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동순 Apr 28. 2023

머라이어 '하드'캐리한 주말아침

[수줍은 표지&사찰 산책]

주말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어디를 갈지를 떠올립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산이냐, 시내냐입니다
산으로 가면 트레킹화를 신고
시내로 가면 자전거를 탑니다
산으로 가면 둘레길을 서성이다 주변 사찰을 둘러보고 오는 편이고
시내로 가면 LP를 찾아 동묘를 가거나, CD를 찾아 알라딘 중고서점을 향하는 편입니다


그날은 ‘마이클잭슨’의 ‘히스토리' 앨범을 사러 
자전거를 타고 수유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향했습니다
문이 열 즈음 도착하여 CD코너를 기웃거립니다
LP로 듣기 좋은 음반도 있지만
CD로 듣기 좋은 음반도 있습니다
마이클잭슨을 예로 든다면
‘드릴러’ 앨범은 LP로 듣기 좋고
‘배드’ 앨범은 CD로 듣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기준입니다


‘고객이 방금 팔고 간’ 코너에서 
'머라이어캐리'의 '언플러그드 라이브'도 찾았습니다
한참 유행일 땐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요즘은 이런 그 당시 유명한 앨범들을 만나면
있지도 않은 추억들이 떠오르는 듯합니다
한잠을 들었다 놓았다 하다가 마이클잭슨 앨범과 함께 샀습니다

가족과 아점을 먹기 위해 집으로 향하려는데

날이 너무 좋습니다
생각해 보니 조금만 올라가면 화계사더라구요
잠깐 들리고 싶어 핸들을 돌렸습니다

화계사는 한 달 남짓 남은 부처님 오신 날 준비가 한창인 듯합니다
미륵전에는 벌써부터 연등이 달렸네요

최애 장소인 ‘미륵전 사잇길’에는 새로운 불상들이 반깁니다
닮고 싶은 표정들이 너무 많습니다

사잇길 끝에 예쁜 캘리체로 쓰여진 기왓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생각해 보니 그렇습니다
부자가 되고, 합격하는 것보다 소원은 저렇게 비는 게 더 맞는 거 같습니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건, 세상도 바꿔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손복이라 하잖아요
행운이 크게 작용하면, 그만큼 화도 크게 온다고 합니다
지금 재밌으니 다행입니다


짧은 사찰산책까지 마치고
다시 집으로 향합니다

어여 들어가서 새로 산 CD를 틀어놓고
사찰얘기를 반찬삼아
아내와 아들과
아점 맛나게 먹을 생각하니

아무것도 아닌 아침이 꽤 즐겁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현실이 고약할수록 추억은 향기롭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