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딸!
새끼강아지는 잘 있었어요.
춘심은 새끼강아지들에게 빵과 삶은 고구마를 주고 물도 주고 내려왔어요.
새끼강아지가 잘 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얀 눈이 쌓인 숲은 아름다웠어요.
여우고개도 하얀 눈으로 덮였어요.
옹달샘 주변에 노루 발자국이 있었어요.
춘심은 동물들의 겨울을 걱정했어요.
눈 내리면 먹을 것을 찾을 수 없는 동물들이 굶주려 죽는 게 싫었어요.
숲 속 동물을 걱정하는 건 돌아가신 할머니를 닮았어요.
엄마는 오랜만에 장터에 나갔어요.
약초꾼들이 모여 있는 거리를 걷고 싶었어요.
딸이 약초 파는 모습도 보고 싶었어요.
"춘심아!"
엄마가 딸을 보고 불렀어요.
복남도 깜짝 놀랐어요.
"안녕하세요!
딸을 많이 도와준다고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엄마는 약초꾼들을 찾아다니며 감사 인사를 드렸어요.
춘심은 엄마가 웃으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오랜만에 봤어요.
사람을 만나고 웃는 모습도 처음 봤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엄마는 장터에 처음 나왔어요.
할머니를 잃은 슬픔이 엄마에게는 큰 충격이었어요.
그런데
생명수가 흐르는 옹달샘을 찾아간 뒤부터 달라졌어요.
엄마는 그곳을 깨끗이 청소해 주며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었어요.
숲도 엄마를 도와주는 것 같았어요.
춘심은 엄마 손 잡고 집으로 향했어요.
엄마는 콩나물과 두부, 돼지고기가 든 봉지를 들고 있었어요.
오랜만에
엄마는 춘심에게 두부찌개를 끓여주고 싶었어요.
"엄마!
할머니 보고 싶다.
엄마!
할머니 산소에 가자."
하고 춘심이 말했어요.
엄마와 춘심은 집에 가는 길에 구멍가게에서 막걸리를 샀어요.
할머니 산소와 아빠 산소도 갈 생각이었어요.
"춘심아!
엄마가 미안해."
엄마는 딸에게 미안했어요.
온몸에 상처를 본 뒤로 딸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어요.
할머니 산소 앞에서 딸을 꼭 껴안고 엄마는 울고 있었어요.
춘심도 엄마를 꼭 안고 울었어요.
남편과 할머니를 잃은 엄마는 충격으로 우울증에 시달렸어요.
그런데
딸이 약초 캐러 다니는 모습을 보고 힘을 얻었어요.
딸을 위해서라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하지만
새로운 희망을 가진 삶은 쉽지 않았어요.
딸을 따라
숲으로 간 엄마는 생명수가 흐르는 옹달샘을 보고 희망을 찾았어요.
옹달샘은
엄마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며 우울증을 치료해 주었어요.
"춘심아!
엄마도 약초 캐러 다닐 거야.
앞으로 돈 걱정은 하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
소녀 손이 이게 뭐야.
엄마가 약초 많이 캐서 학비랑 대줄 테니까.
한의학과에 진학해서 훌륭한 한의사가 되면 좋겠다."
하고 엄마가 말하며 딸의 손을 꼭 잡았어요.
"엄마!"
춘심은 엄마품에 안겨 엉엉 울었어요.
춘심의 손등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슬픔의 눈물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었어요.
손등에 난 상처
얼굴 볼에 난 상처
가시에 찔리고 긁힌 다리 상처
엄마의 말 한마디에 상처가 모두 아문 것 같았어요.
춘심은 엄마 품에 안겨 오랫동안 있었어요.
"엄마!
공부 열심히 해서 한의사가 되겠어요.
할머니도 좋아할 거예요."
하고 춘심이 말했어요.
그동안
힘들었던 춘심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어요.
집에 돌아온 엄마는 춘심이 준 약초 캐는 수첩을 봤어요.
할머니가 기록해 둔 약초 이야기가 적힌 수첩이었어요.
딸을 위해 엄마는 약초를 캐서라도 딸을 공부시키고 싶었어요.
춘심은 약초 가방에 고구마와 옥수수를 담았어요.
숲 속 동물들에게 줄 것이었어요.
여우고개 입구에서 복남을 만나기로 한 춘심은 집을 나섰어요.
"복남아!"
춘심이 복남을 보고 이름을 불렀어요.
춘심과 복남은 생명수가 흐르는 옹달샘으로 향했어요.
옹달샘 주변에는 숲에 사는 동물들이 와서 놀고 있었어요.
토끼
여우
노루
멧돼지
다람쥐
숲 속 동물들이 춘심과 복남을 반겼어요.
겨울에 먹이 주는 춘심과 복남을 무서워하지 않았어요.
큰 소나무 뒤에서 새끼강아지 세 마리가 뛰어다니고 있었어요.
새끼강아지들은 춘심과 복남에게 인사하는 것 같았어요.
춘심과 복남은 기분이 좋았어요.
"얘들아!
엄마도 잘 부탁해.
내년부터
엄마가 약초 캐러 올 거야.
숲에서 자라는 약초도 많이 알려주면 좋겠어.
엄마가
숲에서 길을 잃지 않게 도와주고.
알았지!"
춘심은 숲 속 동물들에게 엄마를 부탁했어요.
"옹달샘에 오는 아주머니!
그분이 엄마야?"
하고 노루가 물었어요.
"맞아!
엄마야."
"친하게 지내고 있어!
옹달샘에 올 때마다 먹을 것도 가져다주었어."
여우가 말했어요.
엄마는 옹달샘 부근을 청소하며 숲 속 동물과 친하게 지내고 있었어요.
숲 속 동물들은 엄마가 약초 캐러 와도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춘심에게 했어요.
춘심과 복남은 깊은 숲으로 들어갔어요.
약초 캐는 것보다 겨울 숲을 보고 싶었어요.
겨울 숲은 더 많은 것을 보여주었어요.
흰 눈이 내리는 소리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
나무들이 숨 쉬는 소리
동물들의 낮잠 자는 소리
새끼들의 웃음소리
낙엽 떨어지는 소리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숲은
고요했지만 살아있었어요.
하얀 눈 위로 따뜻한 햇살이 비추고 있었어요.
숲은
소중한 생명을 잉태하고 품고 있었어요.
-끝-