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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이 Jan 22. 2024

누구나 신규 시절은 있다.

직장, 적응, 기다림, 성장

시설팀장이 약간 상기된 얼굴로 신규직원을 데리고 왔다. 발령받은 지 5개월 남짓된 신규직원얼굴이 경직되어 있었다. 나는 일단 앉으라고 했다. 시설팀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과장님! 유 주무관 사직서 낸답니다.


결재판을 열어 사직서를 나에게 보여줬다.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그동안 시설팀에서  주무관이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사람을 통해 들었다. 가끔 어려운 상황을 목격하기도 했다. 5개월 전에 주무관이 발령받아 사무실에 왔을 때는 얼굴이 밝았다. 이야기를 해 보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보여서 듬직했고, 잘 적응할 것으로 생각했다. 간이 지날수록 얼굴빛이 조금씩 변했다. 때로는 시무룩해 보이기도 했다.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 자리에 오면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 이유에서 인지, 소소한 것으로도 내 자리에 자주 왔었다. 최근에는 잘 오지 않더니 사직서를 가지고 온 것이다.

  

시설팀 직원들과 공사 진행 현황 확인 및 협의를 위해서 가끔 현장 출장을 간다. 직원들이 차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대화 중에 주무관에 관한 내용도 매번 당골로 언급되었다. 시설팀장과  직원 말하는 내용은 비슷했다. 일하려는 의지가 없다, 해야 할 일을 며칠씩 가지고만 있지 진행이 되지 않는다 등 갑갑하다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나는 시설팀 직원들에게 말했다. 신규직원으로 일을 몰라서 그러  번이라도 자세하게 가르쳐 줘라고 했다.  주무관은 신규이지만 경력직으로 채용된 직원이다. 그렇다 보니 일처리에 대한 기대 수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직무내용이 다르고, 환경도 바뀌었으니,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누구든지 신규를 거치지 않은 직원은 다. 나는  주무관이 기본적인 인성이 나쁘거나 일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은 아닌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5개월 여가 지나고 사직서를 가지고 온 것이다.  주무관 본인도 더는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고, 시설팀장도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듯했다. 그렇다고 과장 입장에서 사직서를 바로 접수할 수는 없었다.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무관에게 이야기했다.

유주무관님! 오늘이 금요일이니까..... 토요일, 일요일 진지하게 한번 더 생각해 보고 진짜 사직서 내고 싶으면 다시 월요일에 다시 가지고 오세요.  


그렇게 돌려보냈다. 시설팀장은 사직서 접수해야 되는데 안 했다고 내 옆에서 시렁다. 직속상관 입장에서 사직서 가져왔다고 어떻게 한 번에 받을 수 있느냐.....  주무관이 큰 잘 못을 한 것도 아니니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설팀장을 이해시켰다. 그리고, 서를 접수한다 하더라도 최종 결재가 나기 전에 철회하면 지금 접수하는 게 의미가 없다며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설득해서 보냈다.

 

월요일 근무시간 시작 전에 주무관이 나에게 찾아왔다. 지난주 금요일보다는 얼굴이  았다.

과장님! 저 사직서 내지 않고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열심히 잘해야 한다.

 

나는 그를 격려하며 독려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 붙였다.


우리는 일하기 위해서 여기 와 있다. 내가 내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관계가 되지 않는다. 팀 내에서 팀원들과 관계되지 않으면 직장생활 힘들다.  


 주무관은 알겠다며 밝은 얼굴 팀으로 돌아갔다. 그런 후에 한 달여가 지났다. 그 이후에 시설팀장과 팀원들에게  주무관에 대해 몇 번 물어다.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자세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어제는  주무관과 둘이서  주무관이 담당하는 현장에 함께 출장을 갔다 왔다. 열심하고 있고, 더 잘하려는  주무관을 보면서 이제 사직서는 가져오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신규 시절은 있다. 적기에 적응하는 사람도 있고, 약간 늦게 적응하는 신규도 있다. 물론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일정 기간은 기다려 줘야 한다. 직원의 장점은 키워 주고 단점은 보완해 주는 조직이 성장하는 조직이요 잘되는 공동체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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