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샤 대학에 도착해 갈 즈음에 꽃집을 찾아 눈을 두리번거렸다. 조그마한 가게에서 잡화와 함께 꽃을 팔고 있었다. 꽃을 샀다. 윤동주 시비 앞에 헌화할 꽃이었다. 도시샤 대학의 정문은 소박했다. 캠퍼스 안쪽으로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빛바랜 듯한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들이 보였다.
윤동주 사망 74주기 시비 헌화식 때문인지 꽃을 들고 이동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그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 걸었다. 나의 발걸음은 윤동주 시비 앞에서 멈추었다.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었다. 족히 100명은 넘어 보였다.
윤동주 시비에는 서시가 한국어와 일본어로 세겨져 있다. 헌화식이 시작되었다. 기도와 내빈소개 후에 서시를 일본어, 한국어 순서로 낭독했다. 이어서 각자 준비해 온 꽃을 헌화하고 묵념했다.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숙연하고 진지해 보였다.
이 대학에는 노벨 물리학상 받은 졸업생도 기념비가 없다고 한다. 윤동주 시비를 세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력과 시간이 들었을까 하는 짐작이 들었다. 동주의 시가 일본 교과서에 실려 있음이 학교재단을 설득하는 근거가 됐다고 한다.
일본인들 중 일부는 자국 내에서 치안유지법 위반죄로 수감 중 사망한 식민지 청년 시인의 시비를 세웠고, 매년 헌화식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