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니 May 19. 2020

반려견을 보낸 후 깨달은 사랑

내 인생 최악의 사건이 남긴 것


 2020년 1월 25일 토요일, 내 인생 최악의 사건이 발생했다. 동구가 사라졌다. 동구는 15살 진돗개로, 생후 40일 즈음이던 2006년 여름을 시작으로 동고동락해왔다.



 내 가족은 명절마다 2박 3일씩 친가에서 머무른다. 그때마다 동구도 함께 갔고, 그곳에서만큼은 풀어두었다. 오가는 차도 몇 대 안될 만큼 인적 드문 시골 동네이고 넓은 마당이 있기에 가능했다. 집 오는 길을 잃는다거나 사람과 트러블이 생긴 일도 없었다. 산짐승과 싸운 이력만 있을 뿐. 진돗개의 귀소본능과 개보다 사람을 훨씬 좋아하는, 인간과의 사회성만 발달한 덕이었을 것이다.



 그런 동구가 설 명절 당일에 사라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별에 온 가족이 충격에 빠졌다. 죽을 때가 돼서 사라졌나 싶기도 했으나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밥그릇을 다 비우고, 20대 남자도 달리기로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기운이 넘쳤기에 수긍할 수 없었다. '악의를 품은 사람에 의해 사라졌을까?' 싶은 마음에 억장이 무너지기도 했으나, 그 동네 어르신들의 말씀에 의하면 개장수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였으므로 억측에 가까웠다. 사라진 동구를 찾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알아봤지만 노력의 결과는 비참했다. 차라리 죽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연인과의 이별의 순간에도 찾지 않았던 술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이후 내 마음과 머릿속에는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가족과의 생활이 지겹고 싫어서 가출한 거였으면 좋겠다.' 나와 다른 가족들의 마음은 속상하고 섭섭할지라도 동구는 행복할 테니까, 이거면 충분했다. 이때 깨달았다. 난 동구를 정말 많이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음을. 가끔 '사랑이란 무엇일까?' 고민했으나 답을 찾지 못했는데 드디어 나만의 정의를 내렸다. 상대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나의 슬픔과 불행을 제물로 바칠 수 있는 것이라고.



 버뮤다 삼각지대를 떠올리게 만든 이 사건은 결국 미제로 끝났다. 내 가족들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동구가 삶을 마감할 때가 되어 곁을 떠났다고 믿기로 했다. 살아 있다면 돌아오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그러나 어딘가에서 혓바닥을 내밀고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훨훨 뛰어다니고 있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이제서야 깨달은 아빠의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