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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온 Jun 12. 2022

불면일기(不眠日記)

22.06.12 열네번째

시간이 뭉텅이로 지나가는 요즘이다.  쓰는 근육을 몽땅 잃어버려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무얼 쓰겠다 다짐한지 오래되지 않았건만, 어제만 해도 독서기록을 대충 사진   찍어 남기고(대출한 책이 연체되어서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납해야했다) 일기장을 펼쳐보지도 않고 자리에 냅다 누웠다. 그러다 이를 조금 반성하며 타닥타닥 글을 주절주절 남긴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흥미로웠던 도서는 <망명과 자긍심>이라는 책이다. 결국 다 읽지 못하고 반납했는데, 내가 있는 공간과 정체성에 대해 얕게 생각하도록 도와주었던 책이다. 아마 내가 조금 더 깊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더 좋았겠다만…다음에 읽으면 꼭 완독할게요,,


한정현 작가님의 소설들도 재밌게 뿌시는 중인데 왠지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종종 생각날 거 같다.

제인, 주희, 한주, 유키노.


“이상하지.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


최승자 시인의 시 중 한 문장이다. 가끔 생각나면 가만히 들여다 보는 문장인데, 한정현 작가님의 <줄리아나 도쿄>를 덮고 다시 한 번 저 문장을 떠올렸다. <소녀 연예인 이보나> 속 단편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계의 이야기이니, 꼭 단숨에 한 번 읽어보시기를.

제인이 가진 따뜻함과 용기를 오래 기억하고 싶다.(지금 가장 좋아하는   장면  하나를 떠올리고 있다.)


제인이 건네는, 무심하지만 따뜻한 위로. 그 장면 속 제인처럼 사람의 곁에 서 있고 싶다.



그런 의미로 요즘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다.


말을 하고 대화를 나눌  상대방의 얼굴 혹은 그의 비언어적 제스처를 면밀하게 살피는 편은 아니다.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건 좋아하는데, 그것마저도 요즘은 진심으로 상대의 눈을 바라보지는 않은 것 같다.

왜 그런가… 생각을 해보기는 했는데,


요즘 현실에서     있는 상태로 대화하고 소통을 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낀  오래되었다(이건 최근 현실이 마치 꿈처럼 느껴지는 상태에서 비롯된 일이다). 이건 체력의 문제와도 연결되는데, 환경과 상황이 바뀌면서 전보다 훨씬 많은 체력이 필요해졌는데..하지만  거지이같은 체력은 그걸  번에 따라잡을 수가 없었고 결국 체력이 없으니 주변을 살피는 레이더도 쉽게 꺼진다.


아무튼, 최근 나의 말을 오래 기억해주는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 대한 반성이 시작되었고, 최근 만났던 사람들이 ‘하나에 섬세하게 반응해주는 모습들을 보며 사람들은 대체로 타인의 말과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요즘 상대방의 눈을 의무적으로 바라보지 말고, 기계적인 호의에서 벗어나 상대를 진심으로 살피자고 다짐했다.

다짐한 동시에 그 동안 타인에게 받았던 내 태도에 대한 긍정적인 말들이 떠올라 내가 그들에게 얼마나 가식적이었던 것일지, 그 중에 나의 진심은 얼마나 담겨있었던 것인지 나도 몰라서 미안하고 속상하기도 하다.



밤이 지난하다.


이미 끝나버린 언행을 돌이켜봤자 남는 건 대부분 후회뿐이라는 것을 안다. ‘내가 참 그 부분은 잘했지’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내가 이 상황에서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는게 그 사람을 좀 더 배려할 수 있는 일이었을까? 왜 그렇게 나를 과신했지? 내가 그 사람의 말을 도중에 끊었던가? 라는 식의 걱정들…이 생각보다 지나치다는 것을 머리는 알지만, 한 번 생각하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언제쯤 나의 말과 행동이 후회되지 않는 날이 올까, 생각하다 그런 날이 평생 올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면 그럼 어떻게 해야하지, 싶다. 최근에는 말을 줄이는 것이 답이라 생각했는데, 나는 생각보다 말이 많은 사람이라 영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나의 말을 줄이고 대신 상대방의 눈을 보고 그의 입을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의식하려고 한다. (너무…부담스러울까?…) 그렇다면 내 앞의 상대를 분명히 마주하고, 이것이 현실임을 분명히 자각하고 그의 말을 최대힌 오래 기억하려고 노력하겠지.


그리고 이 지면을 빌려 나의 말을 듣는 모든 사람들에게 내 말을 기억하지 말아달라고 감히 부탁하고 싶다(내 친구들은 이렇게 내가 글을 쓰는 지 모르니까 일종의 대나무숲이다 이건). 내 말이 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조금 미칠 수 있더라도 그들의 마음 속을 스쳐지나가기를 바란다.  



외유내강. 단단한 사람. 안정형 애착이 나올 것 같은 사람. 오래된 연인이 있을 것 같은 사람.


적당한 거리의 인연들에게서 들은 나에 대한 키워드인데 예전이었음 아~그래? 듣기 좋은 말이네. 고마워~ 하고 넘겼을 말들을 요즘은 왜? 라고 속으로 묻고, 자주 곱씹어 본다.

나는 정말 그들이 보는 대로 그런 사람인가? 라고 스스로 물어도 답이 또렷하지 않다.


이렇게 내가 바라보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에 대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쯤에서 오늘은 이제 그만해야지. 노래를 듣다가 끼무룩 잠에 들고 싶다. 오늘 알게 된 노래 하나를 추천합니다. 이 아티스트의 다른 노래들도 너무 좋으니 꼭 들어보시길.



오늘의 추천 노래


https://youtu.be/W2rt0274-88

파제(Pa.je) & 버둥. 그런 사람

플러스 요즘 아주 푹 빠진 노래

https://music.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nUwXZ21fOji8913wsnoWQnWry9JzPi_1Q&feature=share

( )아이들 미연 솔로 앨범 MY의 4번과 5번 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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