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쉬어라고 경고할 때는 쉬어야겠다
지난 금요일 저녁,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입술이 갑자기 가려웠다. 손등으로 살짝 문지르니 우둘투둘한 작은 알갱이가 느껴졌다. '아, 또 시작이구나.' 입술이 부르트는 징조였다. 설거지를 마치고 아내에게 "자기야! 아시클로버 크림 있어?" 하고 물었고, 그녀가 약을 가져다주었다. 서둘러 발랐지만 이미 늦었다. 평소처럼 재빨리 대처해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설거지를 마치느라 대응이 조금 늦었다. 10여 분 만에 물집이 올라오고 진물이 살짝 새어 나왔다. 보통 가려움이 시작될 때 바로 바르면 증상이 잦아들었는데, 이번엔 속도가 너무 빨랐다. 몸이 피곤하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입술에서 가장 먼저 신호가 오는 걸 경험으로 알았지만, 그날은 나의 대응도 약간 늦었지만, 진행 속도도 빨랐다.
왜 이렇게 빠른 속도로 입술이 부르텄을까? 지난주 내내 일상이 빡빡했다. 출근, 운동, 모임... 쉬는 시간을 미루다 보니 피로가 쌓였고, 입술은 그걸 먼저 알려주었다. 나는 하얗게 덮일 정도로 두껍게 크림을 바르고, 스며들 때마다 반복했다. 잠자기 전에도 더 두껍게 발랐다. '내일 아침에는 괜찮아지겠지' 안도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토요일 새벽, 여느 때처럼 일어나 기도와 아침 일기, 가벼운 스트레칭과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파트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크림을 수시로 발랐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저녁식사를 하는데 테니스 클럽 총무에게서 전화가 왔다. "테니스 치러 안 나오세요?" 10여 일 전 가입한 클럽이었고, 나도 코트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 대부분 낯선 얼굴들 속에서 인사를 나누고, 복식 게임을 했다. 테니스는 재미있었지만, 게임 중에도 입술의 불편함이 신경 쓰였다. 크림을 발라도 진물이 멈추지 않았다.
주일 아침에도 루틴을 지켰다. 8시에 교회로 출발하여 예배와 봉사를 마치고, 부모님 댁을 방문했다가 집에 돌아오니 오후 6시가 넘었다. 아내와 저녁을 먹은 후 연희공원에서 맨발로 30분 산책하고, 골프 연습장에서 20분 스윙을 했다. 입술은 여전했다. '왜 안 낫지?' 신경이 많이 쓰였지만, 약을 바르는 것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월요일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루틴을 지키고, 6시 30분에 인천 집에서 출발해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바로 골프연습장으로 이동하여 골프 스윙을 40분 정도 했다. 오후 일과 중에 동료들에게 "저녁 식사 전에 테니스 칠까요?" 제안하니 그들은 흔쾌히 수락했다. 코트에서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스트로크와 발리가 잘 맞아 음료수 내기 게임에서 1등 했다. 흥이 올라 한 게임 더 하자고 했는데, 게임 중에 왼쪽 종아리 근육이 찢어져 통증이 왔다. 파열이었다. 그날 이후 오늘 토요일 오후까지 6일째, 치료 중이다.
돌아보니 입술이 부르튼 지난주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4일간의 일정은 숨 쉴 틈 없이 빡빡했다. 입술이 부르틀 때 이미 몸은 "쉬어!"라고 외쳤는데, 나는 그 경고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강행군을 선택했다. 왜 그랬을까? 습관 때문일까, 아니면 '조금만 더'라는 착각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바쁜 일상에 쫓겨 신체의 작은 신호를 무시해 왔다. 결과는 명확했다. 입술의 진물이 멈추지 않고, 결국 근육 파열로 이어졌다. 마치 몸이 "이제 그만!" 하고 일부러 꺼낸 최후의 카드처럼 느껴졌다.
근육 파열 후에는 절대적 휴식을 취했다.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은 방에서 하루 종일 쉬었고, 수요일과 금요일은 오전만 일했다. 그 덕에 회복이 빠르다. 입술도 진물이 완전히 멈추고 회복되었다. 가려움, 피로, 작은 통증... 이런 게 쌓이면 큰 문제로 번진다. 이 경험을 통해 배운 건, 몸의 신호를 빨리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쉬어라는 경고를 신속히 접수하고 몸의 신호에 순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