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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Oct 26. 2024

블랙홀!/류영신 작가

착각에 빠진 동화 430

블랙홀!

류영신 작가 개인전





생성과 소멸!

 시작과 끝의 이야기.

자존감이 높아질수록 어둠의 색은 모든 것을 흡입하는 존재감을 뽐냈다.

세상에!

많은 길이 있어도 내가 가는 길이 곧 나의 길이고 인생길이다.


좁은 길

넓은 길

모두가 걷는 길

나만 혼자 걷는 길

비단길

초원길

바닷길

하늘길


그 많은 길이 있어도 끝은 모두의 길이고 모두를 흡입하는 블랙홀에 머물게 된다.


가지 않은 길

가다 뒤돌아선 길

아직 가보지 못한 길

가려다 머뭇거리고 있는 길


세상에 자리한 길 위에서 나는 선택의 파노라마를 맞이한다.

누군가!

가지 않은 길 위에 자리하고 용기 내어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즐겁고

행복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덩실덩실!

어깨를 들썩이며 춤추는 주인공의 뒷모습은 앞으로 일어날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너풀거리는 옷소매!

정성을 다해 몰입하지만 틀 안에 갇힌 삶은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욕망

명예

권력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춤추고 노래하지만 초라할 뿐이다.

김은호의 <승무>나 오윤의 <춤>에서나 볼 수 있는 리듬과 멜로디가 작가를 춤추게 할 뿐이다.

선!

그 고운 옷자락의 끝자락에 위태롭게 매달린 인간의 본성을 봐라.

자연스럽게 손짓하면 옷자락도 자연스럽게 너풀거리며 넘어간다.

그런데

작은 힘이라도 들어가면 틀에박힌 옷자락이 되어 움직임마저 느낄 수 없다.


울타리

경계

담장


나만의 환경을 위해 더 넓은 파장을 일으키며 확장해 갔다.

그러나

모든 것이 흔적 없이 사라져 갔다.

블랙홀이 흡입하는 것을 막을 수 없듯이 나의 삶도 교묘히 사라져 갔다.


블랙홀!


무한의 세계가 움직이는 것처럼 비움과 채움이 지속되고 난 뒤에야 어둠의 세계를 통찰할 것 같았다.

어떠한 것도 내보내지 않는 블랙홀의 세계!

어떠한 색도 블랙으로 흡수해 버리는 블랙홀의 세상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개 만도 못한 인간!

짐승 만도 못한 인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는 언어의 유희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자취를 감췄다.


아!

나는 그런 인간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미친 짐승 마냥 날뛰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우주의 미아가 되어 있었다.

캔버스에 나이프를 난도질할 때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행복해했다.

인간이 지닌 창의성!

그것마저 없었다면 개 만도 못한 인간이라 해도 대꾸할 자격이 없었을 것이다.



블랙홀/혼합재료 류영신/피아나 뮤제오




나의 가진 것!

하나하나를 블랙홀이 흡입해 갔다.


붙잡고

떼쓰고

버티고

아우성치고


삶의 희로애락(喜努愛樂)을 다 써가며 버텼지만 블랙홀 앞에선 소용없었다.

우주인처럼 허공에 뜬 삶의 흔적을 보고서야 개 같은 인생을 살아온 듯 깨달았다.


만도 못한 인생!

짐승 만도 못한 인생!


그보다

더 험한 말을 하고 사는 사람들 사이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고통

인내

고독

외로움

그리움


비우고 또 비웠다.

그때야 비로소

나의 흔적을 흡입하는 블랙홀의 미소를 보았다.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일 뿐!


독자적 특수성을 외면하고 우리라는 언어의 유희를 상대적인 관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예술의 힘이다.


군자는 미(美)를 닦는다!


라고 맹자가 말하지 않았던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의 의미를 깨닫고 생성과 소멸의 조합을 블랙홀이 흡입해 갈 때

예술이 삶의 위에 존재하는 것이라 확신하게 되었다.









동화작가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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