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의 선물!
춘심은 겨울이 가는 것도 몰랐어요!
할머니가 말한 약초를 캐기 위해 숲을 몇 번이나 갔었어요.
그렇지만
할머니가 말한 약초는 보이지 않았어요.
학교에서 돌아온 춘심은 약초 가방을 챙겼어요.
마루에 앉아 갈까 말까 망설였어요.
어디로 갈지 결정하지 못했어요.
"마음을 비워야지!
할머니가 말한 약초는 잘 자라고 있을 거야. "
하고 말한 춘심은 마루에서 일어났어요.
물무산 골짜기!
어딘가로 향할 지 정하지 못한 춘심은 걸었어요.
물무산 능선을 타고 자리한 명당 자리에 앉아 불갑산과 삼각산을 바라봤어요.
그때
숲에 사는 동물들이 춘심을 찾아왔어요.
춘심은
오늘도 동물들의 약초 이야기를 들었어요.
대장늑대는 오줌 싸는 게 힘들었지만 산수유를 달여 먹고 나았다고 말했어요.
추위에 덜덜 떨던 두루미는 오미자를 달인 물을 마신 뒤 눈도 밝아지고 몸이 따뜻해졌다고 말했어요.
반달곰은 입맛이 없어 아무 것도 먹지 못할 때 쓴 맛을 내는 육모초를 먹고 입맛을 찾았다고 했어요.
여우는 가시에 찔러 발바닥이 아팠어요.
그것을 알고
춘심이 발바닥에서 가시를 빼주었어요.
가시를 뺀 뒤
백년초 잎을 돌로 갈아 상처에 발라주었어요.
여우는 절룩거리며 숲으로 돌아갔어요.
며칠이 지난 뒤!
여우는 물무산 골짜기에서 약초 캐는 춘심을 만났어요.
"고맙습니다!
발마닥이 아프지 않아요.
저기!
바위 밑에 새까만 열매가 많이 열렸어요.
그것도 약초로 사용할 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하고 여우가 말해줬어요.
춘심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여우와 헤어졌어요.
여우가 말한 바위 밑으로 천천히 걸어갔어요.
까만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춘심은 가방에서 할머니가 준 책을 꺼냈어요.
그리고
그 열매가 불루베리라는 것을 알았어요.
가지를 잡다당기며 새까만 열매를 따 가방에 넣었어요.
"여우야 고맙다!
여우야 고마워."
춘심은 노래하듯 말하며 불루베리를 땄어요.
숲에 사는 동물이 먹을 수 있도록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어요.
"토끼!
그 녀석 가시에 눈을 찔렀잖아.
눈에 난 상처가 나았지만 눈이 안 보인다고 했어.
갖다 줘야지.
불루베리를 먹으면 눈이 잘 보일 거야."
춘심은 불루베리를 들고 토끼가 사는 골짜기로 찾아갔어요.
토끼를 만난 춘심은 불루베리를 한 가득 주웠어요.
토끼는 불루베리를 매일매일 먹었어요.
눈이 밝아진다는 말을 믿었어요.
몇 달 후!
토끼는 눈이 잘 보였어요.
토끼는 골짜기에서 약초 캐는 춘심을 기다렸어요.
숲에서 찾은 약초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토끼는 은혜를 갚고 싶었어요.
동수네 염소가 농약 뿌린 풀을 많이 뜯어 먹었어요.
염소는 간이 나빠졌어요. 힘도 없었어요.
동수의 말을 들은 춘심은 엉겅퀴를 많이 채취해 동수에게 주며 염소에게 먹이라고 했어요.
염소는 매일매일 엉겅퀴를 먹었어요.
몇 달이 지난 뒤!
염소는 건강을 되찾았어요.
동수가 춘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어요.
춘심은 동물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어요.
상처가 치유된 동물들이 숲에서 자라는 약초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해 주었어요.
"저쪽!
햇살이 멈추는 곳.
그곳에 허브가 많이 자라고 있어요.
로즈마리 허브 꽃도 활짝 피었어요."
하고 토끼가 말했어요.
춘심은 토끼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햇살이 멈추는 곳으로 향했어요.
배고픈 춘심은 명당 자리에 앉아 쉬었어요.
가방에서 물과 빵을 꺼내 먹으며 할머니가 적어준 종이를 펼쳤어요.
그 안에는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읽은 내용이 적혀있었어요.
잠은 약 중의 으뜸이다.
약을 찾기 전에 생활을 돌아보라.
음식이 곧 약이요. 약이 곧 음식이다.
젊다고 방심하지 말고 늙었다고 포기하지 말라.
하루를 정갈하게 살면 그 하루가 보약이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 먹지 말고 목이 마르지 않으면 마시지 말라.
몸이 아프면 그 이유를 마음에서 찾아라.
몸을 지나치게 아끼면 병을 부르고 함부로 쓰면 수명을 잃는다.
인간의 몸과 마음의 균형!
자연과의 조화가 건강한 삶을 유지하게 한다는 걸 잊지 마라.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강조한 말이다.
춘심은 할머니가 말해준 허준의 <동의보감> 내용을 읽고 또 읽었어요.
"춘심아!
이것은 무조건 외워야 한다.
학교 가서도 외우고 산에 가서도 외워라.
그래야
훌륭한 약초꾼이 되는 거야.
알았지!"
할머니 목소리가 생생했어요.
약초를 캐기 전!
춘심이 제일 먼저 생각하는 할머니 말이었어요.
몇 달 동안!
오미자를 달여 먹은 엄마도 눈이 밝아졌다는 말을 했어요.
춘심은 할머니가 꿈에서 말한 약초를 캐지 못했지만 실망하지 않았어요.
내일 또 숲으로 가서 찾아볼 생각이었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약초 가방이 무거웠어요.
내일 장에 가 팔 생각을 하니 무거움보다 즐거움이 더했어요.
춘심은 숲을 나온 뒤 돌아서서 숲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어요.
숲에서도
나무와 풀, 동물들이 춘심이 가는 모습을 지켜봤어요.
3화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