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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화작가 김동석 Nov 24. 2024

엄마의 눈빛!-13

유혹에 빠진 동화 286 기다림!

 13. 기다림!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었어요.

따스한 햇살 받으며 꿀벌과 나비는 바쁜 나날을 보냈어요.

민지와 친구들도 바빴어요.

6학년 5반 민복기 담임선생님 때문에 민지는 행복했어요.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었어요.

엄마와 함께 운동할 때는 주머니에 꽃씨를 넣고 다니며 길가에 뿌렸어요.


"잘 자라야 해!

바람에 날려가지 말고.

이곳에서 새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주길 바란다."


민지는 애원하듯 말했어요.

엄마 무릎이 완쾌되자 더 먼 곳까지 걸었어요.

새미와 새미엄마도 함께 걸을 때도 있었어요.


6학년 친구들은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 했어요.

내년에 중학교에 진학할 준비도 했어요.


철수는 타조가 열두 마리나 되었어요.

한 마리씩 늘려가며 타조왕국을 만들어 갔어요.

가끔

영숙네 배추밭에 들어가 배추를 뜯어먹고 혼날 때도 있었어요.

오늘 아침에도 철수네 타조 다섯 마리가 영숙네 배추밭에 들어갔어요.


"저리 가!

나가란 말이야.

내가 못살겠다.

타조를 잡아 죽이 든 그물을 쳐야 되겠다."


영숙엄마는 잘 자란 배추가 타조 먹이가 되는 게 싫었어요.


"철수야!

타조 가둬 키우란 말이야."


"네!

죄송해요."


철수는 영숙네 밭에 들어가 타조를 쫓았어요.

그런데

눈 맞은 배추가 맛있는 타조들은 나갈 생각을 하지 많았어요.

철수와 영숙이 사이도 안 좋아졌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타조들은 말썽 피웠어요.

철조망을 치고 하우스 안에 가뒀지만 자주 탈출했어요.


"철수야!

타조를 묶어 키워라."


철수엄마도 영숙엄마에게 미안했어요.

강아지처럼 목걸이를 채우고 밧줄로 묶어 키웠으면 했어요.


"엄마!

그건 싫어요."


철수는 자유롭게 키우고 싶었어요.

그런데

영숙네 배추밭에 못 들어가게 하는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어요.



그림 김유빈



검은산 골짜기에 진달래꽃이 활짝 피었어요.

따뜻한 봄은 빨리 찾아왔어요.


"엄마!

코스모스가 잘 자랄까요?"


민지와 엄마는 <영광저수지>에서 <불갑저수지>까지 하천을 따라 걸으며 코스모스 씨앗을 심었어요.


"그럼!

화려한 올레길이 될 거야.

가을에 <불갑사>의 상사화꽃과 잘 어울릴 거야."


"엄마!

상사화 꽃도 심을까요?"


"아니야!

상사화꽃은 <불갑사>  주변에만 있으면 충분해."


엄마는 상사화꽃보다 국화나 코스모스꽃이 좋았어요.

민지는 다양한 꽂을 하천길에 심고 싶었어요.

엄마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것 같았어요.


"엄마!

의자도 있으면 좋겠어요.

걷다 힘들면 쉬어갈 의자요."


"맞다!

걷는데 의자가 없구나.

긴 의자가 곳곳에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군청에서 만들어 주겠지!"


"예쁘고 멋진 의자면 좋겠어요!"


"설마!

그런 의자를 갖다 놓을까.

나무 의자나 아니면 철재 의자를 갖다 놓겠지."


"그럼!

제가 친구들이랑 예쁘게 색칠할 거예요."


"좋겠다!

그림도 그리고 색칠도 해라."


"네!

친구들에게 물어볼게요.

<영광> <굴비>와 <모시송편>이 유명하니까 그것도 그릴게요."


"호호호!

세상에 <굴비><모시송편> 그려진 의자는 없을 거야.

기념사진 찍을 수 있게 그려야겠다."


엄마는 하천길에 놓인 의자를 생각했어요.

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마다 눈빛이 달랐어요.

흔적 없이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이 좋았어요.

그런데

강한 바람이 불어와 흔적을 남기고 사라질 때는 속상했어요.


"꽃이 활짝 피면 좋겠다!

바람에 날려가지 않고 모두 피어야 할 텐데."


민지는 꽃씨를 심으며 말했어요.


"딸!

죽고 사는 건 우리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자연이 알아서 잘 키워줄 거야.

씨앗을 뿌렸으니 새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건 기다림의 연속이야.

그러니까

봄이 가고 여름이 오길 기다려 봐."


"네!

기다릴게요."


"딸!

세상에서 가장 힘든 건 기다림이야.

그런데

사람들은 기다리다 지쳐 남의 탓을 한단다."


"엄마!

저는 기다릴게요.

꽃씨가 새싹을 틔우고 꽃이 필 때까지 기다릴게요."


"그럼!

기다려야지.

엄마가 널 임신하고 기다리는데 죽을 것 같았어.

예쁜 아기가 빨리 보고 싶은 거야.

하루라도 빨리 널 낳고 싶었단다.

그런데

건강하고 예쁜 아기를 낳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거야.

그 시간까지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었어."


엄마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어요.

민지는 엄마가 곧 울 것만 같았어요.


"엄마!"


민지는 엄마 손을  잡았어요.

엄마도 딸 손을 붙잡고 걸었어요.

햇살도 바람도 하던 일을 멈추고 엄마와 딸을 바라봤어요.

<영광저수지>에서 <불갑저수지>로 흐르는 하천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길이 될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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