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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의 반란 Jan 28. 2024

캐나다 유학의 분수령을 지나서

졸업시험을 통과하고 박사수료가 되다.

회사를 나오고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자 노력한 지난 5년.


그 야심찬(?) 기획의 화룡점정은 느닷없이 외국에 나가 박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과정의 고단함을 몰랐고,

외국 여행과 학업이 하나가 되는 새로운 형태의 여행에 끌렸으며,


이른 나이부터 나이를 논하는 문화도, 부동산에 발목을 잡히는 삶의 궤적도 ,성공의 공식화된 삶도, 그리고 권력을 위한 삶도 나와 맞지 않았다.


그렇게 새로움을 찾아 3년 전에 시작된 캐나다 유학생활.


학교로 늦게 돌아와 시작한 박사 생활은 좋은 점도 많고 알지 못한 힘든 점도 많았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탓에 학습 속도는 몇 배가 걸렸고,


새로운 디지털 툴은 처리해야 하는 정보와 지식의 양을 대폭 늘려 놓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감퇴하는 기억력과 체력은 크나큰 부담이었다.


책 50권을 읽고 난 뒤 1만자의 에세이와 구술시험으로 구성된 졸업시험.


그 길고 힘들었던 과정을 이번 주 마무리했다.


그 과정 속에서 작년 가을 두 개의 논문이 국제 저널에 실렸고,  


올 해 국제학회에 제출한 논문이 통과되어

이번 여름 호주로 발표를 하러 가게 되었다.


"지금도 이게 가능했구나"를 스스로도 믿기지 않아서 생각하다가 보니,


공부라는 과정이 수많은 변수가 뒤범벅된 세상에 비해

가장 정직하고 직관적인 것이라는 것을 체감하고 있어서


그렇게 오래 앉아있었어도, 그렇게 힘들었어도

참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지나보면,

20대에는 사랑으로 흔들거렸고,

30대에는 원하는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 좌절 했고,

회사에 들어가서는 사람들과의 수많은 관계가

내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가 그러하듯 경험했다.



그런 복잡한 세상에 비해,

이 길은, 세상의 그 많은 번뇌와

예측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 마음으로 본다면, 지금 넘어선 이 봉우리는 나의 세월들이 켠켠히 쌓인 하나의 이정표 같다.


나와같은 길이 아니더라도

국내에서 그리고 외국에서

누군가 막연한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면,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셨으면 좋겠다.


현실에서 좋든 싫든 상황은 늘 우리에게 주어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그 상황 자체를 바꿀 수 있기 보다는,


막연하지만 한땀 한땀 하루를 꿰어 나갈 수 있는

일상에 있는 것 같다.


이제 또 하나의 막연함을 주는 학위 논문이 하나 남았다.


피곤함이 몰려오지만,

이런 막연함은 다른 시각으로 보면,

그 뒤에 어떤 모험이 기다릴 지 모르는

지나보면 언제나 극적인 변화의 순간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방향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보천리(牛步千里)...

"소의 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나의 길이 해피엔딩인지는 모르나,

그렇게 재미없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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