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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리 Nov 05. 2021

나도 브세권에 살고 싶다

글쓰기 모임이 무산되었습니다.

(사진 출처. Unsplash)


   브런치 북 프로젝트 공모전에 응모한 지 2주가 다 되어간다. 마감에 쫓기며 있는 글 없는 글 싹싹 긁어 모아 겨우 브런치 북 한 권을 만들다. 마감에 쫓기며 얼렁뚱땅 만들었으니 제대로 된 글이 나왔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공모전도 끝났겠다, 제대로 된 브런치 북을 엮어봐야겠다 싶었다. 제목, 주제, 목차부터 차근차근 기획해서 쓰는 거야, 그그동안은 잠시 브런치 글 발행을 쉬어야겠, 생각했다.

 

   난 글에 올리긴 했지만 창작 동화 한 편이 대 히트를 쳤다. 13만이 넘는 조회수 찍었으니 내 기준 초 대박 히트다. 조회수에 비교하면 아주 작지만 그만큼 더 소중한 라이킷도 몇 분 눌러주시고. 악플 포함 댓글도 몇 개 달렸. 악플보다 무서운 건 무플이라던데... 악플도 감사히 여기고 남겨둬야 하는 걸까,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비방을 위한 악플이었기에 과감하게 삭제해버렸다. 그래도 대부분은 선플이었다. 글에 대한 조언도 많이 남겨주셨다. 아무튼 속해서 올라가는 조회수를 멍하니 바라보다, 까운 시간만 흘려보냈다.





    글 발행을 쉬는 동안 브런치에 올라온 다양한 글을 읽었다. 내 취향을 고려한 브런치의 추천이었는지는 몰라도, 주로 글쓰기에 관한 글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관심 있게 읽은 건 글쓰기 모에 관한 글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는 작가들끼리 글쓰기 모임을 하는 내용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더라. 아, 브런치 글쓰기 모임이라니. 참으로 탐나는 도다!


    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 호주 교민들이 모여있는 카페에 쓰기 모임 제안 올렸다.


제목: 글쓰기 모임 하실 분 계실까요?

내용: 안녕하세요, 저는 시드니에서 아기를 키우고 있는 30대 엄마이자 작가 지망생입니다.

혹시 '브런치'를 아시나요?

카카오에서 만든 글쓰기에 최적화된 플랫폼입니다.

브런치에서 매년 브런치 북 출간 프로젝트 공모를 하고 있고요, 역대 대표 출간 작은 <젊은 ADHD의 슬픔>,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90년생이 온다>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브런치에서 크고 작은 공모전을 계속해서 열고 있습니다.

본론은, 저와 같이 브런치 글쓰기 모임을 하실 분이 계실까 해서 용기 내어 글을 올립니다.

정기적으로 한 번씩 만나고,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는 걸 목표로 합니다. 최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생각합니다. 서로 써온 글을 읽고 감상을 공유하면서 글쓰기 실력을 쌓았으면 해요.

장기적으로는 내년 9-10월에 있을 브런치 북 출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고요, 그 외에도 브런치에서 주최하는 다른 공모전도 캐주얼하게 참여하는 걸 목적으로 합니다.

아직 브런치 작가 등록이 안 되신 분이라면 등록부터 시작하는 걸로 해서 발행하려는 글의 주제, 책의 목록,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글쓰기의 방향에 대해 커피 마시면서 자유롭게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호주에 관한 에세이, 호주에서의 일상, 호주에서 하는 일에 대한 것처럼 공통 관심사가 있으면 좋겠지만 꼭 호주나 에세이에 국한된 글쓰기는 아니어도 됩니다.

제가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아니고 출판 경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글쓰기 모임을 모집하려는 입장으로 간략하게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한국에서 방송 작가교육협회 교육원 드라마 기초반, 연수반, 전문반을 수료하고 왔고요, 현재는 브런치에서 육아 에세이와 창작 동화를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포털 메인에 글 두 개가 노출되기도 하였고요. (그렇다고 글을 잘 쓰고, 이 모임을 이끌만한 실력이 충분하다는 말은 전혀 아닙니다ㅜㅜ)

저와 같이 브런치에서 에세이를 써보실 분들이 계시다면 채팅으로 간략한 소개와 쓰고자 하시는 글이 있으시다면 소재도 간단히 적어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정원은 저를 포함하여 5-6명 정도로 생각하고 모임 장소는 스트라스필드 혹은 시티로 생각하지만 모임원 분들 사는 지역에 따라 조율하려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꽤 고심해서 작성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카페에 글을 올렸다. 시드니에 사는 한국인이 몇 명인데, 글쓰기 모임에 관심 있는 사람 하나도 없으리라고?


    처음에는 생각보다 반응이 없었다. 그나마 달린 댓글들은 모두 응원합니다, 혹은 저도 시드니 살면 같이하고 싶어요, 같은 내용이었다. 흠, 이렇게 글쓰기 모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없단 말인가? 채팅 목록을 열었다. 아뿔싸, 채팅 신청이 섯 건이나 와 있었나!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 계속해서 글을 써오던 사람, 나이도 직업도 각양각색. 모임에 관심은 있지만 참여에 제약이 있는 한 사람을 빼고, 나 포함해서 다섯 명. 인원도 딱 좋고, 모두 열정이 있어 보여 좋았다. 풍겨지는 느낌으로 보아 내가 가장 막내 같은데, 이 모임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까 걱정은 됐지만 글로 뭉쳐진 사람들이라면 서로서로 잘 도와가며 모임을 꾸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첫 번째 모임 장소와 시간을 조율하면서 나는 나 나름대로 첫 모임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먼저, 자기소개를 하고 (아, 이름은 본명 대신 필명으로 부르는 게 좋겠군!) 어떠한 글을 쓰려는지, 모임에 바라는 점이 있는지를 돌아가며 말하다 보면 20분 정도가 소요되겠지. 나이도 성별도 다르지만 모임을 위해서는 상호 존대와 필명 호칭을 기본 룰로 하고, 이것저것 생각해본 모임의 규칙을 말하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다 보면 또 20분. 브런치를 모르고 오시는 분들도 계시니까 브런치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하고, 웹사이트나 어플에 들어가 기본적인 사용 방법을 설명하면 10분.


    소개는 이 정도면 될 것 같고, 본격적으로 들어가 브런치 작가 소개 글 작성부터 워밍 업을 위한 한 가지 주제로 간단한 글쓰기, 발표하고 피드백하기로 한 시간. 다음 만남 장소와 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각자 발행할 브런치의 주제와 전체적인 목록을 다음 시간까지 정해 오기로 약속하고 나면 첫 모임은 끝. 그러나 모임 후 사적인 모임은 금지하기로 하자. 친목 모임이 되어서는 안 되니까, 까지 생각하고 문자를 확인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제목이 말해주고는 있지만 글쓰기 모임은 무산되었다. 각자의 생활이 있다 보니 모임 가능한 시간이 모두 달랐다. 주중 오전만 가능한 사람, 주중 오후만 가능한 사람, 주말에만 가능한 사람, 그리고 채팅, 문자 어디에도 답장 없는 사람까지. 모임 신청 인원이 많기라도 하면 그중에서 시간과 장소만 맞는 몇 사람만 따로 모이기라도 할 텐데. 연락 온 다섯 사람 모두가 스케줄이 제 각기였으니. 제대로 시간과 장소를 고지 안 하고 모은 내 탓이려니, 생각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온라인 모임을 할 수도 있지만,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라 그런지 오프라인이 더 끌린다. 오프라인이어야 각자가 느끼는 책임감도 커지고 참여율도 높을 테고 말이다. 무엇보다 오프라인 모임도 이끌어나갈 역량이 안 되는 터라, 온라인 모임을 책임지고 꾸려나갈 자신이 없었다. 누가 만들어 놓은 모임에 참여만 하는 거면 모를까.

 

    모임이 무산되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아쉽다, 다음을 기약하자는 말로 서로를 달랬다. 인터넷에 접속해 '브런치 글쓰기 모임', '시드니 글쓰기 모임', '온라인 브런치 글쓰기 모임' 등을 검색했다. 그러나 검색을 하면 할수록 선명해지는 결과 하나, 내가 참여할 수 있는 글쓰기 모임이 없다. 나만 모르는 건가. 다들 어디서 이렇게 모임을 잘 구해서 하고 있는 걸까. 씁쓸한 마음으로 인터넷 창을 껐다.


    존재하지도 않고 들어 본 적도 없는 단어 하나가 머릿속에 퍼뜩 떠올랐다. 브세권, 브런치 글쓰기 모임을 할 수 있는 세권. 아, 나도 브세권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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