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중국의 젊은 부자들> 서평
날로 견고해지는 사회 구조 속에서 새로운 성공을 꿈꾼다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그렇지만 바위를 깨부수는 사람들은 늘 있기 마련이다.
성공한 스타트업은 주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새벽 배송의 새 시장을 연 마켓 컬리, 치과의사를 그만두고 뒤늦게 창업에 뛰어든 이승건 대표의 토스 등등. 개인적으로 가장 혁신적인 스타트업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쏘카의 이재웅 대표의 평소 생각을 한 번 들어보자.
<중국의 젊은 부자들>은 그런 세상에 있어서 길잡이 역할을 하는 책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의 스타트업도 아니며, 미국의 테슬라도 아닌, 중국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기업) 이야기를 할까? IT 강국인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례는 충분히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우선 유니콘 기업이 중요한 이유는 4차 산업혁명의 발전 정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라는 이름이 우리보다 한 수 아래라고 여겨도 되는 이유가 되던 시대는 지나간 지 꽤 됐다.
대한민국에는 2019년 현재 유니콘 기업이 8개 있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야놀자 △엘앤피코스메틱 △옐로모바일 △우아한형제들 △위메프 △크래프톤(옛 블루홀) △쿠팡) 중국에는 2018년 기준 총 139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으며 매년 평균 열 마리 이상의 유니콘이 탄생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트렌드를 보고 그것에 맞는 중국기업에 투자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반대다. 놀랍게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니콘 기업 중 토스와 배달의 민족은 모두 중국 트렌드를 모티브로 탄생했다.
중국을 읽을 줄 안다면 세상을 볼 수 있다.
나는 IT업계와는 무관한 20대인데도 중국발 태풍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심지어 공대생도 아니다. 바람을 처음 느낀 건 한 4년 전 학교 행사였던 걸로 기억한다. 학교에서 행사를 하고 경품을 하나씩 주는데 샤오미 보조배터리를 받았다. 그 보조배터리가 시작이었다. 보조배터리를 시작으로, 요즘 주위엔 미밴드뿐만 아니라 공기청정기, 체중계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쓰는 친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샤오미의 투자를 받은 QCY라는 중국 음향회사에서 나온 무선 이어폰이 핫하다. 에어팟의 10분의 1 수준의 가격이지만 과연 일반인들이 음질을 뚜렷이 구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원가 절감을 위해 과감하게 충전기 뚜껑까지 날려버렸다. 소니나 보스 같은 회사가 과연 이렇게 혁신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었을까? 이 이어폰은 사람들의 간증이 폭발하며 한때 배송지연 사태를 겪기도 했다. (주위의 친구들을 보면 에어팟과 비슷한 비율로 QCY가 쓰이고 유튜브 후기를 보면 꽤 괜찮은 것 같다)
가볍게 읽는다면, 이 책은 단지 많고 많은 성공사례 중 몇 개의 모음집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보다 깊고 멀리 본다면, 책에 나오는 총 13명의 젊은 부자들에게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성공의 핵심 요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두 사람 모두 'Focus'라는 단어를 써 모두가 놀랐다는 이야기가 있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공통적으로 일에 미쳤다. 노력과 집중은 성공의 필요조건이기 마련이다. 제품 개발에 몰두하느라 밥 먹는 시간도 제쳐놓고 하루에 18시간 이상을 일에 쏟았다는 사례가 나온다. 책을 보면서 자연스레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과연 밥까지 제쳐두고 무언가에 그토록 몰두한 적이 있나?
읽다 보니 최근에 인상 깊은 글을 읽은 기억이 났다. 언제부터 장래희망보다 소확행을 따지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인지. 나는 분명히 큰 꿈과 야망이 있는데 주위 또래를 보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것 같다는 글이었다.
https://brunch.co.kr/@writerbeot/14
'창의적 사고'는 우선 기존의 문제점과 새로운 사고방식을 필요로 한다. 맥카페는 맥도날드의 한 서부지점에서 직원으로 일하다 지금은 맥도날드 CEO까지 된 돈 톰슨이 시도한 공격적인 마케팅의 결과다. 톰슨은 아이들에게 해피밀을 사주러 온 고소득층 부모가 매장에서 딱히 할 게 없음을 캐치하고 스타벅스 커피 못지않은 고급 커피를 앞세운 마케팅을 성공시켰다. 이제 커피는 햄버거 못지않은 맥도날드의 주력 상품이다.
나는 몇십 년이 지나도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싶다. 하루에 4시간가량만 자고 틈틈이 쪽잠을 자는 삶이라도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뚜렷하고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있으면 힘들 때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고민이 들었다. 7조 원짜리 과외 기업을 세운 하오웨이라이 창업자인 장방신은 과외를 하다가 차라리 소개해주는 게 더 돈이 되겠다고 생각해 사업을 처음 시작한다. 이 사례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주제넘은 생각이겠지만 내가 옆에서 보는 대한민국 의사의 삶은 결국 보험회사와 대형병원을 배불려 주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정말 보람 하나로 내가 살아갈 수 있을까. 열심히 달려갔는데 그 끝이 돌아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이라면 어떡하지.
젊은 부자들이 많이 탄생하지 못함은 젊은이들이 결코 창의적이지 않고 열정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 사회와 국가가 보수적이고 변화를 두려워한다는 반증이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타다' 논란이 그렇고, 저자도 바로 이 점이 책을 쓴 계기가 되었다 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나라 탓만 할 순 없다. 이미 주어진 게 이런 걸 뭐 어떡하냐.
본 서평은 브런치 퓨처잡의 서평단 이벤트로 작성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https://brunch.co.kr/@futurejob/89
#책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619230
기사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2796980
[출처: 중앙일보] [단독] 11년 만에 쏘카로 돌아온 '다음' 이재웅 "오죽하면 내가 또 나왔겠나"
참조한 글
https://www.cnbc.com/2019/03/12/bill-gates-how-to-know-what-you-can-be-great-at-in-life.html
https://platum.kr/archives/116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