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명암이 있다. 그래서 모험은 계속된다.
한국을 떠나온 지 4년 차.
뒤 늦게 시작한 박사 과정도 긴 여정 끝에 올해에 끝이 날 것 같다.
늦게 시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지난 주말 밴쿠버에서 멀지 않은 휘슬러에서 보드를 타고 왔다. 20대 초반에 시작한 보드는 내 소확행 중 하나로 캐나다 오기전까지 어느덧 25년의 겨울 시즌을 보내왔다.
하지만, 3년 째 운동을 안한 노구로 탄
지난 주말의 스노우보드는, 내가 얼마나 나이가 들었는 지, 그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힘들고 무서운 도전이 될 수 있는 지를 보여주었다. 아직도 온몸이 무겁다.
몸으로 하는 취미가 이러할진데, 머리로 하는 공부는 어떻겠는가?
어제 밤 보았던 내용이 생각이 안나는 정도가 아니라,
어제 내가 책을 봤다는 사실 조차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더 많은 유혹을 물리쳐야 하며, 더 많은 용기를 내야 한다.
이렇게 살다가 보니,
좋은 국제 저널에 3편을 등재하고, 적지 않은 돈의 캐나다 통신회사가 주는 펀딩도 받았다. 국제학회에서 발표도 지난 2년동안 7개를 했으니 적은 양은 아닌 것 같다.
지금 나이에 느끼는 용기라는 것은 예전의 만용과 도전정신과는 다른 것 같다. 이 정도 살아오다 보니, 내가 잘 보이고, 나라는 본질을 떠난 것이 재미가 없어진다.
지금은 이십 대의 나처럼, 핵심이 아닌 외적인 것이나, 비본질적인 것과 씨름하지 않는다.
지금은 박사를 마치는 것이 내 삶의 목표이고, 이것을 마치고 해야할 일이 있기 때문에,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을 뿐이고, 저 멀리 돌아가지 않을 뿐이다.
그 돌지 않는 시간만큼을, 방황할 시간만큼을 더 쓸 수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 같다.
캐나다에 적성에 관계없이 영주권을 받거나, 학비를 감면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서 들어오는 루트가 있다.
그런게 가능할지라도
나이가 들수록 비본질적인 부분에 돈과 시간을 쓰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선진국에서 사는 것은 본디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든다.
그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핵심이,
내가 해보고 싶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정수가 만약 없다면
하루하루를 사는 느낌은 분명 다를 것이다.
4년을 살아보니,
이곳은 우리가 없는 무수한 문제점이 있는 나라이다.
자녀의 교육이 목적이라면 더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이 곳에 오려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 지, 그 본질이 중요한 것 같다.
그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나이를 따지지 않고, 노력한 만큼의 새로운 기회를 주는 공간이라는 점은 그 단점을 상쇄한다.
이렇게 앞을 알 수 없었던 하루도 무사히 마쳤다.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