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만난 두번째 동료에게 드리는 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글쓰기의 원동력을 부여한 사람이 두 명이 있다. 중학교 시절 싸이월드에 죽고 살 때 도토리 충전을 위해서 문화 상품권이 절실했다. 특히 문상은 현금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님 주머니로 들어가지 않았다. 부모님께는 상장을, 나는 문상을 가져가면 된다. 문상을 받기 위한 쏠쏠한 교내 대회들이 있었는 데 수필, 표어 등 글짓기를 통한 이득은 짭짤했다. 중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은 국어 선생님이었다. 나의 그릇된 의도를 모르시고 내 글쓰기 실력만 보셨던 그녀는 나에게 다양한 대회를 제안해주셨다. 심지어 엄마와의 학업 상담에서도 소정이는 국어국문이나 문창과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언질하셨다. 여하튼 담임 선생님은 나의 글쓰기 원동력을 주셨던 분이다. (지금 작성하다보니 문화상품권이 원동력이었을수도..?)
그리고 약 15년이 흘렀다. 중간에 대학교 학보사 활동을 하며 잠깐의 글쓰기를 했지만 그것은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경험은 아니었다. 중학생을 벗어나 사회인이 된 약 15년의 어느 날, 인생에서 두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솔직히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데 죽상으로 다니고 싶지 않았다. 그 분위기를 애써 흐린 눈 하고 싶었을 때였다. 그러던 중 이목을 끄는 메시지가 톡 채널에 등장했다. “글쓰기 모임”. 회사에서 이런 활동을 해도 되나? 라는 생각보단 이런 거라도 해야지. 라는 의지, 투지가 앞섰다. 당장 신청해. 이건 해야 돼. 득달같이 달려 들었다. 활동을 제안하신 분의 슬랙 프사는 초록색 배경의 귀여운 아이가 그려졌는 데 성함은 익숙하지만 얼굴을 몰랐다. 하지만 그 땐 슬랙 프사는 알지만 실제 뵙지 못한 분이 많았던 시절이라 대수롭지 않았다. 뭐 활동 들어가서 만나면 되겠지. 그 다음 글쓰기 모임을 위한 설문지를 채워나갔다. 글쓰기의 목적? 뭐라고 정하지? 그때 들었던 좋은 생각. 언젠가 내 주변 친구, 사람들을 위해 한 명씩 엮은 글을 모아 출판해서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긴 했는 데 그게 언제가 됐든 모임에서 해야 겠다.
모임이 시작됐을 무렵은 회사 상황이 더 우중충했다. 하지만 그 점심 시간 만큼은 다들 의지가 충만했다. 그 중에서 작지만 단단한 얼굴로 본인이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다고 이야기 해주신 분이 있었다. 그렇다. 그 분이 박 부장님, 민선님이다.
당시 회사 사정도 그랬고, 업무에도 그랬고, 삶에서도 성취감에 목말랐던 나는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마치 경주마처럼 뽑아내는 글의 개수에 희열을 느꼈다. 거기에 누군가 주는 코멘트들은 메가 원동력이었다. 특히 민선님은 본인 글 살피기도 바쁠텐데 나를 포함한 모두의 글쓰기를 굽어 살피셨다. (매우 원대한가요? 하지만 그렇게 느꼈어요?) 민선님이 댓글을 달면 다른 분들도 댓글을 달아주신다. 이것이 참된 글쓰기 모임장의 모습이지! 그렇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도시락을 싸오든 안 싸오든 그날 기분이 나쁘든 기쁘든 최대한 빠지고 싶지 않았으니까. 모임 시간만큼은 온전히 즐거웠으니까. 그런 마음까진 모르시겠지만 언제든 쓰고 싶다면 쓰고 오기 싫은 날엔 안와도 된다는 쿨한 민선님 덕에 성실함이 이어졌다.
시간이 더 흘러 모임을 통해 글은 더 쌓여갔다. 방치해뒀던 블로그도 글쓰기 모임에서 만들어간 글을 옮겨 잔잔히 활기가 생겼다. 그 중 엔진이 되었던 건 민선님이 손으로 쓴 육아 일기를 담은 기록이었다. 육아 일기 속에 민선님의 아이도 있지만 더 나아가 부모님, 주변 사람들, 그 끝엔 육아 속에서 발견한 민선님 본연의 모습이 단단하게 읽혔다. 작년 말부터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글을 써가는 목표를 원활하게 수행했고 그 글은 여러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었다. 나의 글로 타인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목적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글은 결국 내 글이기에, 그 시선 끝에는 나의 모습이 있었고 그래서 나도 즐거울 수 있었다. 이렇게 민선님 덕에 더 글쓰기가 즐거워진다. 우하하.
나의 글엔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소중히 담겨 있다는 민선님의 코멘트가 생각난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 민선님이 고마웠다. 이토록 글을 쓰는 데에 소중한 인연이다. 계속 민선님의 글을 읽고 싶은데 당분간은 어려워 진다는 소식에 조금 서럽다. 그래도 나중에 민선님을 만나려면 계속 쓰고 써야지. 민선님이 만들어준 자리에서 계속 글을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