 작가처럼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쓸 수는 없다. '아무리 유익한 책이라도 그 반은 독자가 만드는 것이다'라는 볼테르의 명언처럼 책이라고 하는 것은 먼저 자기 자신이 감동해야 하고, 내 주변 사람 중 한 명이라도 내가 쓴 글을 읽고 진심으로 행복해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당신의 책이 이미 그런 수준이 되었다고 한다면 그다음부터는 책은 스스로 당신의 분신이 되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