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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온 Feb 20. 2022

불면일기(不眠日記)

22.02.17 열한번째


1. 좋은 꿈이 찾아오는 날


지금까지 살면서 악몽이라 부를 만한 꿈은 거의 꾼 적이 없는 것 같다(기억에서 지운 걸 수는 있다). 그 대신 지금까지도 옅게 혹은 선명하게 남아있는 예쁜 꿈들이 많다.


달빛이 아름답던 어느 밤에 아름다운 소년이 나에게 고양이를 안겨주던 꿈


내가 사는 동네지만 어딘가 라서, 자전거를 타고 쌩쌩 달릴  있었던. 누군가의 아름다운 집을 지나갔던 


내가 기억하는 꿈 중 가장 옅은, 깨어나고 나서 그 꿈에서 깨어난 것이 슬퍼서 눈물이 조금 날 뻔했던 꿈


좋아하는 사람이랑 가만히 안고 있었던 꿈


그리고 아름다운 장면이 남는 꿈도 좋지만 또 좋아하는   하나는 스토리텔링이 확실한 이다.


어떤 꿈은  때마다 상황은 똑같고,  상황에 대한  경험은 누적되어서 이런 저런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 결국 꿈의 끝은  혹은 타인이 위험에 처하면서 끝나는  같지만. 다음 꿈에서 난 어떤 방식으로 그곳을 탈출할까?


이런 꿈을 꾸는 이유는 뭘까, 서점 장바구니에 꿈의 해석을 넣어두었지만, 아직 읽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재미있어서 기억하고 있는 꿈은 노홍철과 박명수 아저씨와 범인을 추격하던 꿈이었다. 이 둘과 한 팀이라니 너무 멋있잖아


최근에 금쪽상담소를 보다가 오은영 박사님께서 꿈은 해석의 여지가 항상 있다고 말씀하셔서 그동안 내가 소중하게 간직해온 꿈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김윤아 언니가 개꿈이라고 부르던 것들이 박사님의 말 속에서는 어떤 의미를 내포한 것이 되었다. 꿈 속의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그의 내면을 비유한 것들로 재탄생했다.


그렇다면 제 아름다운 꿈 속 사람들과 풍경이 의미하는 건 뭘까요? 라고 박사님께 물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럴 순 없으니 조만간 시간이 여유로워지면 꼭 연구를 해보리라, 다짐한다:-)


아무튼 간혹 꿈의 세계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현실 세계보다 대체로 더 아름답고 재미난 세계에서.


좋은 꿈을 꾸고 일어난 다음에는 잊지 않기 위해서 그 날 하루종일 곱씹어 보는데, 장점은 기억력이 좋지 않는 나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현실 세계가 못생겨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꿈의 세계에 너무 몰두하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다. 대신 현실 세계에서 아름다운 걸 하나 더 찾자고.

요즘엔 소홀했지만, 예전에 본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에서 따와 내게 빛나는 목록 만들기를 나름 꾸준하게 하고 있다. 꿈의 세계에 현혹되지 않기 위하여, 현실에 발 붙이고 살기 위해서 이 방법만큼 좋은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생각보다 순간에 기대어 살아가니까. 그 순간을 기록하는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닐까.


그래서 이제 나는 좋은 꿈을 순간에 기대어 살기 위한 용도로만 쓰겠다고 다짐했다.


그래도 정말 매일매일 재미난 꿈을 꾸고 싶다. 동기들과 절대 하지 않을, 우리가 크리스마스 파티걸이 되어서 파티장을 휘젓고 다녔다고 말하며 웃고 싶고 연예인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꿈 속에서 그는 나와 같은 은사님을 둔 평범한 사람1이었어, 라고 말하며 잠시나마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다.


이렇게 늦게 잠드는 날이면 꼭 중간에 한 번 꿈을 꾸다 깨어난다. 그렇담 바로 오늘은 과연…?



2. 악몽과 가위 그 사이


마음은 대체로 언제나 평온을 유지하는 편인데, 혹은 그러려고 무진장 무의식에서 노력을 하는 편이라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서 은은하게 신호를 보낸다.


그것이 가위와 악몽 사이의 무엇이라 나는 생각한다.


이렇게 애매하게 칭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가위라 하기에는 귀신이 나오는 건 아니고 내가 내 몸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기 때문이고, 악몽이라기엔 내가 그 꿈을 통해 식은땀이 난다던가 내 기준 최악의 상상을 옮겨놓은 상황에 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체로 그 꿈을 꾸면 나는 움직일 수 없고 한밤의 고속도로같은 곳이나 암흑 속을 이리저리 엄청난 힘에 의해 휩쓸려 다닌다.

아무도 없고 오로지 나 뿐인 그 공간 속을 미지의 힘에 의해 끌려다닌다. 이런 같은 꿈을 꾼 지 오래되었지만, 빈도수가 잦진 않다.(이런 꿈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이것도 묻고 싶다.)


그저 꾸고 나면, 나 요새 힘든 일이 있을지도…? 라고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꿈을 꾼다는건 옅게 잠들다 깨어나는 것이니 그리 좋은 건 아니다, 라고도 하는데 이 꿈은 분명 좋은 꿈 보다는 나쁜 꿈에 가깝지만 왠지 꿀 때마다 내 상태를 점검해보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게 나쁘게 만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저 꿈을 오랫동안 만나지 않는 나는 굉장히 안정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아 왠지 미미한 뿌듯함까지 들기도.



3. 누군가의 꿈


꿈 이야기를 하다보니 영화<가디언즈>의 샌드맨이 생각난다. 아이들이 즐거운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잠의 요정이라니, 요정의 존재를 믿지 않는 성인이 되었지만 샌드맨 만큼은 어딘가 꼭 존재해줬으면 좋겠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좋은 꿈에 대해 이야기 하기 보다는(그마저 좋은 꿈에 대해 생각하면 흔히 ‘돈’복을 예지하는 꿈을 떠오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악몽을 더 기억하는 것 같다. 공포와 무서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슬프게도 긍정적인 감정보다 더 오래 여파를 남기니까.


나는 꿈에 대해 생각하면 철 없게도 마냥 행복한데, 다른 사람들도 그럴 수 있기를 지금 이 순간만큼은 샌드맨을 대신에 빌기로 한다. 악몽 대신 기분 좋은 꿈을 꾸기를.


그럼 저도 이제 이만 한 번 꿈을 꾸러 떠나보겠습니다:-]



오늘의 추천곡

https://soundcloud.app.goo.gl/3WvRX6ratDD62mv58

요즘 푹 빠져있는 아티스트의 노래 중 하나.

다른 노래도 전부 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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