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십대의 반란 Jul 23. 2023

여행자로 참여한 리옹의 국제학회

 해외학회, 새로운 종류의 여행.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국제 학회.

여기에서 연구발표 2개를 하기 위해 밴쿠버에서부터 날아왔다.


해외 학회는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로부터 새롭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라는 장점이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적지 않은 것들을 얻고

어버렸는데


해외학회 참석은 내가 즐길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축제적인 행사같다.

리옹에 가기 전에 몇 시간 들른 파리.

이런 새로운 경험은 나를 보호해준다.


경험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맥락에서 '꼰대'의 탄생은 입력(input)이 줄면서 시작되는 것 같다.


일단 나이와 연공서열 문화, 그리고 한글이 가진 존댓말 의 전통으로 인해서 사회 전체적으로  상하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조직 내에서도 직급이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의 발언권은 보통 상급 관리자들에 비해 현저히 적은 편이다.


이런 문화 속에 있다보면, 시니어 관리자들은 아래로부터의 목소리를 구조적으로 잘 못듣지 못하게 되고 자신의 생각안에 갖히기  쉽게 된다.


국제 학회 점심 시간


런 문화를 생각해 볼 때

 이른 나이에 은퇴를 해서 이렇게 박사과정의 학생으로 해외 학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나를 위해 참 좋은 일이다.


이곳에서는 새로운 목소리와 의견을 수평적으로 들을 수 있다.


이제 갓 서른이 된 발표자들도 나를 새로운 친구라고 표현을 한다.


이런 문화 속에서는 아랫사람이 다 해주는 '생활바보'가 될 확률도, 내가 일방적으로만 말하는 '꼰대'가 될 확률도 적어진다.


국제학회, 다양한 국적의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는 자리.


학회는 좋아하지만,

역시 밴쿠버에서 캘거리와 파리를 거쳐, 리옹까지 오는 길은 멀었다.


그리고 유럽에 폭염이 덮쳐서 프랑스 리옹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더웠다. 예전에 그렇게까지 더위가 심하지 않은 탓인지, 지하철에는 에어컨이 없었고, 학회가 열리는 학교에도 선풍기 조차 구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카페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없었고, 시원한 음료 자체가 많지 않았다.


Lyon, France

그런 학회에서 발표 준비를 하다보니 결국 발표 하루 전날 목소리가 쉬어 버리는 참사가 벌어졌다.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영어로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 앞에서 15분간 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


머리 속에서는 계속 '포기해라 포기해라'라는 메아리가 들려오고, 실제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엄연히 논문 심사를 통해 티오를 내가 잡아먹고 왔는데, 이렇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사정을 이야기하고 발표를 했다.


학회장에 가는 내내 불편했던 마음과,

반대로 마지막 15분을 채우고 난 뒤의 안도감이란..


학회가 끝나고 난 뒤 마시는 아메리카노. 뤼미에르가 처음 영화를 상영한 카페 자리가 여기 있다.


거의 탈진에 가까운 몸으로

프랑스의 작은 편의점에서 바케트를 사서 호텔로 돌아와  창밖으로 낯선 프랑스의 거리를 보며 빵을 먹었다.


이런 상황이 예전에는 이불킥을 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지만, 부끄러움 보다는 웃음이 났다.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이런 모험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도저히 경험하지도, 아니 도저히 상상하지도 못할 경험이었으리라.


나이들어서 하는 공부의 장점은 이러한 새로운 기회에 감사할 수 있다는 점에 있고,


또 내가 하는 공부나 발표나 내 삶의 일부만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고 한다는 점에 있는 것 같다.


Lyon


예전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 기억력과 지적 능력이지만,

내가 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을터이기에,

우리가 나이 들어가며 겪게 되는  단조로운 생활의 방식에 조금의 상상력을 더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두 번째 발표를 준비한다.


결과보다는 과정 자체가 새롭기 때문에

이런 혼돈의 상황 자체가 싫지가 않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수많은 여행을 해 왔지만,

이런 종류의 여행은 진정 처음이다.


그래서,

이런 기회가 가능하고다는 점에,

이렇게

 한 생에 두번의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한다.



작가의 이전글 또 다른 형태의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