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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공간 May 14. 2020

01. 향기는 기억에 남고

벽걸이 디퓨저 쿠아르토에스파시오(Cuarto Espacio)


향기는 기억에 남고, 추억을 만든다.


처음 공간에 들어섰을 때의 향기를 좋아한다. 초가을에 집 밖으로 첫 발짝을 내 딛었을 때 부는 선선한 바람 냄새, 여름방학에 놀러간 펜션의 초여름 나무냄새. 예전에 들었던 음악을 들으면 그 당시의 추억이 생각나듯, 향기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공간이 시각적으로는 너무나 예쁘고 아름답지만 나쁜 냄새가 난다면 어떨까?


인테리어의 마지막은 바로 향기. 공간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은, 다름아닌 향기이다.



CUARTO ESPACIO(네번째 공간)

사람과 오브제 사이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기억과 추억이 담긴 공간


쿠아르토에스파시오(CUARTO ESPACIO)는 스페인어로 '네번째 공간'이라는 뜻이다. 현대 물질문명은 대량생산을 기반으로 한 산업사회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많은 제품들이 대량생산되고, 버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대량 생산 되는 제품들 중에서도 유독 어떤 것들은 남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자면, 할아버지가 사용하시던 만년필 같은 것이다. 즉 동일한 물질로 구성된 동일한 제품이더라도, '누가'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왜' 사용했는가에 따라 그 물건이 지니는 의미는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쿠아르토에스파시오는 인간이 형언할 수 없는 막연한 '사람과 오브제' 사이의 시공간을 '네번째 공간'으로 정의하였다고한다


ELEVATING THE QUALITY OF LIFESTYLE

'네번째 공간'을 탐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몇번 쓰여지다가 버려지는 물건들,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는 물건들, 이러한 것들 보다는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의 곁에 머물면서 의미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것들,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와 추억들, 그러한 것들이 우리의 존재감을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LONG LASTING DESIGN

지속가능한 디자인이란 꼭 친환경적이고 재활용가능한 재료만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다. 의미를 가지고 사람 곁에서 오랜시간 동안 함께 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그것이 진정한 지속가능한 디자인이 될 수 있다. 쿠아르토에스파시오는 곁에 두면 둘 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과 오브제 간의 거리인 네번째 공간(향기)를 규정하고 기억과 추억이 담긴 공간을 만들어내겠다는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있는 쿠아르토에스파시오.

아시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K-Design Award'17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품 라인을 보면 공간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를 조향해 개발한 것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향은 쿠아르토에스파시오의 매장이 자리잡고 있는 '서울숲'향과 평창 올림픽 특별 에디션으로 나왔던 '평창 에디션'등이 있다.


필자는 매장에서 직접 시향해 보고 서울숲 향을 구매했다. 비온 뒤 맑게 개인 서울숲의 아침에서 영감을 받은 향으로, 일반적인 그린 프레시 계열과 달리 산뜻한 내음과 풀 내음이 어우러진다. 서울숲에 대한 기억을 이 향을 통해 집 안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디자인을 살펴보자. 디퓨저를 담고 있는 실린더는 화려하지 않고, 심플하게 기능적인 부분에만 집중한 미니멀한 디자인이다. 유리 실린더에 동봉된 스포이드로 디퓨저를 담고, 케이스에 끼워 벽에 고정하면 된다. 실린더가 크기가 크지 않기 때문에 자주자주 리필해주어야한다. 크기는 22*134*13mm에 불과하다. 반투명 아크릴 오브제는 자연스럽게 주위 환경에 녹아들며, 알류미늄 오브제는 아노다이징 처리로 더 견고하고 고급스러운 촉감과 광택이난다. 


은은한 발향력을 가지고있고 많은 향을 담고 있기 않기에 자주 지나다니는 복도나 현관, 방문 등에 부착해주면 좋을 것이다. 리필액은 30ml의 작은 용량으로, 전문적인 조향 업체와 협력하여 블렌딩한 향수에 사용되는 등급의 프래그런스 오일을 사용한다. 대략 3~5주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감각적인 플라워 스타일링도 돋보인다.

디퓨저 색상과 향, 또는 둘 공간과 어울리는 프리저브드 / 드라이플라워로 조합한 디퓨저 스틱을 제공한다. 생화나 조화와는 또 다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주며, 그 자체만으로도 포인트가 되어 공간에 멋스러움을 더해준다.


'시들지않는 꽃'으로 불리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생화 느낌 그대로 살려 3년 이상 보존이 가능하다. 약물처리를 통해 오래 보존이 가능한 것이라고. 반면 드라이플라워는 생화를 자연건조시켜 보존하는 꽃으로, 마른 꽃잎에서 나는 은은한 향과 특유의 빈티지한 색감이 매력적인 건조화이다.


패키지 디자인 또한 정갈하다.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통한 향기의 시각화를 시도했을지도 모른다. 향이 발산하는 스틱에 붙어있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디퓨저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하나의 인테리어 소품으로써 제 역할을 다하고있다.


매일 현관을 나서며, 또는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며 느끼는 네번째 공간. 벽면에 부착할 수 있는 유리 실린더 형태의 디자인으로 이렇게나 간단하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세로 형태의 디자인이 여러가지 색상과 디자인을 레이어링해도 조화로우니, 또 한번 서울숲에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작은 아이디어로 소소하게 향기로운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향기는 기억에 남고, 추억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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