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출발, 청량리역과 양평역 등 경유하여 강릉역 도착하는 KTX
서울역이다. 스토리웨이에서 생수 한 병을 샀다. 강릉행 9시 55분 KTX이음이 어느 플랫폼인지 확인하기 위해 전광판을 봤다. 14번 플랫폼이다. 전광판 아래는 서울을 떠나기 위해 나가는 사람과 서울역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통로에 혼재된 채 움직인다. 캐리어를 끌고 있는 사람, 백팩을 메고 있는 사람, 아무것도 들지 않은 사람 등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물 흐르듯 움직인다.
강릉행 기차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육중한 몸매의 기차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자체로 듬직하다. 매주 서울역과 동대구역을 오갈 때 그 위용을 보며 멋있다는 생각을 해 왔다. 그동안 탔던 KTX와는 외부디자인이 완전 다르다. 색깔과 크기가 더 안정감을 주면서 마음이 끌렸던 기차였다. 내부를 기대하며 차에 올랐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의자가 모두 정배열이다. 실내 인테리어 색이 밝다. 내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의자 간격도 일반 KTX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더 넓다. 내가 탔던 서울과 동대구를 오가는 KTX에 비해서 여러 점에서 더 좋다. 멋지고 듬직한 외관에 쾌적한 실내, 기분이 좋아진다.
움직인다. 비축한 힘을 조금씩 내면서 속도가 빨라진다. 몇 분 후에 한강이 보인다. 한강의 도도함을 옆에 두고 기차는 달린다. 한강 변의 자전거 도로도 보인다. 익숙한 풍경이다. 인천에서 양평까지 라이딩할 때 여러 차례 자전거로 달렸던 길이다. 청량리역에 도착했다. 여러 사람들이 의자 사이 통로를 지나간다. 비어 있던 내 옆자리에도 주인이 찾아든다. 상봉역을 지나 빠른 속도로 달린다. 터널과 터널이 연속이다. 남한강 풍경을 볼 수 있나 했던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10사 47분경에 양평역에 도착했다. 양평역에 도착하기 전에 두물머리를 지날 때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풍경이 보였다. 그나마 위안이 됐다. 좌석 예매를 할 때 우측 창문 쪽 좌석을 예약한 이유가 청량리에서 양평 갈 때 한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나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자전거 라이딩할 때 봤던 풍경을 회상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계속된 터널을 지나 둔내역에 도착하기 전에 몇 분간 산과 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산과 산 사이에 작은 시내가 흐르고 논에는 비닐하우스들이 농경지를 덮고 있었다. 잠시 정차 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터널과 터널 사이사이에 산들이 보인다. 숲이 우거져 검록색의 나뭇잎이 건강미가 느껴진다. 다음 정차역인 평창역에 도착예정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진부역을 지날 즈음에 터널을 벗어났을 때 산의 어깨 부분까지 구름이 내려앉아 있었다. 대관령에 가까워질수록 지대가 높아짐을 알 수 있다.
이제 대관령터널을 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긴 기차터널이라고 한다. 길이가 21.755km이다. 속도를 줄이는 것 같다. 기차의 덜컹거림과 소음이 적어진다. 다시 속도가 빨라지는 듯하다. 도착 시간까지는 10여분 남아 있다. 21km가 넘는 터널 안이라고 하기에는 편안한 주행이다. 잠시 터널이 끊겨 빛과 하늘이 보일 때는 귀가 먹먹하기도 했다. 대관령 터널을 빠져나온 듯하다. 강렬한 햇빛이 기차창으로 들어온다. 가까이 민가가 보이고, 멀리는 높게 솟아 오른 산이 병풍처럼 버티고 있다.
대관령 넘어 동해안 쪽은 비가 오지 않았나 보다. 시냇물의 물이 맑다. 둔내역을 지날 때 보였던 냇가의 물은 뿌였었다. 바다가 보일 듯도 한데 보이지 않는다. 넓게 펼쳐진 들판과 군데군데 집들이 모자이크 모양으로 정겨운 풍경을 그리고 있다. 잠시 후에 종착지인 강릉역에 도착 예정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있다. 나도 짐을 챙겨야겠다. 처음 타 보는 강릉행 기차 KTX이음의 승차경험은 새롭고, 색다르고, 유쾌했다. 강릉여행 시작부터 즐겁다. 쌩유 KTX 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