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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공간 May 14. 2020

02. 어둠과 빛이 공존하기에

조명계의 거장 폴 헤닝센의 루이스폴센 조명 PH Artichoke



인간에게는 어두움과 빛이 모두 필요하다


덴마크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조명 회사인 루이스 폴센(Louis Poulsen)은 마치 예술작품과 같은 조명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의 로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특히 PH 시리즈는 ‘멋진 인테리어가 있는 곳에는, 당연히 PH 시리즈가 천장에 달려 있어야 만 한다’는 공식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이름은 낯설지 몰라도 이미지로는 한 번쯤 봤을 법한 조형적인 디자인, PH 아티초크.


루이스 폴센은 항상 빛과 그림자, 형태와 기능을 모두 고려한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며, 모던함과 클래식, 장인 정신과 혁신 등 상반되는 가치를 함께 고민해 제품을 제작한다. 다른 조명 브랜드와 루이스 폴센의 차이점이다. 


폴 헤닝센(Poul Henningsen)은 1894년 덴마크의 유명 여류 작가의 사생아로 태어나, 유명한 작가들의 왕래가 잦은 분위기에서 예술적인 것들을 많이 접하며 유년기를 보냈다. 이러한 문화적인 배경과 유복한 유년기를 통해 그는 훗날 디자이너로서 뿐만이 아니라 유명 저널리스트로도 활약할 수 있었으며, 스칸디나비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가 되었다. 코펜하겐 기술학교에서 건출을 전공했지만, 그의 관심은 건축물이 아니라 인테리어, 실내 디자인에 더 흥미를 가지고 있었으며 '조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인상깊다. 1년 9개월의 긴 겨울과 짧은 낮을 가지고 있는 북유럽의 어두운 실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조명의 역할에 관심을 가진 그는 1919년 칼스버그 맥주 회사의 샹들리에를 디자인하며 조명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된다. 그리고 1924년, 루이스 폴센과 그가 협업해 디자인한 '더 파리스 램프(The Paris Lamp)'는 파리 국제 전시회에서 이슈되어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해 주목받았다.


폴 헤닝센은 '인간에게는 어둠과 빛이 모두 필요하다.'는 철학으로 평생을 '올바른 빛'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한다. 그의 이러한 열정은 루이스 폴센의 조명 철학의 근간이 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온다.


세계적인 조명 디자이너 폴 헤닝센의 걸작중의 걸작, PH 아티초크 오리지널은 조명이라고 하기보단 예술 작품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 그가 디자인한 작품들은 항상 빛과 그림자를 고려하여 제작되었다. 적게는 백만원에서부터 수 천만원에 이르는 그의 조명들을 소개한다.



#PH 5 Mini / PH Series

19세기 말, 에디슨의 전구 개발과 함께 도래한 전기 조명의 사용은 기존에 사용하고있던 석유등과 가스등을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했다. 연기도, 냄새도, 그을음도 없느 전기조명은 사람들에게 획기적인 아이템이었다. 다만 전기 조명의 빛이 가스등과 석유등의 은은한 빛과 달리 밝기가 너무 쨍해서 부드러운 조명 빛을 만들어 내는 것이 그의 첫 과제였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은은한 빛을 위한 조명의 조명 갓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눈부심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불투명한 유리를 사용하며 빛을 차단하려 했고, 이후엔 스테인드글라스를 사용하여 빛의 차단과 예술성을 가미한 디자인이 오랜시간 유행했다.

폴 헤닝센은 단순히 유리의 불투명도를 높여서 빛을 차단하는 방식에 의문을 가졌고, 그의 나이 18세부터 '올바른 빛'을 찾기 위해 연구했다. 전기 조명의 광원은 효율적이고 빛의 세기도 강하지만, 빛의 질적인 면에서는 기존의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석유등과 가스등에 훨씬 못 미쳤다. 그의 고민은 어떻게 전기 조명에서 따뜻하고 인간적인 은은한 빛을 얻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PH5는 제작된지 6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의 천재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따뜻한 황동의 느낌은 조명이 켜져있을 때와 꺼져있을 때 모두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마치 장식품과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세련된 대리석 인테리어와도 두루 잘 어울리기 때문에 활용도 높은 아이템으로 유명하다.

그는 1924년에 3개의 중첩된 갓을 사용하여 만든 조명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기존 조명 갓은 단순히 빛의 확산을 한방향으로만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면, 그의 디자인은 3개의 중첩된 갓을 이용해 빛을 적절하게 분산시키면서도 갓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굴절 및 반사가 더욱 부드럽게 확산되는 빛을 만들어낸다.석유등과 가스등의 빛에서 영감을 얻은 그의 PH 시리즈는 조명의 기능적인 부분과 감성적인 부분을 모두 만족시키는 디자인이다.


PH 램프는 폴 헤닝센이 스스로의 이니셜을 따 만든 이름이다. 그의 디자인은 테이블 조명에서 시작하여 점차 조명 디자인 시리즈로 만들어가는데, 중첩되는 갓의 개수를 늘려 은은한 빛을 발산하면서 사람의 눈에 전구의 빛이 직접적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눈에 가장 편안한, 그리고 부드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만들어가게 된다.



#PH Artichoke

폴 헤닝센은 점차 갓의 숫자를 처음의 3개에서 7개, 8개, 13개 등으로 늘려가며 디자인적 실험을 시도한다. 1957년, 조명 역사상 최고로 아름다운 조명으로 손꼽히는 PH 아티초크도 이렇게 탄생하였다.


PH 아티초크는 폴 헤닝센이 1958년 코펜하겐의 한 레스토랑을 위해 디자인한 조명이다. 장미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장미의 꽃잎을 구리로 층층이 표현한 것이 특징적이다. 꽃잎 사이사이를 은은하게 밝혀 빛이 분산되기때문에 눈부심 없이 실내 곳곳을 균일하게 밝히는데, 사무실 및 식사 공간에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무려 73개의 꽃잎을 닮은 조명 갓들이 빛을 분산시키면서 서로의 공간 사이에서 반사와 굴절을 만들어낸다. 또한 중첩된 갓들이 실내 공간의 미세한 바람의 흐름에도 반응하여 살랑살랑 흔들리며 빛의 미묘한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이는 단순히 공간 안에서 빛을 내기 위한 목적 뿐만이 아니라 마치 하나의 설치 미술작품과도 같은 역할을 공간 내에서 담당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빛을 발하고 있을 때나, 조명에 빛이 없는 어둠속에서나 모두 예술로 승화하는 작품이 아닐까한다. 

폴 헤닝센의 조명은 현재 루이스 폴센에서 볼 수 있다. 조명의 발전과 예술의 발전을 함께한 폴 헤닝센의 이야기는 일을 하면서도 언제나 큰 자극제가 된다. 디자인의 참 역할은 기능과 아름다움을 모두 함께하는 것이 아닐까 하며 이번 장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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