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LEBREAKER 32. 가브리엘 코코 샤넬
내 주변 사람들은 다 안다. 내가 첫 취직 후 돈이 좀 모이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샤넬백'을 산 일이라는 걸. 잔고를 확인하자마자 백화점으로 직행했었다. 나는 아는 것도 별로 없었지만, 성공한 선배들의 어깨 위에 걸려있던 샤넬백이 그렇게 의미심장해 보였다.
그때로부터 10년도 더 지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샤넬백을 향해 달린다. 샤넬백 가격이 오르기 전, 백화점이 문을 열기도 전에 줄을 서서 대기하던 사람들. 뉴스 속에서 사람들은 샤넬백을 향해 달렸다.
비싸고 유명한 다른 핸드백들도 많지만, 샤넬백에는 뭔가 좀 특별한 게 있다. 무엇이 샤넬을 이토록 특별하게 만드는가. 지루한 대답 같지만, 정확하게 그 답은 창립자 가브리엘 코코 샤넬의 인생에 있다.
샤넬은 최고의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지만, 여타 럭셔리 브랜드와는 좀 다르다. 에르메스나 루이비통 같은 대부분의 럭셔리 브랜드가 귀족의 호사스러운 삶을 만족시키기 위해 출발한 것과 매우 다르다. 샤넬에는 '귀족적 아름다움'의 공식을 깨는 혁명의 정신이 살아 꿈틀거린다.
지독히 가난했던 샤넬은 호사스럽고 귀족적인 아름다움의 개념을 완전히 바꾸기를 꿈꿨다. 노동자의 옷감으로만 치부되던 저렴한 저지와 트위드로 우아한 드레스를 만든 것. 진짜 보석이 아닌 에나멜, 모조 진주, 유리로 만든 인조보석으로 코스튬 주얼리 문화를 창조한 것. 모두 샤넬에 의해 패션계에 새로 탄생한 개념이며, 현재까지 원형을 거의 그대로 간직한 채 사랑받고 있다. 그녀는 비싼 것들이 값진 것이 아니라, 우아한 것이라면 뭐든지 값진 것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녀는 아름다움의 고정관념에 대한 틀을 부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여성의 역할을 제한시키고, 활동을 가로막는 낡은 고정관념을 우아한 패션으로 박살낸 것이다.최초로 여성복에 바지를 도입하고, 허리라인을 강조한 코르셋 실루엣을 부정하여 조임이나 밀착이 없는 새로운 실루엣을 만들었다. 여성에게 두 손의 자유를 선사하는 핸드백의 어깨끈을 처음 단 것도 샤넬이 최초다. (그것이 전설적인 샤넬 2.55백이라는 사실!)
샤넬은 애초에 어딘가에 자신을 끼워 맞추고 싶은 생각 같은 건 없었던 사람이다. 지독히 가난한 탓에 고아원과 수녀원을 전전하며 자랐지만, 누구보다 성공을 원했고 야망을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래서 많은 유명인들의 삶이 그러하듯, 샤넬의 삶도 수많은 어록을 남겼지만 나는 이 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지금까지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자신의 삶을 창조했다'는 그 당찬 말.
만약 샤넬백을 향해 달린다면, 자신이 원하는 삶을 향해서도 달려야 한다. 삶을 둘러싼 틀 중에 거추장스러운 것들이 있다면 그것을 내 삶 밖에서 밀어 낼 용기.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사회가 규정한 획일적 성공에 끼워맞추지 않는 과감함. 마치 지금이 마음에 들지 않아, 새로운 삶을 살기로 작정한 샤넬처럼 말이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에게는 더 많은 샤넬이 필요하다. 단지 화려하고 값비싼 가방이 아닌, 오늘을 내 것으로 살아가는 그 무언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