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것보다는 마른 것에 월등한 가치를 부여하는 시대임을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날씬한 몸매를 원하십니까?'라는 20년도 더 된 카피는 얼마나 뇌리에 박혔는지, 아직도 음성지원이 된다.
사람의 마음이 못된 걸까 아니면 욕망이라는 게 원래 모순을 동시에 원하는 걸까. 음식의 홍수와 먹방의 북새통에서 탄탄하게 운동으로 다져진 몸에 대한 욕망은 더 선명하게 타오른다. 너무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먹는데, 동시에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 동경의 대상이 된다.
우리가 사는 시대에서 운동이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 '난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탄하고 멋진 몸을 가지고 있지!'라는 상징인 걸까. 오늘도 SNS에는 하늘하늘한 몸으로 지옥 같은 필라테스를 우아하게 즐긴 후, 보란 듯이 열량이 폭발하는 식사를 즐기는 일과를 보여주는 사진이 줄을 잇는다.
그녀는 말한다. "아니, 난 그냥 건강을 원해"
그런 이 세상에 유쾌하고도 호탕하게도 김민경, 일명 민경 장군 나타났다. '오늘부터 운동 뚱'이라는 이름으로! 먹는 것이 세상 제일가는 즐거움이며, 뷰 중의 뷰는 슈퍼가 보이는 슈퍼뷰라는 그녀. 음식을 포기할 생각 같은 건 애초에 없다. 오직 먹고 싶은 만큼 맛있는 음식을 오래오래 건강하게 즐기기 위해 운동할 뿐이다.
김민경은 우아하게 필라테스에 임하지 않는다. 치열하게 해낼 뿐이다. 그리고는 유유히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또 떠난다. 메뉴가 고민될 때는 둘 다 시킨다. 어차피 먹고 싶은 것은 결국에는 참을 수가 없으니까.
그녀는 말한다. "아니, 난 그냥 건강을 원해"라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에게 용서받는다. 운동 후 달콤하게 즐겼던 맥주 한 잔에 대한 죄책감을. 그리고 위로도 얻는다. 어쩐지 남에게 보여주기 좋은 몸을 위해 운동을 해야만 할 것 같았던 의무감을 내려놓아도 좋다는 걸.
바디 포지티브 그리고 라이프 포지티브
김민경이 웨이트 트레이닝과 종합 격투기에 이어 콕 집어 '필라테스'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곳에서 밝힌 바 있다. "날씬하지 않아도 필라테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그렇게 운동뚱이 쏘아 올린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특정한 체형과 몸무게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몸 자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오늘도 남의 기준,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 잊지 말라고 말해준다.
모두가 따르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스스로가 생각하는 본질에 집중하는 삶은 언제나 아름답고 멋진 법이다.
사실 우리는 다 알고 있다. 방울토마토와 그린스무디, 닭가슴살 등으로 만들어진 식단 위주로 살아가기엔 즐기고 싶은 게 너무 많다는 걸. 식욕은 참아낼 수 없는 인간의 3대 욕구라는 걸. 땀 흘리며 살아낸 하루 끝에 마시는 맥주 한 잔이 마음을 달래준다는 걸. 내가 하고 싶은 걸 즐길 때 제일 즐거울 권리가 나에게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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