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막 곯아떨어진 새벽 두 시. 어린이집에서 내준 사전 설문지를 끄적이고 있는데 이게 뭐라고 콧잔등이 시큰거리고 난리. 하루도 빠짐없이 널 사랑했다던 동백이 엄마의 대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걸작, 수작, 명작이다.
드라마에서 모성을 표현하는 흔한 클리셰 중 하나가 바로 '아픈 아이를 들처업고 정신없이 응급실을 향해 뛰느라 엄마는 신발도 짝짝으로 신고 있었다' 내지는 '설설 끓는 국 밑에서 알짱거리던 새끼를 보호하려다 엄마는 결국 등짝이며 팔뚝에 큰 화상을 입었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십중팔구 주인공이 그런 엄마의 가없는 희생을 회상하며 "이제야 부모의 마음을 알겠엉" 같은 대사를 치는데 내 경우를 놓고 보자면 그런 극적이고, 선명한 기억보다는. 아이를 키우는 과정과정, 너무 사소하고 일상적인풍경들에서 문득문득 우리 부모의 마음을 짐작하게 된다.
이리저리 뒤척이는 아이의 뒤통수가 눈물 나게 귀엽다던가, 엄지 빠는 소리가 쭉쭉인지 쪽쪽인지 궁금해서 귀 기울여 본다던가, 울애기 응가 점도가 어땠는지 곱씹어 보는 경험을 하고 보니 그렇다.
대관절 부모가 아니고서야 어느 누가 한 인간의 성장에서 저렇게 사소한 것들을 감탄해주고 궁금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