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존기자 이름을 딴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다양한 나라에서 유학을 오는 서구에서
어린 학생들과 함께 하면서
가장 놀라왔던 순간은
시간을 잘 때울 요량으로
수업시간에 1987의 티저를 보여줄 때였다.
"아 잘 때웠다"라는 나의 안심과는 다르게
수업이 끝난 뒤, 그리고 그 뒤 이메일을 통해서
중국, 이란, 인도, 파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너무 큰 관심을 보였다.
많은 나라에서 독재에 저항하고
민주화를 요구하지만 거의 대부분 임계점을 넘지 못했는데,
이들은 똑같이 식민을 경험한 한국에서 그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 위에 더해진 한류는 이들에게 대한민국을 더 힙하게 보이게 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이 이루어낸 민주적 가치를 확산하고 연대한다는 취지의 이 상은 그래서 그만큼 가치가 있다.
이 상의 모태가 된,
영화 <택시 운전사>를 통해 잘 알려진 독일 기자 힌츠페터는
언론이 통제되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모르는 광주에 잠입해,
광주 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
그는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그의 유지에 따라 그의 신체 일부는 광주에 묻혀 있다.
올해 세 번째를 맞는 이 상은 세계 곳곳에서 사선을 넘나들며
시민의 알권리와 권력에 대항하여 싸우는 기자들의 기록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이 상은 그의 정신을 기리면서 세계의 기자들과 연대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자리이고,
독재와 권력과 싸우는 많은 나라들에게서는 희망을 확신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한국의 민주적 가치는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일 수 있으나 어떤 이들에게는 오지 않은 미래이자 피로 얼룩진 진행형이다.
지금껏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만들고, 한류를 소프트파워로 사용하려는 수많은 노력들이 있었고, 그 가치가 수조원이라는 보고서들이 있었다.
소비천국이라는 북미의 대형매장에서,
품질이 나쁘지 않은 수많은 저가의 브랜드의 티브이들이 팔려나가는 것을 보면, 나라의 미래가 걱정될 때도 있다.
나도 영상을 했던 사람이지만 차이도 잘모르겠고,
또 기술대중화의 시대에 그 차이가 그만큼 중요한가도 싶다.
그래서
감성적 문화 소비 시대에 저들 제품과 다르게 우리가 강조해야할 지점은 우리나라 제품에 내포된 사회문화적 가치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사회문화적 힘은 정치인들이 연예인을 대동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계속 퇴행하는 정치를 보면서,
국가브랜딩 위원회의 주장을 그대로 돌려준다면,
내년에
정치 구악들을 몰아내는 잠재적 경제 가치가 수조원에 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