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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ythingbut Nov 17. 2023

맛집을 찾아라

주말이 돌아오면, 습관처럼 인터넷을 뒤진다.


맛집을 찾기 위해서이다.


이번 주말에는 충주시내의 어떤 김밥집을 찾아냈다. 산나물이 잔뜩 들어간,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 김밥을 파는 곳이었다. 여행지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둘이서 세줄을 후루룩 먹어버렸다. 남편은 여섯 줄도 거뜬했다며 아쉬워했다.


아무튼, 휴대폰을 붙잡고 맛을 쫓는 일은 어떻게든 행해지는 하나의 절차가 되었다. 하루 두 끼를 먹어온 나날만큼, 치솟는 식욕만큼이나 반복되어 왔다. 


하지만, 무릇 검색이란 쉽지만은 않은 노동이다. 휴대폰 속의 작은 화면을 보다가 눈이 피로해지기도 했고, 무수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괜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고, 먹는 시간 못지않게 긴 시간을 소진하기도 했다.


그러다 검색하는 일이 귀찮아서, 맛집에 순위를 부여하는 앱을 쓰는 바람에 크게 낭패를 보기도 했다. 단짠이거나 맵기만 한 음식들이 주로 상위에 소개되는 되었고, 그것들은 영 나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ChatGpt'를 이용한다면 사정이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무튼 맛있는 걸 먹으려면 검색을 해야 했다.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 그 일은 근 몇 년 동안 성실히 이어져왔다. 결국에는 나름의 구체적인 방안들을 도출되었다.


1. 검색창에 자신이 무척 애정하는 맛집을 검색한다. 그곳에 다녀온 소감을 밝히는 말들 중에서 나와 비슷한 뉘앙스의 글들을 찾는다. 아무리 대중적인 입맛에서 비껴 나 있더라도, 신기하데도 나와 비슷 사람이 세상에 한둘은 존재한다. 보통 그런 글들을 쓴 이들의 입맛이나 취향은 나와 비슷한 데가 있기 마련이라서 화자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샅샅이 살피면 새로운 맛집들을 찾아낼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팔할이 낚시를 좋아하는 아니면 순수한 마음으로 맛있는 안주를 즐기는 아저씨들의 블로그라서 딱히 친분을 쌓지는 못하였다. 


2. 티브이를 시청하다가 보다가 아주 드물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맛집이 등장하면, 고이 저장해 둔다. 지방일 경우가 많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소비-세력과 월세가 치솟을 걱정이 없는 장소가 교집합을 이룬 덕분인 듯하다.  


3. (고전적인 수단인) 두 발을 이용한다. 대게는 엇비슷한 집들이 모여서 장사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만족스럽게 밥을 먹었다면 근처를 산책 삼아 어슬렁거려 본다. 그러다 보면 검색으로는 절대 찾아지지 않던 가게들이 눈에 들어온다.


기타. 남편의 맛집찾기력을 이용한다. 신기할 정도로 검색으로 웬만한 걸 찾아내는 재주가 있는 편이라서 유용하다. 그러고도 막상 가려는 곳에 가보고 싶은 맛집이 없다면 평양냉면을 검색하여 먹는다. 


이 정도의 노력이면, 어느 동네를 가나 미각이 즐거워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 관한 어떤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심심하다는 표현자체를 동의하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슴슴한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 외국의 음식을 먹더라도 현지화시킨 맛보다는 외국인 셰프가 직접 운영하는 집들의 맛을 좋아한다는 것. 고기는 토시를 좋아한다는 것. 밀가루보다는 메밀을 좋아한다는 것. 캡사이신보다는 숙성으로 얻어진 매운맛을 좋아한다는 것. 대중적인 입맛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 등등. 


무수한 정보들이 끝에 구체적인 욕구를 드러났고, 나는 목구멍 앞에 삐죽 달린 감각기관의 은밀한 즐거움보다 누릴 수 있었다. 정말이지, 손끝에서 혀로 이루어지는 무수한 반복들은 지루하지가 않았고, 그것은 몸과 마음을 채우는 말간 순환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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