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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May 16. 2024

그렇고 그런 날

날이 개이니 유치원 병아리들이 선생님 손을 잡고 오종종 나들이를 나왔다.

들쑥날쑥하는 기온에 좀체 장단을 못맞추겠다. 어제는 으슬으슬 찬 기운에 사무실에 비치해 둔 가디건까지 겹쳐 입고 퇴근했다. 그 여파로 오늘 출근길에는 긴팔 셔츠에 사파리까지 걸쳤더니 이내 등어리에 땀이 배여 되돌아 가서 하늘하늘 얇은 옷으로 갈아 입었다.

 

야질궂은 잦은 비에 이대로 오던 봄이 되돌아 갔나 싶더니 쨍한 소식들이 봄볕으로 내리쬔다.

그럴만한 사람이 그럴만한 책을 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푸른 이파리를 펼치고 환하고 반기는 채소를 바라보는 까맣게 그을린 농사꾼의 미소를 본다. 초코릿은 암만 주름이 깊게 패여도 달콤하다. 어김없이 작년에 날아들었던 진딧물이 끼지만 근육질의 팽팽한 이파리를 당해내진 못한다,

그럴만한 사람이 아닌데 궂은 일에 뛰어든 사람에게서도 반가운 소식이 당도했다. 뭐든 스스럼없이 팔 걷어부치고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다. 하늘이 푸르니 구름이 솜사탕처럼 말캉하니 시리도록 눈부시다.


뜬금없지만 '골프치기 딱 좋은 날'이다.

어제 비로 먼지 벗겨진 잔디는 푸르디 푸르게 꼿꼿할테고 멀리 트인 시야는 마음 먼저 드라이버 샷를 날린다. 푸른 창공을 가르고 구름 위에 얹혀질듯한 굿샷일테다.

뭐니뭐니 해도 골퍼의 로망은 홀인원일텐데 그게 뭔가 싶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파 3홀에서 단 한번의 샷으로 홀컵에 공이 떨어지는 드문 일. 행운이라고도 하고 평생 한번 하기 힘들다고는하지만 아마츄어 골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단 잊지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홀인원 확률은 약 1/12000 이며, 싱글 핸디는 1/5000 이고, 프로 골퍼도 1/3500이라는 것 말이다.

이 확률은 어림없는 샷으로는 절대 홀인원을 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최소한 골프공을 홀컵 근처에 떨어뜨려야 홀인원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아마츄어에게는 1만2천번이 프로골퍼는 3500번 중에 한번으로 줄어드는 이유다.

나는 골프 입문 3년 만에 싱글 핸디와 홀인원을 해치웠다. '해치웠다'는 표현은 옳다. 취미로 삼을 경제적 여력도 없었거니와 여가로 즐길만큼 여유롭지도 않았다. 절박하면 집중하고 집중하면 성과는 나게 마련이다.


건성으로 치면서, 홀인원한 골퍼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한다면 그 확률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실력을 키우든, 끊임없이 도전하든 둘 중 하나는 해야한다. 인생이 그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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