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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국 엄마달팽이 Apr 30. 2021

공감하는 방법?

아이에게 어떻게 공감해주어야 하나요?

공감. 말을 해 주는 행위이다. 

말을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 배우러 오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그렇듯, 듣는 스킬부터 알려드릴 수밖에 없다. 듣는 것이 먼저다. 들어야 할 말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리고, 듣기를 제대로 하면 사실 말하지 않아도 대부분 해결이 된다. 또한, 제대로 말을 해 주어도 들어주지 않은 마음은 여전히 어딘가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결국, 말하는 방법인 공감 스킬을 배우려는 마음도 사실, 해결책을 제시해주려는 마음이 저 깊이에 자리 잡고 있는 모양새가 되기도 한다. 



공감에 대한 효과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은 한국사회. 

“우리 민수, 많이 속상했겠다.”

국민 대사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 그 뒤에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하신다. 어린 유아의 울음은 그치질 않고, 다 큰 십 대 아이와의 대화 분위기는 나아지지 않는다. 어떻게 공감하고 어떻게 교육으로 이어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공감하는 방법. 공감 스킬(기술)이라 했다. 기술이니 시작과 끝의 프로세스가 있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그 프로세스가 몇십 분의 강의로 완벽히 깨우쳐지는 것이 아니며 한 두권 책을 읽는다고 습득되는 게 아니다. 기술이다. 시 소설 음악 감상이 아니다. 머리로 그리고 몸으로 익혀야 하는 것이다. 전문 상담사들도 몇 년 동안 익히는 상담 기술 중의 하나다. 쉽게 배워지는 것이 아닌 게 당연하다는 얘기다.



아동교육에 관한 유명한 강연자들, 정보, 책, 영상을 담아내는 플랫폼이 풍부한 시대에 살고 있다. 아동 교육을 위해, 인간관계를 높이는 방법을 배우는 데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얼마나 감사한 지 모른다. 



그런데, 높아진 욕구만큼 성취되지 않는 답답함도 늘어났다. 주변인의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오은영 박사, 그 동영상 봤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우리 집 ㅇㅇ이는 왜 안돼?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돼?”



아이 교육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 많은 교육 영상에 대한 관심으로 아동학 박사쯤은 땄을 법한 열정적인 친구들, 그런데 그 친구들 모두 실전은 어렵다고 했다. 이해는 되는데 그걸 적용하자니 변수가 너무 많단다. 자기네 집으로 오은영 박사가 이틀 정도 머물다 갔으면 좋겠단다.


“상황이 뭐야? 네가 가르치고 싶은 내용이 뭐야, 말해 봐 봐.”


이게 시작이었다. 아동만 상담하겠다고, 어른은 다른 전문가에게 맡기고 싶다던 내 방향에 부모님들과의 시간이 추가된 것. 




공감이 되었건, 조언이 되었건, 가이드가 되었건, 그 모든 출발은 ‘듣는 데’서 시작한다. 제대로 들어야 무엇을 공감할지, 어떤 조언을 해 줄지, 가이드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어떻게 교육을 할지 정할 수 있다. 듣는 법을 배우고 나서야 공감법, 말하는 법을, 행동하는 법을 가르쳐 줄 수 있었다. 2살이건 20살이건 200살이건, 엄마가 아이 말을 들어주지 않는데 아이가 엄마 말을 들어줄 리 없다


우리 모두는 ‘어떻게 들어야 하는가’를 배워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몸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아주 중요하다. 말을 주고받으려면 말하는 기술, 어휘, 대화체를 배워야 할 것 같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런 대화를 하는 동안 가만히, 평화롭고, 집중해서 들을 몸의 자세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인간은 언어를 전적으로 의사소통하는 존재가 아니다. 모든 감각을 활용하는 존재다. 

-인류학자 버드휘스텔-


UCLA의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의 1971년 저서 속 커뮤니케이션의 영향력 비율에 관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비언어적 표현의 영향력은 93%로 나타났다. 바디랭귀지에 의한 시각적 요소가 55%, 목소리 톤인 청각적 요소가 38%, 그리고 언어, 말의 내용 자체가 전달되는 비율은 7%. 전문가일수록 비언어적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친구야, 요리를 배우거나 운동을 배우거나, 마찬가지야.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언제나 그렇듯, 환경 세팅이다. 이 세팅이 되지 않으면 이후의 커뮤니케이션의 세세한 스킬을 배울 수 없어. 나는 과학이 연구해 놓은 결과만 가지고 트레이닝하는 거야. 그 연구대로 할지 말 지는 네 선택이지만.”

듣기 위한 몸(환경) 세팅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들을 시간을 내어 놓아야 한다. 충분히 들을 시간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얼마간 대화를 나눌 것인지 미리 공고해야 한다. 

둘째, 듣고’만’ 있겠다, 입을 다물 결심을 해야 한다. 한 마디도 하지 않아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가만히 들어볼 줄 알아야 어떻게 말을 할지, 언제 말을 할지를 ‘제대로’ 할 수 있다. 수영을 배우기 전에 우리는 물속에서 숨을 참는 법을 배우 듯, 말하기 전에 말을 하지 않는 법을 익혀야 한다. 여러 번 들어주고 나서 내 이야기를 할 때의 그 영향력.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전혀 알 수 없는 홈런의 느낌이다. 

셋째, 들으면서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는다. 듣기 ‘만’ 한다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내 마음속, 말하고픈 욕구는 계속 일어날 것이다. 반박하고 싶고, 설득하고 싶고, 내 의견을 말하고 싶은 충동을 자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저 듣기를, 상대의 관점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넷째,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반드시 감사를 건네야 한다 (가장 중요).  ‘내게 이야기를 해 주어서 고마워. 쉽지 않은 이야기였을텐데, (혹은) 잘 설명해주어서 고맙다. 네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어.’라고 말해야 한다. 모든 전문가들이 이 행위를 잊지 않으며 상담을 한다. 심리 관계자들은 심리적 역동에 관한 과학의 연구를 토대로 훈련을 받는다. 이유가 있으니 반드시 따르자. 

듣기만 잘하면 말하기 스킬을 배우지 않아도 많은 부분 변화가 일어난다

듣기만 했는데 상대의 행동이, 그리고 나의 행동이, 그래서 서로의 관계가 변하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듣기를 제대로 해 본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선물이다. 모퉁이 작은 돌멩이 하나를 움직이면 큰 바위는 움직이는 법이다. 단 하나를 제대로 건드리는 것이다. 가장 강력한 그 작은 돌멩이가 바로 ‘듣는 것’이다. 제대로 들어야 현상 파악이 가능하고 파악이 되어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제대로 보고 듣는 것이다. 말소리를 듣든, 몸의 소리를 보든, 지금 현재(Now) 이 곳(Here)에서 제대로 들어야 한다.




듣는 방법,

공감 대화법, 

말로 하는 훈육법,

화를 내지 않는 게 아니라 “안전하게” 화를 내는 방법을 알려드렸다. 


이미 수많은 육아서를 읽었던 나의 그 친구, “이게 이 말이구나?” “이게 그 책에서 말하는 그거 맞지?” 

죽이 척척 맞았다. 과학적 근거를 먼저 설명해주고 이에 맞는 모의 실습을 진행했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주고픈, 자신의 삶을 스트레스로 채우고 싶지 않았던 그녀의 열정에 날개가 달렸다. 나의 첫 부모 트레이닝 수련생은 너무도 훌륭했다. 좋은 실습생을 만난 나의 복이었다. 

이후 친구의 지인, 지인의 지인으로 트레이닝이 이어져 지금까지 많은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듣는’ 것, 들으면 쉬워 보이지만 혼자 하긴 어렵고, 배운 바를 오래 지속하기는 더 어렵다 말씀하신다.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기술을 마스터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방법 이해가 아니라 기술 습득이 우리의 트레이닝의 목표이다. 그게 넘어야 하는 산이다. 산을 넘으면 모두들 야호, 삶이 편해진다. 한 번 진득하게 제대로 하고 나면 아이와의 관계가 달라지고, 일상에서 소리 지르는 횟수가 줄어들며, 아이와의 실랑이를 받아들이는 부모의 마음자세가 예전과 같지 않다. 실제 상황도 바뀌지만 전보다 느긋해진 마음도 생겨, 같은 일상의 반복에도 육아가 힘들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하나를 통해 열을 깨우치게 되는 것이다. 모퉁이 작은 돌멩이 하나를 제대로 건드리는 것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렇다고 연구된 과학적 결과잖아요. 

이론을 제대로 이해받고, 함께 연습해주는 이가 있으면,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습니다. 

혼자 힘들게 버티지 마세요."

-영국 주부 달팽이-




경영학 수업 중 들었던 문구가 15년 넘게 나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빚지게 만들어라.”

알리고 싶은 바가 있는가? 우선 들어주자. 들어줘야 내 말도 들어주는 그 간단한 진리를, 어렵게 발견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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