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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역띠 Mar 04. 2022

이번 주말, 저희랑 브런치 하실래요?

_글쓰기 모임 '사각사각'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법






브런치는 왜 '브런치'일까? 스테르담 작가의 ‘브런치는 왜 ‘브런치’일까?’에서 그 대답을 들어보자.



“카페에서 브런치를 주문하면 빵 한 조각도 굉장히 먹음직스럽게 플레이팅 해 주잖아요.
그런 것처럼 저희는 작가님들의 생각과 상상과 경험을 브런치 안에 아름답게 담아 드리고 싶었습니다.”   (by 브런치팀)
_스테르담, '브런치는 왜 '브런치'일까?' 중에서


근사한 제안이었다. 먹음직스레 담겨 나오는 브런치처럼 내 글을 독자들에게 읽음직스레 발행한다? 게다가 공신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플랫폼 내부적으로 ‘작가’ 타이틀을 달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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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Brunch). 언제부턴가 우리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이 낱말은 아침 식사를 뜻하는 ‘breakfast’와 점심 식사를 뜻하는 ‘lunch’를 조합한 신조어다.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끼니’와 달리 브런치는 사치와 허영의 산물이다. 그러나 세간의 편견과는 달리 사치와 허영은 개인의 만족과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방식대로 사치를 부리고, 각자의 방식대로 허영심을 충족시키며 살아간다.



홍차와 커피, 치아바타 샌드위치와 에그 베네딕트 등 각종 근사한 먹거리들로 단장한 드라마 속 근사한 브런치는 아니더라도, 퇴근길 천변의 허름한 호프에 모여 문학을 논하고, 휴일 아침 한적한 카페에 앉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근황을 나누는 것으로도 우리는 무거운 현실에서 벗어나 교양과 지성이 우거진 숲길 속을 잠시나마 거닐 수 있다. 싸구려 커피를 마시고, 돈이 아까워 편의점 샌드위치를 반으로 나누어 먹으면서도 시에 대해,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도 풍족해지곤 했다. 각박한 현실 앞에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예술이란 원래 그런 것이 아닐까. 먹고 사는 문제와는 조금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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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우리는 이러한 브런치의 이념에 적극 공감했고, 몇몇 운영진들을 필두로 브런치 작가 타이틀을 획득해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일이 으레 그러하듯,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한 씀은 쉽지 않았고, 생각보다 저조한 독자들의 반응에 자연히 브런치 활동에 흥미를 잃어갔다. 적절한 보상, 혹은 약간의 강제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사각사각 모임장(@사이의글)도 비슷한 고민을 겪고 있었던 터라 고민 끝에 우리는 브런치 작가 중 지원자를 모집해 ‘한 주에 한 편 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기로 했다.




_브런치, @사이의글, '돈을 걸고 글을 써보세요' 중에서








… 그런 이유로, 새해부터 ‘사각사각’에서는 한 주에 한 편씩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는 프로젝트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소재가 고갈돼서, 슬럼프에 빠져서, 흥미를 잃어서, 혹은 그저 동기 부여가 필요해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마감 기한을 정하고, 글을 쓴다. 방식은 간단하다. 참가자는 매일 매일 자신의 쓰기를 인증하고, 모임 마지막 날에는 브런치에 완성된 글을 발행하면 된다. 인증에 실패하거나, 마지막 날까지 글을 완성하지 못하면 미리 걸어둔 보증금에서 일정 금액을 차감한다. 남은 보증금은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가고, 차감한 금액은 커피 쿠폰을 구입하여 사다리 타기를 통해 당첨된 참가자에게 선물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보증금 차감은 약간의 강제력과 함께 꾸준히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제공하고, 사다리 타기를 통해 제공되는 소소한 선물은 참가자들의 재미와 성취감을 자극한다. 당해 모임 종료 후, 참가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때 ‘원고료’라는 이름으로 돌려주는 것도 이 프로젝트의 작은 재미 중 하나다. 냈던 돈을 다시 돌려받는 것뿐이지만, 모임을 잘 마치고 돌려받는 ‘원고료’는 적은 금액이지만 내가 나에게 주는 보상이자 훌륭한 ‘돈기 부여’가 된다. 그리고 왠지 정말 고료를 받고 글을 쓰는 전문 작가가 된 것 같아 괜히 조금 뿌듯하다. 무엇보다, 고생 끝에 완성한 글. 그 글 자체가 무엇보다 훌륭한 보상이 된다. 과정은 딱히 근사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완성된 글을 발행하는 순간은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후련함을 선사하여, 그 자체로 고생한 참가자들에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근사한 보상이 되어 주는 것이다.



발행 다음 날 아침 일찍 우리는 온라인상에 모여, 비대면으로 서로의 글을 읽고 그에 대한 감상을 자유롭게 나눈다. 여유로운 주말 아침, 따뜻한 홍차도, 치아바타 샌드위치도 없지만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서로의 글을 나누는 것으로 우리는 우리만의 브런치를 즐긴다.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고, 누군가는 그저 그런 일상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비슷한 목마름이 존재한다면, 이번 주말 우리의 브런치에 당신을 초대하고 싶다. 기대해도 좋다. 당신은 분명 오랜 세월 억눌러 온 지적 허영과 문화적 사치를 만끽할 수 있을 테니까. :)




2022년 2월 26일 브런치 모임 사진.


2022년 2월 26일 브런치 모임, 결과. ;ㅁ;


커피 쿠폰 사다리 타기. ...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원고료'라는 이름으로 돌려 받는 보증금. 실제 작가가 된 기분이 든다. :)




                    

_글쓰기 모임 사각사각과 함께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메일로 문의 주세요. :)

_사각사각 공식 카페: https://cafe.naver.com/jjyy33

_작가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sagaksagak_writing

_작가 블로그: https://blog.naver.com/puplegrapes

_작가 브런치: https://brunch.co.kr/@puplegra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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