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스 피스풀 B와 집의 시간
저는 집안일은 열심히 하지 않아요.
7~80퍼센트의 깔끔함만 유지하면서, 나머지는 조금씩 나누어 ‘그때그때 청소’를 합니다.
저는 멍하게 보내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집안일과 엄마의 일, 돈 버는 일을 오가다 보면 하루에 멍하게 보낼 시간이 항상 부족해요.
그래서 효율적인 시간 활용법이 정말이지, 너무 중요해요. 생각이 많은 제가 걱정의 스위치를 잠시라도 끄고 좋아하는 ‘멍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누리려면 이른 아침 시간을 잘 써야 한다는 걸,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던 시절에 깨달았습니다. 막 40대에 들어선 때였습니다.
어느 날 문득, 살림 고수들의 책이 눈에 들어왔어요.
일과 생활을 조화롭게 누리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사는 걸까 궁금했어요.
저는 그렇질 못했거든요. 그래도 일은 계속하고 싶고, 살림과 육아도 내 손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그 무렵, 와타나베 유코·가도쿠라 타니아·히구마 아사코의 『엄마의 일』과 같은 살림 에세이를 반복해 읽었습니다.
이 책들은 완벽한 살림의 기술이 아니라, 간소하지만 풍요롭게 일상을 사는 방법을 이야기하더라고요.
각 잡힌 수납법이나 구하기 힘든 재료로 만든 복잡한 레시피가 아니라, 덜 힘들이는 법이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이들의 ‘아침 시간 활용법’이었어요. 따라 했죠.
소소한 살림 팁들도 메모해 두었다가 무조건 따라 했어요. 아침에 하는 일, 식재료 보관법, 주방 동선, 화장실 관리법 같은 것들요.
그러면서 ‘아이 등원 전까지 집안일을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더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작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스타일이 저에게 맞더라고요. 홀가분했어요.
물론 매일 산뜻할 수는 없지요.
아이들은 매일 자라며 엄마의 걱정을 늘려주고, 예상치 못한 업무 스트레스가 쌓이고, 당연히 생활의 리듬도 깨질 수밖에 없고요. 늦잠을 잘 때도 종종 있어요. 종일 파자마 차림으로 집에 머물며 때 지난 인테리어 잡지를 뒤적이고 내 맘대로 파스타를 만들어 먹을 때도 있습니다. 나에게 주는 보상처럼요.
그렇지만 다음 날 아침엔 다시 일어나, 꿈꾸던 생활과 스타일을 찾기 위해 또다시 움직입니다.
아침 살림 루틴 : 아침 살림은 이제 완전히 습관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간밤에 설거지를 마친 뒤 물에 헹궈서 널어둔 리넨 클로스를 걷고 정리하는 거예요. 밤새 고슬고슬하게 바싹 마른 리넨의 감촉이 하루의 기분을 확 끌어올려줘요.
조리대 위에 말려둔 냄비와 그릇들을 정리하고 자질구레한 것들이 사라진 말끔한 주방을 보며 아침 메뉴를 잠시 고민합니다.
살림의 의욕이 생기는 시간이에요. 나의 ‘아침 세포’가 깨어나는 기분이 들어요.
그다음엔 ‘아침 걸레질’을 합니다.
바닥 청소용 와이퍼에 정전기 청소포를 끼우고 밤사이 바닥에 내려앉은 먼지를 닦아냅니다. 거실 먼저요.
가족들이 일어나 활동하기 전에 끝내야 해요. 밀대만으로도 머리카락과 먼지가 말끔히 닦입니다.
아이들의 비염 관리를 위해서도 바닥은 매일 닦아요. 그리고 소독제가 포함된 청소용 물티슈로 테이블 위, 밀대가 닿지 않는 구석, 바닥의 말라붙은 얼룩을 한 번 더 닦아냅니다.
매일 닦는데도 닦을 때마다 끊임없이 먼지와 머리카락이 나오는 게 신기해요.
아무래도 집 안에 패브릭이 많은 탓도 있겠죠. 리넨 커튼, 패브릭 소파, 쿠션, 카펫….
그래도 ‘집의 아름다움은 포기할 수 없으니까, 좋아하는 것을 위해 약간의 불편은 감수하자’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불편함을 즐기는 편이에요. 아침 걸레질은 습관이 되어서 딱히 귀찮지도 않고요.
청소가 수월하도록 바닥엔 되도록 아무것도 두지 않고, 자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바닥의 물건을 정리해요.
살림 고수들의 팁에 따르면, 거실 면적의 절반 이상은 비워져 있어야 한대요. 그래야 청소가 수월하다고요.
매일 조금씩 청소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쾌적한 상태가 유지됩니다.
말끔해진 거실 소파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 고요한 시간을 보냅니다. 좋아하는 책의 문장을 밑줄 그으며 한두 페이지를 읽기도 합니다.
하루 중 유일하게, 내 의지대로 흘러가는 아침 시간이 참 좋습니다.
미세스 피스풀 B, 살림과 작업, 그리고 자신만의 리듬으로 흘러가는 하루를 사랑합니다.
책의 문장을 밑줄 그으며 읽고, 머리를 식힐 땐 레시피 북을 펼쳐 맛있는 요리를 만듭니다.
패브릭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디자이너로서, ‘피스풀프로젝트’를 통해 집 안의 공기와 분위기를 바꾸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