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우고개!

by 동화작가 김동석

여우고개!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나뭇잎들이 보였어요.

바닥에!

쓰러진 나무만 넘으면 여우고개였어요.

여우 무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소년은 천천히 걸었어요.

여우고개 입구


여우가 죽은 지 며칠이 지났어요.

감과 상황버섯을 따 제사를 지내준 이후로 죽은 여우는 은혜를 갚고 있었어요.

무덤에 제사를 지내준 소년은 그것을 원한 것이 아니었어요.

죽은 자는 말이 없었어요.


며칠 전!

소년은 여우고개에서 죽은 여우의 사체를 보았을 때 놀랐어요.

슬프고 가슴이 아팠어요.


"왜!

왜 죽었어.

이 숲에 너보다 더 강한 자가 있는 거야.

왜 죽었어.

앙상한 뼈다귀와 털만 남기고 죽었잖아.

고통스럽게 죽었잖아.

누구 짓이야!

사람은 아닌 것 같은 데.

삵이야.

삵은 너도 이길 수 있잖아.

곰이야!

곰은 육식 동물이 아니잖아.

멧돼지!

그 녀석들이야.

멧돼지였다면 뼈도 아삭아삭 씹어 먹었을 거야.

독수리!

이 녀석도 뼈까지 삼킬 텐데.

올빼미!

도대체

누가 너를 죽이고 뼈와 털만 남기고 먹어 치운 거야.

사람!

사람은 아니야.

여우고개를 넘으며 여우를 잡아먹을 용기 있는 사람은 없어.

여우야!

죽은 여우야.

요단강은 잘 건넌 거야.

그래도

너무 슬퍼하지 마.

넌!

내가 제사 지내줄 거야.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최고의 제사상을 준비해 줄게."


소년은 슬펐어요.

여우의 사체를 보고 있으면 무서웠어요.

그런데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사체를 묻어주자.

무덤을 만들어 줘야겠어."


소년은 주변을 둘러봤어요.

골짜기에 여우 사체를 옮기기 위해 나뭇가지를 찾아들고 여우 사체가 있는 곳으로 향했어요.

앙상한 뼈와 털만 있어서인지 썩은 냄새는 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입을 벌리고 하얀 이를 내놓고 죽은 여우는 무서웠어요.

소년은 망설였어요.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어요.

용기를 냈어요.

나뭇가지를 여우 사체 밑에 넣고 들었어요.

묵직했어요.

사체를 들어 올리자 그 밑으로 수백 마리 구더기가 있었어요.

소년은 또 놀랐어요.

털이 스르르 떨어졌어요.

소년은

여우 사체를 골짜기로 옮겼어요.

다시

떨어진 털을 가지러 왔을 때는 그 많은 구더기가 사라졌어요.


"어디로 갔을까!

시간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신기하다!"


소년은 사라진 수백 마리의 구더기가 궁금했어요.

털을 모아 여우사체가 있는 곳에 가져 가 놓았어요.

나뭇가지를 꺾어 여우사체를 덮어 주었어요.

따뜻하게 나뭇가지를 꺾어 쌓고 또 쌓아주었어요.


소년은

무덤가에서 단감을 꺾어왔어요.

여우고개에서 작은 상황버섯도 찾아 가져왔어요.

뽀쪽한 돌을 가지고 단감을 잘랐어요.

조각난 단감과 상황버섯을 여우 무덤 앞에 놓고 기도했어요.


"여우야!

요단강을 잘 건너 가.

울지 마.

넌!

사람이 제사지내준 거야.

알았지."


소년은 눈물이 났어요.

여우가 죽어가는 순간이 떠올랐어요.

고통 속에서 죽어간 여우가 불쌍했어요.

소년은 여우 무덤 앞에서 한 참 서 있었어요.


"왜 죽었어!

여우야 여우야

누가!

널 죽였어.

누가!

널 죽인 거야."


소년은 외쳤어요.

숲을 향해 외치고 하늘을 향해 외쳤어요.

죽은 여우는 대답이 없었어요.


여우고개는 고요했어요.

나무들이 속삭였어요.


"저!

어린 것이 왔어."


나무들은 할아버지 손 잡고 왔던 소년을 알아봤어요.

나무들은 아버지 손을 잡고 여우고개를 넘던 소년을 알아봤어요.


"맞아!

소년의 아버지

할아버지 또 그 위 할아버지도 왔었어."


여우고개 나무들은 소년의 조상들을 기억하고 있었어요.


누나

동생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가 걷던 길이었어요.

여우고개에 여우 무덤을 만들어 준 소년의 조상들이 넘던 고개였어요.



다음 날!

과자와 맥주를 들고 여우고개를 찾았어요.

그런데

여우고개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어요.

이 길을 어제도 갔지만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런데

상황버섯이 자라는 고목이 눈에 보였어요.


"세상에!

이게 뭐야.

이게 뭐야.

상황버섯이잖아!

와!

산신령님 감사합니다.

여우님 감사합니다.

도깨비님 감사합니다.

해님

달님

별님

감사합니다.

용왕님

옥황상제님

감사합니다.

여우야!

잘 가거라.

요단강을 잘 건너 가.

넌!

행복한 여우야.

사람이 무덤을 만들어 주고 제사를 지내주었잖아.

상황버섯!

선물 고맙다 여우야."


소년은 상황버섯이 달린 고목을 보고 놀랐어요.

어딘가에서

산신령이 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죽은 여우가 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도깨비방망이를 든 도깨비가 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소년은 인사했어요.

앞뒤로 돌며 또 인사했어요.


"담아갈 바구니가 없는 데 어떡하지!"


소년은 망설였어요.

웃옷을 벗었어요.

속에 입은 흰 티를 벗어 가방을 만들었어요.

조심조심!

상황버섯을 땄어요.

심장이 뛰는 것 같았어요.

소년은 한가득 상황버섯을 따 들고 또 고맙다는 인사를 했어요.


"여우야!

잘 자고 있지.

요단강을 잘 건너라.

여우야!

넌 행복한 여우야.

내가 또 찾아왔잖아."


소년은 죽은 여우에게 인사하고 집으로 향했어요.

여우고개를 넘어서서 또 인사했어요.


상황버섯을 선물 받은 소년!

집에서 과자와 맥주를 챙겨 여우고개로 향했어요.

여우고개 입구에서 소년은 외쳤어요.


"여우야!

잘 간 거야.

여우야!

요단강은 잘 건넌 거야."


소년은 외치고 여우고개 담장을 넘었어요.

쓰러진 나무를 넘으면 여우고개 시작점이었어요.

어제

상황버섯을 선물한 장소에 도착했어요.


"또 있을까!"


하고 생각한 소년은 주변을 둘러봤어요.

죽은 여우 사체를 보기 전에 임신한 노루를 보았던 장소였어요.

신령스러운 장소 같기도 했어요.

소년은 또 놀랐어요.

황금빛이 보였어요.

잡초 밑으로 상황버섯이 있었어요.


"심봤다!

세상에 세상에 이게 뭐냐

상황버섯이다

옥황상제님 감사합니다

용왕님 감사합니다

산신령님 감사합니다

도깨비님 감사합니다

여우님 감사합니다

나무님 감사합니다

임신한 노루님 감사합니다

숲에 사는 모든 생명체님 감사합니다

우주의 삼라만상님 감사합니다

보이는 신과 보이지 않는 신에게 감사드립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소년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세상 만물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어요.

집에서 가져온 과자를 조각내 주변에 던지고 맥주 캔을 따 주변에 부어 주었어요.


"다음에는!

막걸리 가져오겠습니다."


소년은 여우 무덤으로 향했어요.

과자를 조각내 여우 무덤 주변에 던지고 맥주 캔을 따 여우 무덤 주변에 부어 주었어요.


"여우야!

고맙다.

아직도 이승에 있구나!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요단강을 건너가라.

가끔

찾아올 테니 걱정 말고 잘 건너라

뒤돌아 보지 마!

안녕."


소년은 죽은 여우와 작별을 고했어요.

좋은 곳으로 갔으면 했어요.


여우고개 전설은 이제 시작이었어요.

많은 이야기 중 하나를 찾았을 뿐이에요.

그 전설의 이야기를 소년은 모르지만 나무와 숲이 말해주었어요.


소년은

집에 오는 길에 누나 집에 들러 상황버섯을 많이 주고 왔어요.

그동안 동생을 잘 돌봐준 누나에게 선물하고 왔어요.

소년은 또

용왕에게도 상황버섯을 드리러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어요.

바다에 가서

큰 선물을 준 용왕에게도 제사를 지내고 싶었어요.


"막걸리도 사야지!

상황버섯도 큰 것으로 준비해야지."


소년은 바다로 갈 준비를 했어요.

그날은

소년을 좋아하는 소녀도 따라간다고 했어요.

소년의 눈에는 숲이 주는 선물이 많았어요.

그중에

행복한 선물이 많았어요.


"여우야 여우야

뭐 하 니

여우야 여우야

죽었니 살았니

살 았 다

여우야 여우야

뭐 하 니

여우야 여우야

요단강은 잘 건넜니

건 넜다."


소년은 노래 불렀어요.

집에서 놀 때나 학교 갈 때도 똑같은 노래를 불렀어요.

감로수와 생명수가 쉬어갈 옹달샘


다음날!

소년은 여우고개로 향했어요.

신성한 장소!

그곳에서 임신한 노루를 보았어요.

그런데

물 마시는 곳에 상황버섯이 있었어요.


"세상에!

노루는 상황버섯 물을 마시러 왔구나."


소년은 놀랐어요.

숲에 사는 동물이 상황버섯 좋은 걸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소년은

노루가 숲에 와 생명수를 마실 수 있도록 옹달샘을 만들어 주었어요.

내일부터

이곳을 지나는 동물들은 맑은 물을 마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여우고개!

소년에게 감동을 주고 놀라게 한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